[이형준의 모티브 66]
표정이 너무 안 좋았다. 얼굴이 새카맸다. 회사에서 잘 나가던 그가 그렇게 내상을 입은 줄 몰랐다. 팀 내 A와 시작된 갈등이 커졌다. 서로 간의 싸움은 한동안 지속됐다. 마음이 안 좋으니 몸까지 나빠졌다. 길지는 않았지만 병원에도 입원했었다. 회사에는 이 다툼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그가 자리를 비운 동안 조직개편이 있었고 자신은 다른 팀으로 가게 되었다.
상사 역시 본부가 바뀌었다. 그 외에도 몇 명이 이동한 조직개편이었지만 A는 남고 자신은 떠나게 되었으므로 자신이 이 문제의 원인이고 잘못한 사람으로 해석된다. 이후 사람들이 본인을 어떻게 생각할까 눈치를 보게 된다. 괜히 주눅이 든다.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보며 아끼는 동료들은 문제를 바로잡자고 한다. 그때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밝히고 정확하게 누구 잘못인지 시시비비를 명확하게 가리자고 한다. 그래서 본인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다.
이게 한 달 전 이야기다. 그때 오랜 논의 끝에 미래를 위해 털고 가기로 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오늘 다시 묻는다. 아직도 아픔이 있다. 상처가 있다.
과연 그 문제를 다시 꺼내면 어떻게 될까? 꺼져가는 불씨도 뒤적이면 다시 불길이 살아난다. 불길이 커지면 또 다른 고통과 아픔을 줄 것이고, 또 다른 상처를 만들 것이다. 계속 아픔만 생각하고 그 문제에만 빠져있으면 그 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어제가 아닌 내일로 가야 희망이 있다. 미래로 나아가야 아픔에서 헤어 나올 수 있다.
사람 간의 갈등은 당사자 끼리는 서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할 뿐이다. 증거를 찾기도 어렵고 그걸 판결해줄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재판으로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하지만 너무 억울해 하지는 말자. 시간이 지나면 진짜 누구의 문제였는지 함께 일하는 주변 사람들이 알려줄 것이다. 함께 일해 보니 이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네. 함께 일해 보니 그 사람이 잘못했겠네.. 함께 일해 보니 이 사람이 잘못했겠네.. 와 같이.
자신이 맞았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빠져 헤매는 게 아니라 미래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옳았음을, 자신이 나은 사람 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려면 마음의 고통을 덜어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제안한 것은 일기 쓰기. 감정적으로 힘든 것도 덜어내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정리하게 해준다. 또한 지금 잊지 않고 싶은 생각을 기록해주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찾게 해준다. 정신이 복잡할 때 이렇게 적어보면 정리가 되니 자신이 설명하고 싶은 것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게 해준다.
두 번째는 오늘 하루만 열심히 살기. 힘들고 어려울 때는 길게 생각도 안 들고 살 힘도 없다. 그날을 생각하면 다시 울컥할 것이고,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면 삶이 불안해질 뿐이다. 그럴 때는 오늘 하루에만 집중하며 주어진 하루,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이다. 자신이 하기로 한 것을 지키며 하루를 열심히 살면 거기서 보람이 생긴다. 다시 나아갈 힘도 얻을 수 있다.
하나 더 이야기하려다 말았다. 그럴만한 힘이 안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쳐있는 그에게 이 두 가지를 제안했고, 해보기로 약속했다.
나는 어렸을 적 넘어져서 생긴 상처가 왼쪽 무릎에 있다. 초등학교 때만 해도 내 무릎의 반 정도를 차지할 만큼의 큰 상처였다. 지금은 그 상처를 찾으려면 주의 깊게 봐야 할 정도로 작고 희미해졌다. 상처는 매일 쳐다본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자신이 더 커지면 그 상처는 저절로 작고 희미해진다. 당신도 주변과의 갈등으로 힘들다면 이렇게 제안한다. 자신을 키워보라. 더 훌륭해져라. 더 잘 되라. 그 사람도 그 사건도 우습게 보일 정도로.
※ 위 내용은 실제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상황과 일부 내용을 수정하였습니다.
[이형준의 모티브 66] 상처를 매일 본다고 없어지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