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96]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제가 전에 녹음한 팟캐스트를 듣고 연락을 주셨네요. 메일을 보내신 분은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입니다. 경력은 10년 정도 되고 두 번째 직장이라고 했습니다. 회사에 열심히 다니지만 미래가 고민입니다. 이에 대한 대비로 ‘MBA를 해볼까 하는 데, MBA를 하면 무엇이 좋은지, 가야 한다면 어디를 가야 하는지'를 문의해 왔습니다.
그분의 메일을 읽으면서 직장인으로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계시구나,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연한 걱정을 하고 있고, 그 해결책으로 MBA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알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답장을 써서 보내드렸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일단은 MBA를 할지 말지 정하기 전에 미래의 꿈과 목표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무언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어서 필요한 것을 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무턱대고 다른 사람이 한다고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목표를 고려해 보았을 때 경영에 대해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면 하고, 아니라면 시간 낭비, 돈 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경영에 대해 배울 때는 MBA를 추천하지만, 해당 분야의 깊이 있는 내용을 공부하고 싶을 때는 그 과정의 석사과정이 더 낫습니다. 각자의 목표는 다르겠지만 MBA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장점을 꼽아보자면 이렇습니다.
1. 경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지식 습득
MBA 과정 자체가 미래 경영자를 위한 과정입니다. 리더십부터 조직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재무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하고, 세금 문제는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업이 성공한 이유는 무엇이고, 마케팅은 어떻게 하는지 등등. 자신이 선택하는 과목에 따라, 전문성을 어떻게 세워가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는데 알아야 하는 기본적이고 최신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2. 현장 전문가인 동기들로부터의 배움
MBA에 가면 다양한 기업에서 온 동기들과 만날 수 있습니다. 보통은 5년에서 15년 정도 현장 경험을 가진 다양한 업종의 전문가들이 모입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MBA를 하겠다고 온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기업 경험과 앞으로 성장하려는 열망이 강한 사람들입니다. 교수님에게 배우는 것도 있지만, 케이스스터디를 하다 보면 해당 업종에서 직접 일하는 사람의 인사이트와 경험에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선후배 간의 네트워크
학교 내에는 관심분야에 따른 동아리도 있고 총동문회 모임 등 매년 전체 멤버들이 만나는 기회도 있습니다. MBA는 나이순으로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후배 간의 관계가 그렇게 깍듯한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업종, 혹은 아주 다른 이종의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자신이 도움을 받고자 하는 사람과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네트워크는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열심히 활동을 하게 되면 알게 되는 사람도 많아지고 친한 사람도 만들 수 있지만, MBA 들어간다고 인맥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4. 이직이나 전직, 창업을 위한 준비
회사를 다니면서 본인의 직업이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다고 느낄 때, 다른 일을 해보고 싶지만 경험과 지식이 없는 직원에게 기회를 주는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이때 MBA는 적절한 이유를 만들어 줍니다. 개발자 출신이라도 MBA에서 기획이나 마케팅을 공부했다고 하면, 해당 분야로 옮겨갈 당위성을 만들어주죠. 또한 좋은 MBA를 나오면 그만큼의 준비가 된 인재라고 생각해서, 해당 수준의 직원을 원하는 기업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자리를 옮길 수 있습니다. 요즘 커리큘럼을 보면 창업에 대한 내용도 많은 데 그 과목을 같이 듣는 학생끼리 창업을 한 경우도 여러 번 보았습니다. 또한 그 학교의 브랜드도 자신을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5. 치열하게 살게 만드는 계기
학교에 가면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뛰어난 연구와 학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강의 준비도 철저히 하고 피드백 등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교수님. 똑같은 시간에 과제를 부여 받지만 수준이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동기를 보면 다 똑같은 사람이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됩니다. 같은 환경에서도 자신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동료들을 보면 굉장히 큰 자극을 받게 됩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자신의 삶도 치열하게 살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어떤 MBA를 가면 좋은지에 대한 질문은 저에게도 어렵습니다. 모든 학교의 MBA를 다 아는 것도 아니고, 같은 학교에도 여러 MBA가 있습니다. 크게 구분을 하자면 회사를 그만두고 와서 오로지 공부만 하는 풀 타임 MBA와 일을 하면서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공부하는 파트 타임 MBA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요즘에는 경기가 어려워 재취업에 대한 우려가 높아 파트타임 MBA가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게 있습니다. 접근하기 용이한 국내 파트타임 MBA를 한정으로 제가 아는 선에서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KAIST Professional MBA (https://www.business.kaist.ac.kr)
체계적이고 타이트하게 공부시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다른 학교는 이수하는데 보통 2년이지만, 카이스트는 3년입니다. 풀타임 MBA와 같은 수준의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외국 학교와의 교환학생 과정도 잘 되어 있습니다. 코피 터질 정도로 빡세게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서울대 Executive MBA (http://emba.snu.ac.kr/)
국내에서 서울대라고 하는 브랜드를 가질 수 있습니다. 모집 정원이 120명입니다. 동기들이 많다는 것은 네트워크를 할 수 있는 동료가 많다는 장점이 되기도 하고, 대신 모르고 안 친한 동기들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제조, 건설 산업 군에서 많이 옵니다.
연세대 Corporate MBA (https://mba.yonsei.ac.kr/)
주 중에 3일을 빼서 학교를 가야 하지만 관리자와 실무자 단계의 모든 걸 접할 수 있는 과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우수하고 폭넓은 경영학과 동문들과 연결고리를 형성하기에 유리합니다. 신촌에 있어 대학 문화를 즐기기에 용이하다고 합니다.
고려대 Executive MBA (https://biz.korea.ac.kr/mba/intro)
고려대학교 하면 네트워크입니다. 학교에서 주 중에도 수업을 마치면 3교시라고 해서 관계 형성을 위한 시간을 자주 갖는다고 합니다. 동아리도 다양하고 선후배 간의 행사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는 분들에게 유리합니다.
이외에도 학교마다 다양한 MBA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존 대학교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MBA에도 반영됩니다. 경희대학교는 외식업, 중앙대학교는 문화 산업, 건국대학교는 부동산에 강점이 있습니다. 다만 제가 소개할 수준으로 알지 못합니다. 해당 학교 홈페이지에 가시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졸업생을 찾아서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혹은 좀 더 잘 아시는 분이 이 글에 댓글로 알려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MBA를 하려면 보통 2-3년의 시간을 써야 하고, 학비만도 5천만 원에서 1억 원 정도 듭니다. 어느 학교를 가느냐에 따라 생활비까지 포함한다면 훨씬 더 많은 금액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이고 투자할 만하다고 생각한다면 해볼 만한 도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학자금이 굉장히 저렴한 이율로 대출이 되기 때문에, 하려고만 한다면 부담은 되겠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한국장학재단 http://www.kosaf.go.kr)
올해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이후에 현재 이 제도가 도입된 기업들을 살펴보면 확실히 야근이 줄었고, 저녁시간을 통해 자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많이 보입니다. 앞으로 확대되는 기업에서도 이런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각자가 필요한 부분은 다릅니다. 그것에 맞춰 채우면 됩니다. 쉼이 필요한 사람은 휴식을, 건강이 필요한 사람은 운동을, 인연이 필요한 사람은 만남을 하면 됩니다. 자신이 필요한 부분이 지식과 경험이라면 공부를 하면 됩니다. 이제 살아가야 하는 기간이 깁니다. 반면 세상은 아주 빠르게 변합니다. 이런 세상에 맞춰 자신의 가치를 만들려는 분이라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은 채우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능력도, 네트워크도, 가치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노력을 해야 만들어지는 것이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 되었건 자신이 꿈꾸는 인생을 위해 도전하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어떤 것이든 할까 말까 고민된다면 도전하십시오. 그 결과의 성취 여부를 떠나서 해보는 것만으로도 얻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이형준의 모티브 96] MBA를 하면 뭐가 좋나요?
팟케스트: 3040 직딩톡 http://www.podbbang.com/ch/16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