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95]
강의 중 한 분이 손을 든다. 연차가 있는 분이다. “제가 그동안 여러 사람을 키워봤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예로부터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사람은 바뀌나요? 안 바뀌나요?”
질문자를 바라보던 시선은 동시에 나에게로 향해온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하다. 나의 대답은 이러했다. "사람에게는 바뀌는 것이 있고,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뀌지 않는 것에는 ‘성격, 재능, 지능’ 등이 대표적이다. 성격이 급한 사람은 천천히 하라고 해도 결국은 급해지고, 느긋한 사람은 아무리 닦달해도 느긋하다. 타고난 천성인 것이다. 어릴 적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도 성격은 거의 같은 모습인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의 가족들을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재능 역시 타고나는 것이다. 말 잘하는 사람이 운동 잘하는 것이 부럽다고, 금방 운동을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노래를 기가 막히게 부르거나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도 다 재능이 있다. 우리 모두 재능이 있다. 각자의 타고난 재능 역시 바뀌지 않는다. 남의 것이 부럽다고 쉽게 가져올 수 없다. 지능 역시 측정 방법에 따라 결과값이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노력을 한다고 인위적으로 좋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타고난 머리가 있는 것이다.
바뀌는 것으로는 ‘생각, 태도, 행동, 습관’ 등을 들 수 있다. 새로운 정보를 듣거나 다른 가설을 들으면 생각은 바뀔 수 있다. 생각이 바뀌면 사람이나 상황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다. 입장과 태도가 바뀌면 기존과 다른 행동을 한다. 이런 행동을 꾸준히 하면 습관이 바뀌게 되고, 습관이 바뀌면 그 사람의 운명까지 바뀐다고 말한다.
전에는 운동하는 것이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가족 중에 누군가 아파서 건강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면 운동에 대해서 긍정적인 태도로 바뀌고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운동을 하면서 유용함을 느끼면서 꾸준히 하면 몸이 좋아질 것이고 정신도 맑아질 것이다. 이런 습관을 가지고 가다 보면 분명 몸과 마음이 바뀐다. 바뀐 행동을 계속하다 보면 인생도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다.
사람이 바뀌는지는 몸만들기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성격, 재능, 지능’ 등은 뼈대와 같은 것이고 ‘생각, 태도, 행동, 습관’ 등은 근육이나 살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일하는 리더로서 팀원을 변화시키려 한다면, 우리의 목표는 ‘생각, 태도, 행동, 습관’에서 지방처럼 불필요하거나 몸에 해가 되는 부분을 제거하고, 근육처럼 좋은 부분을 붙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면 될 것이다.
이런 대답을 듣고 그는 이런 반응을 보였다. “제가 그동안 생각이나 태도, 행동을 바꾸려고도 노력했는데 잘 안 바뀌던데요. 그래서 저는 그런 노력을 할 필요는 없다는 쪽입니다."
대답한 분의 그동안의 노력과 실망, 허탈감이 느껴졌다.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저 역시 그런 경험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도 저는 프로 코치인데 만나는 사람 모두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지요.”
사람의 변화가 쉽지 않은 경우가 경험상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 ‘의지’의 존재 여부고, 다른 하나는 ‘실천 기간’이다.
상대방의 변화 의지가 있을 때는 어떻게든 바꿀 수 있다. 문제는 대상자가 변화의 ‘의지’가 없을 때다. 상대가 변화하려고 하지 않을 때는 코치가 어떻게 수를 써도 잘 변하지 않는다. 이때는 왜 변화해야 하는지 그 생각을 바꾸고 ‘의지’라는 발화점에 불을 붙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조건이 그 불을 붙일 만큼의 시간과 자원이 존재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
다른 하나는 '실천 기간’이다. 사람에게는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하는 성질이 있다. 변화하는 것이 임계점을 넘지 못하면 그대로 돌아간다. 고무줄도 대충 당겨서는 변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이상을 잡아 당겨야 고무줄도 늘어나고,손을 놓아도 상태가 처음과 다르게 변한다. 사람도 그렇다. 기존에 안 좋은 행동을 한다면 그것을 없애기 위해서는 새로운 행동을 임계점 이상을 해서 좋은 습관을 들여주어야 한다. 한두 마디 말해주는 것만으로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공감해 주고, 혹시 내가 영향을 미친 것은 없는지 알아보고, 그의 변화를 막고 있는 걸림돌을 찾아 치워주면 시작이다. 여기에 마음에 가시가 박혔다면 가시를 뽑아주고, 에너지가 없다면 채워주면 움직일 수 있다.
아무리 고물차도 잘 닦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교환하고, 새로 칠도 하고, 기름도 넣어주면 다시 쓸 수 있는 것처럼 사람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다만 그만큼의 노력과 에너지가 들어갈 뿐이다. 또한 변화하는데 그만큼의 시간과 돌봄이 필요하니 그것을 예상하고 들어가야지, 겉에만 살짝 닦아주고 '왜 안 움직여' 하지 말라는 것이다.
차를 고치려고 해도 고칠 수 없을 때가 있다. 보통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자신의 능력 문제도 있다. 그런데 왜 너는 그렇게 낡았느냐, 고장 났냐고 상대만 욕하지는 말자. 그도 자신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들이 받쳐 그리 되었을 수도 있다. 팀원을 변화시키려 하는 데 잘 되지 못한다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음은 잊지 말자. 본인에게도 일말의 책임은 있다.
그래도 모든 문제를 고칠 수 없음은 인정한다. 나는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가 100퍼센트 다 변화시킬 수는 없다. 의사가 모든 환자를 고칠 수 없고, 엔지니어가 모든 제품을 개발할 수 없고, 선수가 모든 경기에 이길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잘 치는 타자도 3할을 넘기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내가 열심히 했는데 변하지 않는다고 실망하지는 말자.
코치 입장에서는 선수를 성장시키기 위해 열심히 했는데 선수가 그만큼 못따라와서 성적을 못냈다면 그것은 그 선수의 몫이다. 코치는 자신이 맡은 선수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돕는다. 그러면 된다. 여기에 선수도 열심히 해서 성적이 난다면 행복할 것이다. 맡은 선수마다 자신의 노력을 다한다면 그 노력으로 코칭하는 능력도 늘어날 것이다. 최선을 다하되 성적이 안나는 것에 너무 슬퍼하지는 말자. 결과는 서로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사람은 변할까? 안 변할까? 사람은 변한다. 얼마만큼의 ‘의지'와 ‘실천기간'이 관건이지만. 보통 이 두 가지를 갖출 수 있으면 엄청나게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