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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준 Oct 26. 2019

설리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형준의 모티브 94]


자꾸 눈이 가네 하얀 그 얼굴에


질리지도 않아 넌 왜


슬쩍 웃어줄 땐 나 정말 미치겠네


어쩜 그리 예뻐 babe


뭐랄까 이 기분


널 보면 마음이 저려오네


뻐근하게


오 어떤 단어로


널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이 세상 말론 모자라


가만 서 있기만 해도


예쁜 그 다리로


내게로 걸어와 안아주는


너는 너는 너



(복숭아, 아이유가 설리를 위해 만들었던 노래)




설리가 갔다. 그녀를 떠올리면 복숭아처럼 하얗고 볼 빨간 얼굴이 떠오른다. 그녀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신의 기대에 맞지 않는다고 써 내려간 글과 기사, 댓글, 뒤에서 수군대는 이야기 속에서 고통받다 그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마음이 헛헛했다. 


         




                                               

그 다음날이었다. 오전 강의를 마친 점심시간. 한 분이 찾아와서 요청을 한다. 나의 사인이 담긴 책을 선물로 받고 싶다는 것이다. 책을 쓴 사람으로 이런 요청은 참 기분 좋은 이야기다. 흔쾌히 승낙하고 집에 책이 없으니 출판사에 이야기해서 책을 받으면 사인해서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오랜만에 책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검색을 하다가 뜻밖의 글을 발견하게 된다. 악평이다. 순간 당황했다.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꺼버렸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어찌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오후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꾸 그 생각이 났다. 



나의 의도는 알고 그렇게 평한 걸까? 책을 사보지도 않고 빌려보고서는 그렇게 말해도 되나? 그 이후로는 생각도 하기 싫고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냥 멍하기도 하고 기운이 빠졌다.




© google




             

2018년을 시작하면서 한 주에 글 하나씩을 쓰겠다는 개인적인 다짐을 하며 글을 써왔다. 작년에 한 주도 안 빠뜨리고 52개, 올해도 꼬박 써서 42개.. 2년 가까이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글을 썼다. 하지만 글을 쓸 의욕이 나지 않았다. 맥이 빠졌다. 사실 조금 걱정도 들었다. 너무 빠지지 않고 꾸준히 쓰는 것에만 신경 쓴 것은 아닐까? 그래, 글의 수준이 낮으니 그런 평가를 받은 거지. 이런 생각에 빠져 있으니 뭘 써야 할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글감을 찾지 못해 뒤척이던 날에도 토요일 새벽이면 쓸 이야기가 생각나곤 했는데 저번 주에는 그렇지 않았다. 멍하니 깨어있었다. 이것저것 써보려고 애를 써봤지만 결국에는 쓸 수 없었다.



한 주 동안 악플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찾다 보니 악플에 희생된 이들이 너무나 많았다. 우리가 모두 분명하게 기억하는 최진실, 그녀의 가족들, 얼굴도 분명하게 기억하는 정다빈, 유니 ....... 너무나 많았다. 내가 그들과 비슷한 정도의 끊이지 않는 악플을 짊어졌으면 어땠을까 상상하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 google



                         

악플에 대한 여러 가지 대처법이 있었지만 사실 자신에 대해서 비난하는 내용을 본다면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울컥거림과 스트레스는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가장 현실적인 대처법은 유시민 작가의 방법이다. 그는 악플에 대해서는 '완벽하고 치열한 무플'로 대처하라고 한다. 악플러와 싸우는 것은 자신의 상처만 키우는 것이라 말한다. 그들은 달래려 해도 달래지지 않고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도 않으니, 눈길도 주지 말고 극복하려고도 하지 말라고 한다. 



철저히 무시하라고 한다. 그들의 이야기 중에 자신이 고칠만한 것이 있다면 고치면 되고, 그 외의 것은 철저히 무시하라고 한다. 악플이라는 화살을 누군가가 쏘았는데 그것은 피하는 것이 방법이지, 굳이 그 화살을 찾아다 자신의 가슴에 꽂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 gettyimages



                                    

그런데 쉽지 않다. 나도 잊으려 했지만 그게 쉽지 않다. 그러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혹시 나는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지는 않았는가? 말 한마디가 사람의 가슴을 베어버린다.



아마도 나에게 악평을 던진 사람도 나에게 개인적인 악감정을 가지고 힘들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냥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풀어놓은 것일 게다. 그게 당사자인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것일 뿐. 잊고 지나는 것이 맞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정리하고 가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것 같아 글을 쓴다. 이 글을 읽은 분들이 그게 어떤 악평인가 찾아보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썼다. 속 좁은 인간은 이렇게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글 하나에도 이렇게 흔들리는데, 끊이지 않는 악플을 받은 설리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녀가 하늘에서나마 편안해지기를 바란다.            



© google








                                                 

[이형준의 모티브 94] 설리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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