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가 금융 시장을 바꾼방식

by 심준규 Jace Shim

2014년 브록 피어스를 비롯한 창업자들이 리얼코인이라는 이름으로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아마도 그들조차 자신들이 만든 시스템이 글로벌 금융 흐름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리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트코인 옴니 레이어 위에서 발행된 최초의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은 곧 테더로 이름을 바꾸며, 변동성 극심한 가상자산 시장에 안정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언제든 1달러로 교환할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혁명적인 약속은 투기와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시장에 신뢰할 수 있는 기준점을 제공했다.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가상자산 거래자들은 심각한 딜레마에 직면했다. 시장이 하락할 때 자산을 보호하려면 법정화폐로 환전해야 했고, 환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 지연과 수수료, 그리고 다시 시장에 진입하는 데 드는 번거로움은 실질적인 장벽이었다. 테더는 바로 그 지점에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블록체인 위에 존재하면서도 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자산을 통해, 투자자들은 시장을 떠나지 않고도 안전자산으로 대피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테더의 시가총액은 약 1,867억 달러에 달하며,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치만으로는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일일 거래량의 70% 이상이 USDT 페어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테더의 지배력을 명확히 보여준다. 웬만한 중견 국가의 외환보유액에 필적하는 규모로 성장한 테더는 단순한 가상자산을 넘어 글로벌 유동성의 핵심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


테더 사용자층을 살펴보면 스테이블 코인의 실용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가상자산 트레이더들에게 테더는 시장 급락 시 재빠르게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피난처다. 전통 금융에서 현금 포지션을 유지하듯,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테더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국제 송금이 필요한 개인과 기업들은 높은 은행 수수료와 며칠씩 걸리는 처리 시간을 우회하기 위해 테더를 활용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신흥국 국민들의 사용 사례다.


아르헨티나나 터키처럼 자국 통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는 국가에서 테더는 달러 자산을 보유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 되었다. 전통적으로 이런 국가의 국민들은 외환 규제와 은행 시스템의 제약 때문에 달러 확보가 어려웠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있으면 접근할 수 있는 테더는 금융 포용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자국 정부의 통화 정책 무력화라는 논란도 따라붙지만, 개인의 자산 보호 관점에서는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작동한다.


테더의 기술적 구조를 이해하려면 블록체인 레이어의 개념을 파악해야 한다. 테더는 특정 블록체인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 위에서 발행된다. 이더리움은 테더가 가장 많은 가치를 보관하는 메인 금고 역할을 한다. 보안성이 검증되었고 네트워크 효과가 강력하지만, 수수료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대규모 자산을 장기 보관하거나 기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플랫폼이다.


솔라나는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테더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카드 결제 수준의 빠른 처리 속도와 거의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낮은 수수료 덕분에, 실제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는 테더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커피 한 잔을 사는 데 몇 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이더리움과 달리, 솔라나에서는 수십만 원을 송금해도 수수료가 몇십 원에 불과하다. 트론 역시 거래소 간 이동이나 소액 송금에서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효율적인 레이어로 기능한다.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보유한 테더지만, 앞으로의 여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가장 큰 과제는 규제 준수다. 미국 지니어스 법안을 비롯한 각국의 스테이블 코인 규제 움직임은 테더에게 투명성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준비금이 실제로 발행된 코인만큼 충분히 확보되어 있는지, 그 자산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테더가 지속적으로 마주해온 숙제다.


테더는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미국 국채 보유량을 늘리고 있으며, 실시간 감사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는 단순히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가 아니라, 제도권 금융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성숙하려면 신뢰가 필수적이고, 신뢰는 투명성에서 나온다는 점을 테더도 인식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 경쟁이 심화되면서 테더의 독점적 지위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규제를 준수하며 투명성을 강조하는 후발주자들이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가져가고 있다. 하지만 테더가 지난 10년간 쌓아온 유동성과 네트워크 효과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대부분의 거래소가 테더를 기축통화처럼 사용하고,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테더를 통해 가치를 이동시킨다.


테더의 미래는 결국 적응력에 달려 있다. 규제 환경 변화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느냐, 경쟁자들과의 차별화를 어떻게 유지하느냐, 그리고 기술적 혁신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관건이다. 디지털 달러의 시조로서 쌓아온 명성과 인프라는 강력한 자산이지만, 과거의 영광만으로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스테이블 코인 시장은 이제 막 제도화의 문턱을 넘고 있고, 누가 그 새로운 질서의 중심에 설지는 다음 몇 년이 결정할 것이다.


핵심 키워드: 테더, 스테이블 코인, 디지털 달러, 규제 준수, 블록체인 레이어, 유동성, 금융 포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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