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이 선택한 디지털 달러, USDC의 전략

by 심준규 Jace Shim


암호화폐 시장이 성숙하면서 가장 주목받는 변화 중 하나는 스테이블 코인의 제도권 편입이다. 2018년 미국 가상자산 기업 서클과 대형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센트레 컨소시엄을 결성하며 출시한 USDC는 바로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초기부터 미국 규제 프레임워크 내에서 운영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며,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금융기관의 투자를 받으며 신뢰성을 구축했다.


2026년 1월 현재 USDC의 시가총액은 약 380억 달러 수준으로 전체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테더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투명성과 규제 준수 측면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준비금 대부분을 현금 및 단기 미국 국채로 보유하고 매달 독립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 시스템은 기관 투자자들이 USDC를 선택하는 핵심 이유다.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 투명성은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생존 요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법적 규제 준수가 중요한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은 감사 기록이 명확한 자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전통 금융권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회계 투명성을 충족하는 USDC는 기관 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입되는 주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디파이 생태계 내에서도 USDC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유니스왑, 에이브 같은 주요 프로토콜에서 핵심 담보 자산으로 활용되는 배경에는 안정성과 명확한 담보 가치가 있다. 스마트 계약 기반 금융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신뢰할 수 있는 기축 자산의 중요성은 커지고, USDC는 바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통 기업들의 블록체인 실험에서도 USDC는 최우선 선택지로 꼽힌다. 비자나 마스터카드가 블록체인 기반 결제 정산을 테스트할 때 가장 먼저 선택하는 코인이 바로 USDC다.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호환성, 규제 당국과의 원활한 소통, 검증된 운영 체계가 결합되어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 시장을 잇는 다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의 지니어스 법안과 유럽의 MiCA 법안이 본격화되면서 규제 친화적인 스테이블 코인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미 높은 수준의 규제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USDC는 새로운 법적 환경에서 오히려 경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준비되지 않은 경쟁자들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기준을 충족하는 소수의 자산만이 살아남게 된다.


발행사 서클이 추진 중인 기업공개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IPO가 성공할 경우 USDC는 상장 기업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라는 독특한 지위를 갖게 된다. 주식시장의 감시와 규제를 받는 기업이 운영하는 스테이블 코인은 전통 금융 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을 연결하는 독보적인 화폐 인프라로 자리잡을 것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USDC의 강점은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기본 자산으로 발행된다는 점이다. 이더리움에서는 USDC 유동성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기관용 대규모 자금 이동과 복잡한 금융 스마트 계약에 최적화되어 있다.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확보한 지배적 위치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솔라나 네트워크에서 USDC는 결제 중심의 활용 사례를 주도하고 있다. 저렴한 수수료와 빠른 처리 속도는 실시간 결제 시스템 구축에 필수적인 요소다. 비자의 스테이블 코인 결제망이 솔라나 위에서 작동하는 사실은 글로벌 결제 기업들이 어떤 기준으로 인프라를 선택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코인베이스가 구축한 레이어2 네트워크인 베이스에서도 USDC의 역할은 중요하다. 접근성이 뛰어나 일반 사용자들의 소액 결제와 앱 내 결제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대중화를 위해서는 사용자 경험이 핵심인데, 베이스는 기술적 복잡성을 줄이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여러 블록체인에 걸친 상호운용성은 단순한 기술적 특징을 넘어 전략적 자산이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필요에 맞는 네트워크를 선택할 수 있고, 개발자들은 가장 적합한 환경에서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 USDC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파편화 문제를 완화하는 통합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진화 방향을 보면 규제 준수와 투명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기 시장에서는 선점 효과와 유동성이 중요했지만,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지속가능성과 제도적 신뢰가 더 큰 가치를 갖게 되었다. USDC는 바로 그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대응해온 결과물이다.


금융 시장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블록체인 기반 화폐 인프라의 중요성은 계속 커질 것이다. 24시간 실시간 결제, 국경을 넘는 즉시 송금, 프로그래밍 가능한 화폐 같은 기능들은 전통 금융 시스템에서는 구현하기 어렵다. USDC는 바로 그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핵심 구성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전통 금융기관들의 본격적인 참여다. 규제가 명확해지고 검증된 인프라가 갖춰지면 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 USDC 같은 제도권 친화적 스테이블 코인은 그들이 블록체인 생태계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진입로 역할을 할 것이다.


핵심 키워드: USDC, 스테이블 코인, 규제 준수, 투명성, 블록체인 인프라, 제도권 금융, 상호운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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