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가 발행하는 화폐, DAI의 탈중앙화 실험

by 심준규 Jace Shim


암호화폐 시장에서 스테이블 코인은 대부분 중앙화된 발행 주체를 갖고 있다. 테더는 테더사가, USDC는 서클이 발행하고 관리한다. 하지만 DAI는 근본적으로 다른 철학 위에 서 있다. 인간의 개입 없이 코드가 운영하는 화폐 시스템, 바로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의 이상을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한 사례가 DAI다.


2017년 이더리움 생태계의 거대 자율 조직인 메이커다오가 DAI를 출시했다. 초기에는 이더리움만을 담보로 잡는 싱글 담보 방식으로 시작했지만, 2019년 여러 자산을 담보로 받을 수 있는 멀티 담보 방식으로 진화했다. 담보 다각화는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더 많은 사용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2022년 루나-테라 사태는 알고리즘형 스테이블 코인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담보 없이 알고리즘만으로 가격을 유지하려던 시도들이 연쇄 붕괴하는 동안, DAI는 철저한 과담보 원칙을 통해 안정성을 증명했다. 탈중앙화 진영의 자존심을 지킨 순간이었고, 코드 기반 화폐 시스템의 신뢰성을 입증한 계기였다.


2026년 1월 현재 DAI의 시가총액은 약 53억 달러로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앙화 코인들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디파이 프로토콜 내에서 담보 및 유동성 쌍으로 활용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최근에는 실물 자산인 미국 국채를 담보 비중에 포함시키며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DAI를 선택하는 사용자들의 동기는 명확하다. 중앙화된 기관의 동결 리스크를 피하고 싶은 디파이 헤비 유저들이 주요 사용층이다. USDC나 USDT는 발행사가 특정 주소를 차단할 수 있지만, DAI는 스마트 계약에 의해 작동하므로 검열 저항성이 높다.


레버리지 투자자들에게 DAI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보유한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을 매도하지 않고 담보로 맡긴 뒤 DAI를 대출받아 추가 투자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자산을 보유한 채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전략은 상승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메이커다오의 거버넌스 시스템도 주목할 만하다. MKR 토큰 보유자들은 투표를 통해 담보 종류, 수수료, 시스템 파라미터를 결정한다. 민주적 화폐 시스템 운영에 참여하는 경험은 전통 금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가치다.


현재 메이커다오는 엔드게임이라 불리는 대규모 대전환을 진행 중이다. 조직을 여러 하위 DAO로 분산시켜 효율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완전한 자율 운영을 목표로 한다. 중앙화된 의사결정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한 탈중앙화를 실현하려는 시도다.


2026년 미국의 지니어스 법안 등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DAI의 가치는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규제의 사각지대이자 대안으로서 검열받지 않는 화폐라는 위상은 특정 사용자 집단에게 매우 중요한 속성이다. 금융 시스템의 통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근본적 욕구는 암호화폐 탄생의 원초적 동력이었고, DAI는 그 정신을 가장 충실히 구현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DAI는 이더리움 생태계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더리움 본진에서 모든 담보 예치와 발행의 핵심 로직이 실행되며, 가장 안전한 레이어로 기능한다. 네트워크 보안과 스마트 계약 신뢰성이 시스템 전체의 토대가 되는 구조다.


레이어2 네트워크인 아비트럼과 옵티미즘에서도 DAI 활용도는 높다. 이더리움의 보안을 공유하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거래할 수 있어 많은 디파이 사용자들이 가스비 절감을 위해 활용한다.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보안을 유지하는 레이어2는 DAI 생태계 확장의 핵심 인프라다.


지노시스 네트워크는 DAI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레이어다. 과거 스테이블 코인 전용 체인으로 시작했으며, DAI를 네트워크의 가스비로 직접 사용하는 등 독특한 통합 방식을 보여준다. 특정 블록체인과 스테이블 코인이 깊은 수준에서 결합된 사례다.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의 핵심 도전 과제는 안정성과 탈중앙화의 균형이다. 완전히 탈중앙화된 시스템은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지나치게 중앙화된 통제는 검열 저항성을 훼손한다. DAI는 과담보 원칙과 거버넌스 메커니즘을 통해 그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


실물 자산을 담보로 편입하는 최근 움직임은 흥미로운 변화다. 미국 국채 같은 전통 금융 자산을 담보로 받으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시스템 안정성을 높인다. 완전한 탈중앙화와 실용성 사이의 긴장 관계를 현실적으로 조율하는 모습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성숙은 다양한 스테이블 코인이 공존하는 생태계로 이어지고 있다. 규제 준수를 중시하는 사용자는 USDC를, 검열 저항성을 우선하는 사용자는 DAI를 선택한다. 각기 다른 가치와 필요에 부응하는 옵션들이 존재하는 상황은 시장의 건강한 발전 신호다.


메이커다오의 엔드게임 전략이 성공한다면 DAI는 진정한 자율 화폐 시스템의 원형이 될 수 있다. 인간의 개입 없이 코드만으로 운영되는 화폐가 대규모로 작동하는 사례는 금융 역사에서 전례가 없다. 실험의 성패는 블록체인 기술의 궁극적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핵심 키워드: DAI,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 메이커다오, 과담보, 검열 저항성, 디파이, 자율 화폐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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