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의 문학
섣부른 꽃잎의 작별에 애글퍼 하던 그 때는 몰랐다, 내가 꽃이라는 걸.
by
Serena
Aug 22. 2021
봄이다.
곳곳에 고운 빛깔이 햇살에 반짝이고,
나른하고 기분 좋은 상상에 빠지게 되는 봄인 것이다.
이은규 시인의 '벚꽃의 점괘를 받아 적다' 라는 시는
잉크와 종이만으로 읽는 이의 귓가에
봄바람을 '후-' 하고 불어 넣고,
글자들 사이로 수북이 꽃잎을 쌓아 놓는다.
'봄 기운도 참'
봄답게 여유롭고 간결한 시작이다.
지금 이 시를 접한다면
누구나 '그래... 봄 기운은 참...' 하고 동감할 수 있을 것이다.
꽃들이 피어나면 왠지 모르게 설레고,
새들이며 나비 할 것 없이
교태에 못 이겨하고
봄은 그렇게 깊어가는 것이다.
이는 만물이 번성할 수 있는 봄의 생명력이며,
신이 모든 생물의 창조에 앞서 숨겨 놓은
신비한 점괘와 같은 것이다.
'바람이 이렇게 달아 살살 간지럽겠다'
이 시는 다시금 읽어볼수록 그 맛을 더하는데,
이는 시인의 섬세하고 마치 수작을 부리는 듯한
표현법 때문인 듯하다.
시인은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벚꽃' 이라는 소재를
앙큼하고도 참신하게 연인의 입술에 빗대어 표현한다.
봄바람은 벚꽃의 입술에 붙은 꽃잎을
후 하고 날려 보내고,
꽃잎을 날려 보낸 벚꽃의 분홍빛 잇몸에
푸른 잎이 돋아난다.
또한 마침 연인의 입매가
쉽사리 홀릴 운산이 아니라는 점괘에,
'애간장이라도 살살 무쳐 연인의 입맛을 돋울 수 있다면'
이라는 표현에서의 시인의 기발하고 앙큼한 언어유희는
이 봄날 전혀 밉지가 않다.
'술잔에 꽃잎 돌 듯 꽝꽝 언 피가 돈다' 는 것은
봄이 오고
얼었던 강물들도 녹아 흘러내리고
또 사랑하는 연인들의 얼었던 마음에도
봄 공기가 훈훈함을 의미한다.
또한 앞 부분에서 봄이 벚꽃에게 바람도 불어보고
점괘도 받아보고
어떻게 연인에게 수작해볼까 애면글면 하던
긴장감과 대비되어 꽝꽝 언 피가 돈다는 부분에서는
긴장감이 다소 해소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첫 키스를 나눈 연인들이
온 몸에 피가 역류하는 듯한
그러한 봄날의 덧없는 경지가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화려함이 펼쳐지는 순간,
그것은 바람의 운율로 꽃비가 되어 떨어져 버린다.
'참 얄궂은 일이다'
그러나 떨어지는 꽃비를
사람의 두 손으로 받을 수 없음이요,
'그 점점의 향기가 허공에 잠시 머무르는 것' 으로
족해야 할지어다.
결국 시인은 '봄은 파열음' 이라 말한다.
화려하게 펼쳐지는 음들,
그것들은 영속성이 없다.
그 순간의 짜릿한 희열이 오래도록 귓가에 맴돌 뿐.
꽃잎들은 화려하고 교태겨운 봄의 소리들을
붉게 붉게 피어낸다.
흐드러지는 꽃잎에 바람과 봄과
내 정신이 달아, 어지러울 쯤이면,
이내 입들을 다물고
푸른 이를 가지런히 드러내곤 하는 꽃잎들은
내 애인의 입술과 닮았다.
이 글은 내가 8년 전 25살에 쓴 글이다.
이은규 시인의 '벚꽃의 점괘를 받아 적다' 시를 읽고
쓴 글이다.
20대 무렵의 나는 하나 하나의 어휘에도 흔들리고 아팠으며,
펼쳐지지 않은 앞날의 결말들은 큰 설레임으로 다가왔다.
사회에 순응하고 여러가지 기술적 기교들은
지금 더 늘었을지 몰라도,
깎이지 않은 감성과
그것에 여러가지 사회적 자연적 현상들이
투과되었을 때의
오색 찬란한 프리즘을
지금의 나는 흉내만 겨우 낼 수 있을 뿐이다.
문자...
돈과 인터넷, 스마트폰 등으로 초고속 커뮤니케이션이
상용화 된 이 시점에,
나는 왜 자꾸 사람들의 말에 상처를 받는가.
꾹꾹 눌러쓴 글귀, 문자, 글의 중요성...
그래도 오래 전의 나의 생각과 감성이
글귀 한 편으로 이렇게 남아 있다는게
새삼 신기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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