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ck Kim Jan 19. 2018

공장 생산직에 관한 이야기 - 구조조정에 관하여

누가 남고, 누가 나가는가

여느날과 다름 없는 날이었다. 통근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고,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은 후에 커피 자판기에서 200원 짜리 커피를 뽑아 마시며 흡연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탈의실에서 방진복으로 갈아입은 후에 사무실로 들어서는 그런 하루.


그러나 사무실로 들어선 순간, 여느날과 다를 것임을 직감하게 하는 무거운 분위기가 눌러 앉아 있었다. 공기 자체가 평소보다 약 두 배는 무거운 느낌이랄까.

그 직감이 확실해진 근거는 보통때와 다름없이 사무실에 있는 모두들에게 평소처럼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했을 때 평소와는 다른 반응이었기 때문이었다.

높은 분들이 남자의 눈길을 피했다. 무엇 때문일까. 혹시 내가 잘못한게 있던가? 아니. 최근에 일 자체가 없었기에 잘못할 만 한 일이 없었다.

조금 더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잘못한 게 없다면...혹시 저 분들이 잘못을 한 것일지도 몰랐다. 저 분들이 나에게 잘못할 법 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남자는 조금 더 생각을 해보았고, 하나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오늘의 출근 인원이 모두 사무실에 도착하자, 높으신 분이 모두를 불러 모았다. 그의 첫 마디에 남자는 그 하나의 가능성이 맞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할꺼야."


간단하게 말하자면 높으신 분의 이야기의 주제는 구조조정이었다. 한 달 전 쯤에 발생한 제품의 대량 불량으로 인해 제품의 수주가 줄어들었고 일주일 전 정도에 한 번 더 불량이 났기에 일이 거의 없다 시피 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회사가 힘든 상황이 왔기에,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것.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슬프지만 이치에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남자가 다니는 공장은 파견직,계약직,정규직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이었는데 현재 남자의 계급은 파견직이었다. 물론, 구조조정의 단계도 파견직,계약직,정규직 순인 것이다.

아. 다음 달이면 계약직인데. 남자는 탄식했고 구조조정의 1순위라니. 하는 생각에 울분이 끓어올랐다.

"아마 파견직은 모두가 구조조정이 될 거야. 확정은 아니지만 거의 확정이라고 보면 되.다음 주에 결과가 나올꺼야."

...남자을 포함한 파견직 네 명은 모두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모두 속이 쓰린 듯 미세하게 얼굴 주름을 잡고 있었다.


높으신 분은 이야기를 마무리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괴로웠던 듯 한동안 고개를 젓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남자는 약간 안타까움을 느꼈다가, 누가 누굴 안타까워 한단 말인가.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쯤에, 남자는 한 가닥의 희망을 잡았다. 일을 하러 높으신 분들의 책상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었는데, 인원을 추리는 것 같았다.

누구를 남길 것인가. 누구를 내보낼 것인가. 이런 이야기를 듣자 남자는 자그마한 희망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사실 남자는 구조조정을 당한다 하더라도, 당장 먹을 것이 급한 수준은 아니었다. 남자가 일하는 안산 근처에는 공장이 매우 많았고, 그만큼 일자리도 많을 것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지금 다니는 부서와 일 내용이 마음에 들었고, 동료들도 괜찮은 것 같았다.

하다못해 계약직이 되고 상여금이라도 받고 싶었다. 계약직부터 월급 이외의 몇십만원의 상여금이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퇴근길에 통근 버스를 타며 남자는 부디 이번 직장이 파견직에서 끝나지 않기를 바랬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 - 2018.01.1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