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ck Kim Jan 25. 2018

공장 생산직에 관한 이야기  - 구조조정을 당하다.

ㅇㅌㅍㄹㅅ 2017.09.21~2018.01.23

남자는 야근을 끝내고 집에 와서 잠이 들었다. 잠에 들기 전, 내일은 출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던것 같았다.


부우웅-. 부우웅-. 남자의 머리맡에 있던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웃소싱 업체에서 온 전화였다.

남자는 부스스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네.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XXXX입니다. 이번에 드릴 말씀이 있어서 연락드렸어요."

"아.네."

"..."

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들려왔다. 잠시 후에, 업체가 말을 이었다.

"어떤 일인지는..대충 들으셨나요?"

"아. 네."

"이번에 구조조정 대상자에 선정되셔서.."

이후의 말은 따로 들을 필요가 없었다. 업체는 익숙한 듯 보였다. 남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곧 업체측의 침묵이 다시 이어졌고, 남자는 급여의 정산에 대해서 물었다.

"이번달 15일까지 근무하신것은 25일에 들어올거고, 16일부터 23일까지 근무하신 건 2주 안에 정산되서 다시 넣어 드릴거에요."
"알겠습니다."

더 이상 할말이 없었고, 남자는 네. 하고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잠이 모두 달아났다. 핸드폰을 살펴보니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에게도 연락이 와 있었다. 

잠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예상했던 일이어서 그런지 마음이 복잡하거나 우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한동안 쉴수 있다는 기쁨이 먼저 밀려들어왔다. 


퇴사를 할 시에는 그동안 사용했던 사원증을 반납해야 했다. 인사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반납을 안 할시에는 15,000의 금액이 공제된다는 내용이 카톡으로 와 있었다. 반납은 다음날 아침까지 해야된다는 이야기도 추가로 덧붙여 있었다. 남자는 저녁에 남자와 같이 구조조정된 막내와 함께 사원증을 반납하러 가기로 했다.


남자는 쏘카로 차를 빌렸다. 희한하게도, 택시를 타고 공장을 가려고 하면 택시 기사들은 평소 시세보다 약 두배의 택시비를 불렀기 때문이었다. 엄연히 불법이지만, 대부분의 택시를 타고 공장을 가는 사람들은 통근 버스를 놓쳐 지각을 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탑승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돌아올 때 사람을 태울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고, 이해도 갈 법 했지만 남자는 그 것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쏘카를 이용하는 것이 더욱 저렴했고, 편리한것이다.

쏘카로 빌린 아반떼AD를 타고 막내를 태우고 공장으로 향하는 남자의 마음이 이제야 조금 착잡해지기 시작했다.


공장에 도착해 흡연실에서 커피를 뽑아마시며 담배를 피웠다. 이것이 여기서 피우는 마지막 담배이다. 아. 여기 들어왔을 때가 9월인데 벌써 1월인가. 남자는 그동안 일했던 광경을 떠올려보았다.

처음 들어 왔을 때는 제품을 옮기는 일 부터 배웠지. 검사를 마친 제품을 어디로 옮기는 가. 그리고 그 후에는 제품을 검사하는 법을 배웠고, 그리고...일이 끊겼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착잡한 표정으로 남자를 맞았다. 그동안 친했던 직원들은 남자의 손을 붙잡고 악수를 하고, 또는 포옹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고. 이렇게 되다니. 어디로 갈거야. 술 한잔 해야지 등.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질문들에 대답을 했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직원들은 그저 남자를 쳐다보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남자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사원증을 반납하고 사람들과 잠시 수다를 떨다가 회사를 나와 아반떼에 시동을 걸었다. 이제 여기로 돌아올일은 없겠지.

이렇게 남자의 첫 공장 생산직의 일은 여기서 끝이 났다. 쉬운일도 아니었고, 구조조정까지 당했지만 남자는 공장 생산직이 나름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남자의 지금 상황에서 남자가 생각하는 카페 창업을 위해 돈을 모으는 것에는 이만한 일이 없을 것 같았다. 남자는 다시 새로운 공장 생산직을 알아보기로 하고 잠에 들었다.





P.S : 저는 안산에 있는 ㅇㅌㅍㄹㅅ 라는 회사에서 품질팀에서 약 5개월을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근무하던 시절에는 혹시라도 추후에 문제가 될 까봐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으나 이제 퇴사를 했기에, 혹시나 궁금한 것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질문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에 달아주시면 제가 가능한 최대한 상세하게 답변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이 시리즈를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또 새로운 생산직에 취직을 하게 된다면 다시 이 시리즈를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공장 생산직에 관한 이야기 - 구조조정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