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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Jan 17. 2018

일상 - 2018.01.16

일 없는 공장의 일상

일이 없어진지 한 달이 지났다. 여전히 일은 없었고 출근한 사람들의 대다수는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거나,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일이 없어지는 만큼, 소문은 늘어나는 것 같았다. 회사가 다시 바빠질 것 같더라. 아니 점점 일이 없어지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 같더라. 잘릴리 없다. 잘릴 거다.

소문은 진원지가 정확하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제일 높은 분께서 아무말도 않고 있었기에, 소문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소문에 숨을 불어넣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조조정이 된다는 음험한 분위기의 소문을 믿는 것 같았다. 그러나 다시 일이 바빠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고, 단순히 일이 없어져서 편하게 돈을 버는 상황을 좋아하면서도 미래에 대해 별 걱정을 안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들이 얽혀 사무실의 분위기는 기묘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재밌는 광경도 있었다. 언제 구조조정이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일까. 공장 여기저기서 남자와 여자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이 잦아졌다. 남자와 여자들은 급격히 가까워지는 경우가 잦았고, 출근과 퇴근때 어제 이야기를 나누었던 여자와 남자가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남자는 그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남자도 평소에 지켜보는 여자들이 있었고 그녀들에게 다가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글쎄. 남자의 마음은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는 문득 자신이 달팽이 같다고 생각했다. 자그마한 자극에도 더듬이를 재빠르게 집어 넣어 버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다시 천천히 더듬이를 뻗지만 계속해서 주위를 경계한채로 어딘가를 향해 천천히 움직인다.


남자는 이 기묘한 분위기의 그 중앙 지점에서 천천히 제자리를 돌고 있었다. 음. 뭐. 일이 없어서 좋은데. 이러다가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안 할 수도 있겠지. 뭐 어떻게든 결정이 나면 그때부터 움직여도 괜찮을것 같기에. 어디든지 일할 곳은 있을터이니. 

그보다 남자는 최근 부쩍 관심사가 늘어난 분야가 있었다. 바로 '차'였다.

긍정적인 부분에서 남자는 다음 달에 계약직이 될 예정이었다. 계약직이 되면서 월급에 상여금이 추가 될 예정이었는데 금액적인 부분에서 여유가 생기자 그동안 사고 싶었던 것이 떠오른 것이다.

남자는 K5를 생각하고 있었다. 옛날에 남자의 트라제가 사고를 당하여 렌트카를 탈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탔던 차량이 K5였던 것이다. 남자는 어느정도 생각이 서자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여러 지점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던 남자는 조원중에 기아자동차의 딜러가 친구로 있다는 조원의 이야기를 듣고 소개를 받아보았다.

확실히 지인의 소개 덕분인지 딜러분은 좋은 조건으로 차를 소개시켜주었다. 그러나 남자는 그동안 모아둔 돈이 별로 없었고, 차량 구입을 위해서는 한참 돈이 모잘랐다.

남자가 차를 알아본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남자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차에 대한 견적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업무상 할 일도 없었기에 조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몇 통씩이나 하며 차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정말 좋은 차였고, 정말 좋은 조건이었지만 결국 남자가 가진 돈이 모잘라 계약을 진행시키지 못했다.

남자는 차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돈을 더 모아 올해 여름쯤에는 꼭 차를 구입할 것이라. 하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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