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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Feb 03. 2018

공장 생산직에 관한 이야기 - 재취업

다시 시작한 취업 준비

남자는 부천에서 쉬면서 머릿속에 간간히 다음 직장을 생각하고 있었다. 쉬는 것은 좋았지만 아직 직장 생활을 그만 둘 수는 없었다.

남자가 이번에 생각하는 직장의 조건을 요약하자면 네가지가 있었다.


1. 이번에 구조조정처럼 맥없이 짤리는 일은 없도록 처음부터 계약직or정규직이여야 할 것.

2. 사람이 너무 많은 회사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통근버스가 없는 정도의 규모의 작은 회사.

3. 상여금 600%(정규직기준)

4. 안전에 위험이 없을 것.


이 세 가지를 충족하는 회사를 찾는 것이 남자의 목표였다. 2번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자차로 출퇴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남자는 가족들과 상의를 해 낡은 차를 가지고 시흥으로 돌아왔다.

시흥으로 돌아온 남자의 마음은 복잡했다. 비록 남자가 사는 원룸이 남자가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져 있는 참 좋은 보금자리였지만, 남자에게는 뭐랄까. 비정한 사회로 나가기전의 막사같은 기분이 들도록 하는 공간이었다. 

남자는 일단 동네에 차를 주차하고, 세탁소에 맡겼던 이불을 찾아왔다. 이불은 말끔하게 세탁이 되어 비닐봉투에 담겨있었다. 세탁비는 다소 비쌌으나, 그만큼의 가치의 결과물이 나온것에 남자는 만족했다. 그래. 좋은 것들은 그만큼의 돈이 필요한 것이다.

한동안 집을 비웠던 탓인지 원룸의 방바닥은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남자가 신발을 벗고 바닥에 발을 디디자마자 차가운 기운에 발이 시려울 정도였으니.

남자는 제일 먼저 보일러를 제일 강하게 틀고, 방바닥을 다시 한 번 청소하고는 이불을 깔았다.

이로써, 남자는 다시 시흥에서 지낼 준비를 마쳤다.


남자는 컴퓨터를 키고 x코리아, x바몬, x람인. 총 세 개의 사이트를 켜놓고 여러개의 검색어를 입력해보았다.


안산 품질, 시흥 품질, 안산 상여, 시흥 상여 등이 남자의 주된 키워드였다. 남자는 다른 사이트보다는 x코리아를 많이 둘러보았는데 그 곳의 공고가 조금 더 마음에 드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둘러보던 남자는 마음에 드는 공고를 발견했다.

남자가 본 공고는 이와 같다.


1.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

2. 계약직 6개월 후 정규직 전환

3. 계약직 상여 200%, 정규직 상여 600%


남자는 일단 지원하기를 눌렀다. 그리고 다시 공룡들이 뛰노는 초원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몇 시간 후, 남자에게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세 가지중 하나였다. 스팸이거나, 아니면 누군가 남자의 차에 사고를 내고 차에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했거나, 아까 전에 넣은 지원공고거나. 세 번째일 확률이 제일 높았다. 남자는 전화를 받았다.

지원공고의 업체였다.


이번에는 계약직으로 시작이지만 업체를 통해 들어가는건 같았다. 어차피 계약은 본사와 진행하는 것이라, 남자는 개의치 않았다. 남자는 공고에 있는 조건들을 확인하고, 통화내용을 녹음했다. 그럴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랬지만, 혹시라도 업체측에서 나중에 말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아웃소싱 업체 사무실에 들렸다. 아주 조그마한 사무실이었다. 남자를 포함해서 약 다섯 명의 지원자가 있었는데. 모두들 남자와 같은 회사로 면접을 보러 가는 것 같았다. 남자는 업체에서 준비해둔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남자는 '경력'란에 전에 다니던 회사와 부서, 근무개월을 적었다. XXXXX. 품질팀. 5개월.

다섯 명에게 자기소개서를 걷은 업체측 사람이 남자의 자기소개서를 유심히 보았다. 

"잭 킴 씨는 품질팀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으시네요."

"아. 네."

"마침 회사에서 품질팀 한 명을 구하는데, 잭 킴 씨는 그쪽으로 가실 수도 있어요."

"네."

남자는 속으로 안심했다. 아무래도 경력자가 회사의 마음에 좀 더 들 것이다. 물론 남자도 마음에 들었다. 남자는 업체 사무실을 나와 차를 타고 면접을 볼 회사로 움직였다.


회사입구에서 업체측 사람과 나머지 네 명을 만난 남자는 회사를 둘러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그다지 크지 않은 회사였다. 회사 정문 근처에는 흡연실이 있었는데, 그 곳에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담은 눈빛으로 남자쪽을 바라보았다. 남자도 마찬가지로 흡연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는데, 그들의 얼굴에 그늘이 없는 것을 보아 이 회사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면접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사무실로 올라간 다섯 명 중에 남자 혼자 따로 안내가 되었다. 잠시 후에, 남자의 앞에 품질팀의 직원이 나타났고 남자에게 소소한 질문을 몇개 했다.


했던 일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달라.

아. 생산된 제품에 대해서 외관 검사를 하고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집이 시흥인데 출퇴근은 어찌 할 생각인가.

자차가 있습니다. 

우리는 주간 고정이다. 주간 고정이어서 돈을 좀 적게 벌수도 있는데 괜찮은가.

괜찮습니다.


담당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남자가 마음에 들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담장자는 상사에게 바로 남자의 합격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고, 내일 보자고 말을 덧붙이며 남자에게 목례를 했다. 남자도 목례를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남자의 면접은 채 오 분도 걸리지 않았다.


남자가 다시 차를 타고 원룸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저녁에 가까웠다. 저녁으로 먹을 고등어와 된장국을 준비하는 도중에 남자의 핸드폰이 울렸다. 업체의 문자였다.

'합격 축하드립니다. 본사와 계약을 진행하기 위해서 신분증 사본 1통. 통장 사본. 주민등록등본 1통이 필요합니다. 내일 출근때까지 준비해주세요.'

된장국은 마음에 들었다. 바지락, 표고버섯, 애호박, 두부 등 남자가 좋아하는 것들을 넣고 진하게 끓여낸 것이었다. 가득하게 한 숟가락을 퍼서 입에 넣으면 야채의 단맛과 해물의 쫄깃함, 된장의 구수함이 입안에 가득찼다. 고등어도 마찬가지로 마음에 들었다. 크기가 남자의 손바닥보다 조금 작아 한 끼 식사에 적합했고, 손질도 되어 있어 뼈를 발라낼 필요도 없었다. 잔뼈가 조금 있지만, 젓가락으로 크게 떼어내 입에 넣으면 짭짤하고 쫄깃한 맛이 가득 찼다. 밥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재취업이 이렇게 빨리 되었다는 것이 제일 기뻤다. 남자가 원하는 조건에 부합했고, 공백도 길지 않은 것이 아주 좋았다.

좋아. 식사를 마친 남자는 내일 아침에 가져가야 할 서류들을 준비하러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다.




공장에 취업 할 때 도움이 될 만한 TIP.


1. 파견직보다는 계약직이나 정규직을 추천. 계약직으로 들어갈 시에 몇 개월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는지 반드시 알아봐야함.

2. 되도록이면 회사와 직접 계약을 추천하지만 대부분의 공고는 아웃소싱을 통해 들어가게 됨. 아웃소싱 업체마다 월급날도 다르고, 지급하는 방식도 다름. 전화를 할 때에 반드시 공고와 조건이 맞는지 물어보고 녹음을 하는 것을 추천.  

2. 상여금의 지급방식이나, 몇 프로로 지급이 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야함.

3. 회사가 거래하는 거래처의 성격과, 향후 비전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야함.

4. 크기가 너무 큰 회사는 단기적으로는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수도 있지만(반드시 그런것은 아니다)신입을 다소 쉽게 자르는 성격이 있음. 너무 큰 회사보다는 다소 크기가 작더라도 알찬 회사를 추천.

5.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함. 최근에는 설비가 대부분 자동화가 되어 있지만 아직도 위험한 장비를 쓰는 회사가 있음. 생산직 특성상 부서별마다 위험도가 상이함. 그러나 어디를 가든 위험요소는 반드시 존재하고 일을 할 때 조심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다칠 위험이 존재함(EX. 철로 만든 계단. 모서리가 아주 날카롭다. 황산. 생산쪽에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을 하다가 피부에 튀거나 눈에 튀었을 때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음). 공장에서 일을 할 때에는 꼭. 꼭. 꼭. 조심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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