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호속에서도 글을 쓰던 어떤 작가를 생각하며
남자는 자꾸 기침을 했다. 몸이 자꾸 꺾이고, 까페에서 음료를 만들다가 기침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럴때면 만들던 음료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다시 만들었다.
남자는 꼭 겨울에 한 번씩 크게 아팠다. 감기든, 몸살이든, 교통사고든, 꼭 한 번은 크게 아파 며칠동안 고통에 몸 부림을 치고 나서야 봄이 왔다.
가끔은 육체의 아픔 말고도, 마음이 아플때도 있었다. 남자는 교통사고와 연인과의 이별. 두 개의 아픔을 비교해보았고, 이별이 더욱 아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의 근거로 남자는 교통사고에 대한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적은 없지만, 이별에 대한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적은 있었다. 남자에게 창작이란 아픔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몸은 낮에도 아팠으나, 주로 밤에 더욱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밤에 더욱 건조해지는 날씨 탓에, 남자는 옷장 깊숙이에 넣어 두었던 가습기를 꺼내 깨끗이 청소했다. 가습기를 청소하던 남자는 문득 옥시 사건을 떠올렸다. 최근에 한 번 우리 모두가 커다란 정의를 이루었지만, 그건 제일 드러난 하나의 암세포였을거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남자가 기침을 하는 동안, 몸 안에 어딘가 잘못된 부분이 있을 것이고, 기침을 멈추었다고 해서 그 어딘가가 잘못된 부분이 고쳐졌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옥시 사건은 어떻게 됬는가. 우리 사회의 병은 어느정도 치유가 됬을까. 남자는 오후에 있을 잠깐의 여유 시간에 기사를 찾아보기로 했다.
한 편, 남자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부끄러움의 원인은 아픈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는 것인데(최근 남자가 올리고 있는 소설 멀라아인 스노우볼은 작년 2월에 이미 완성된 원고이다),최근 어디선가에서 읽은 글 중에 어느 작가는 세계 2차대전 당시 참호에서도 글을 썼다는 내용을 보았기 때문이다.
총알이 빗발치고 폭탄이 날아드는 순간에도 글을 썼다는 그 숙연한 내용을 보자,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스스로 분발하게 된 남자였다.
그래서 남자는 기침을 하며 글을 쓴다. 그리고 기침하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코맥 맥카시의 로드를 읽으며 출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