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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May 14. 2018

일상 - 2018. 05. 13

해야될 일 들과 하고 싶은 일들

눈을 떴다. 알람이 울리지 않고 있었다. 평온한 날이라는 이야기다.

시간을 확인 해보니 새벽 3시였다. 어둡고 고요한 시간이다.

남자는 잠시 이불안에서 부시럭대다가 몸을 일으켜서 컴퓨터에 앉았다.


일상은 점점 바빠지는 것 같았다. 회사는 조금 여유로워졌지만 그 빈 공간에 어김없이 인생의 다른 부분들이 들어오곤 했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지인의 결혼식에 참여하거나, 회식을 하는 등의 일이었다.

대부분의 일은 해야될 일이었다. 하고 싶은 일들은 해야되는 일에 밀려갔고, 남자는 손과 발로는 해야될 일들을 하며 마음속에 하고 싶은 일들을 묻어두었다.


남자는 컴퓨터에 앉아 이런저런 정보를 수집했다. 대부분 경제생활에 관한 정보였다. 이제 8월이면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있었는데, 남자와 동료들이 남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으며(경력이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남자의 직책이 부조장이고 최근 회사가 확장을 결정하며 남자가 속한 부서에 새로운 하위 부서들이 생겨날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그때 쯤이면 남자의 월세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새로운 집을 알아 보고 있었고, 최근 남자의 차가 오래된 탓인지 이런저런 단점들이 심해지고 있었기에 새로운 차가 필요했다. 남자는 집과 차, 금융투자(예를 들어 주식이나 펀드 등)을 알아보았다.

어느덧 시간은 5시를 가리켰다. 누군가 웹서핑은 신선놀음이라고 했던가. 시간은 무섭게 흘러갔고,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붓을 잡고 '30'을 조금 그렸다.


늘 '30'을 어떻게 그릴까. 고민을 했다. 스케치는 완성되었지만 어떤 색을 어떤 개체에 쓸지, 어떤식으로 붓터치를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남자가 작업하는 대부분의 작품은 이런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30'은 유독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다. 뭐. 30살은 그만큼 고민이 많았던 시절이었구나. 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조금 그림을 그리고 나서, 남자는 문득 허기를 느꼈고, 옷을 입고 차키를 챙겨 집을 나섰다.


남자는 설렁탕을 먹고 카페로 향했다. 남자는 카페를 좋아했다. 일한 기간이 길어서 였기도 하겠지만, 카페는 식당과 달리 여유가 있는 공간이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도 괜찮았고,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는등 다른 행동을 해도 괜찮았다. 게다가 맛있는 음료까지. 마음에 드는 이유는 충분했다.

카페에 도착한 남자는 따뜻한 카페 모카를 주문하고, 휘핑크림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오늘 남자가 찾은 카페는 직장 동료의 추천을 통해 알게 된 카페였는데, 커다란 통유리와 옅은 갈색과 고동색이 조화롭게 이루어진 인테리어가 주는 첫 인상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남자는 갓 만들어진 따뜻한 카페 모카를 받아 가지고 2층으로 올라갔다. 남자는 음료를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 그 행동들을 하며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 시간이 정말이지 즐거웠다.

잠시 머리를 비운 남자는 '노트'의 아래쪽에서 펜을 꺼내 스케치를 시작했다. '30'이 완성되면 그 후에 그릴 그림이었다.


달이 열리는 나무. 스케치



그림을 그리는 데에 약 30분 정도가 걸린 것 같았다.

그림을 그리며, 음료를 마시며, 담배를 피웠다. 모든 것이 즐거웠고, 행복했다. 음료도 다 마셨고, 그림도 완성했다.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충족을 마친 남자는 차에 시동을 걸고 다시 집으로 행했다. 오전 11시에 부천에서 친구가 결혼을 하는 일정이 있었고, 저녁에는 회사에 야간조 출근을 해야 했다. 다시 해야될 일 들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가슴속에 묻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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