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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Jun 30. 2018

일상 - 2018.06.30

새로이 시작한 인스타그램과 저녁 나들이.

남자는 자는 도중 몇 번을 깨었다. 어제 한 회식때 많은 술을 마셔서인지(남자는 주량이 그리 많지 않다), 아니면 잘 동안 켜 놓았던 에어컨 때문에 추워서인지, 아니면 건조한 공기 탓에 피부가 가려워서인지 알 수 없었다.

몇 번을 깨다가, 다시 잠이 들기를 반복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오후 3시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뜻하고 달콤해보이는 햇빛을 누워서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뭐라도 해야될 것 같은 마음에서다.

회사는 쉼없이 돌아갔다. 사람은 쉬는 일이 있어도 기계는 쉬는 일이 없었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한달에 이틀 정도 휴일을 가졌고 기계는 한달에 하루, 아니 한 시간도 쉬는 일이 없었다. 남자는 불만이 없었다. 휴일은 모두 특근으로 취급되어 1.5배의 수당이 지급되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가끔 남자는 기계가 불쌍했다.

아니 어쩌면 불쌍한건 남자일지도 몰랐다. 


어쨌든 남자는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했다.


할 일이 많았다. 집안 청소도 해야했고, 그림도 그려야했고, 빨래도 해야했다. 배도 고파왔기에 뭔가를 먹고 싶었고 간만에 휴일이라 그림도 그리고 싶었다. 소설도 써야했고..드라이브도 가고 싶었다.

그중 뭘 해야 할까. 망설일때마다 시간은 흘러갔다. 잠시 망설이는 사이에 한 시간이 흘러갔고, 남자는 제일 먼저 빨래를 하기로 했다.

빨래거리를 돌리고, 청소를 하려고 했지만, 남자는 생각보다 집이 더럽지 않아(?) 청소는 내일로 미루기로 하였다. 빨래를 하게 되면 집이 좁기 때문에, 이젤에 걸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수 없다. 그림도 미뤘다. 소설을 쓰기에는 날씨가 좋아 보였고...

남자는 결국 꽤 많은 일들을 미루게 되었다. 이렇게 미루다가 언제쯤 하게 될까. 남자는 문득 자기 자신이 한심해졌지만, 곧 그 기분을 털어내었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끝이 없는 법이다.

결국 남자는 드라이브를 가기로 하였다.


빨래를 돌리며 샤워를 같이 했다. 남자는 면도를 하며 열심히 돌아가고 있는 세탁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는데, 문득 누군가가 남자를 저렇게 깨끗하게 씻겨주었으면..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참 요새 나태해졌구나. 남자는 다시 고개를 돌려 거울을 바라보며 면도를 계속했다.

남자는 면도를 하면서 오늘 드라이브를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남자는 최근에 대부도를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대부도는 비록 서해지만 바다가 있었고(남자는 서해보다 동해를 더 좋아한다. 단순히 물이 더 맑기 때문이다. 서해는 뻘의 존재 때문인지 물의 색깔이 주로 회색인 경우가 많았다), 집에서 가까웠기 때문이다(차를 타고 약 30분이면 충분했다)

대부도로 가자. 남자는 샤워를 끝내고 컴퓨터에 앉아 '대부도 카페'로 검색을 했고, 그중 카페 게헨나 라는 가게를 가보기로 하였다.

나갈 준비를 끝내고 나자, 마침 빨래가 끝났다는 알림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건조대를 꺼내 이젤 앞에 배치하고, 빨래들을 건조대에 널고 집을 나섰다.


좋다. 참 좋다. 남자가 말리부를 타고 운전을 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었다. 물론, 남자가 전에 타던 차가 2007년식 트라제 XG라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워낙 오래된 차이기도 했고, 디젤차량이라 그런지 소음과 진동이 심했었다. 그러나 말리부는 좋은 만큼, 비싼 차였다. 남자는 말리부를 탈 때마다 조용한 실내와, 묵직하고도 빠르게 도로를 나아가는 운전감, 그리고 BOSE 스피커로 들리는 아름다운 노래에 만족했지만, '3100만원'이라는 차량의 가격이 늘 떠올랐다. 비싼 것이 늘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좋은 것은 비쌌다.

운전 도중 곁눈질로 바라보는 해가 지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은 '3100만원'이 주는 중압감을 덜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래. 회사도 성장하고 있고, 월급도 말리부의 할부금을 내기에도 충분하다. 열심히 사는거야. 저 먼 곳까지 뻗어나가는 바다처럼 멋지게 살아보자. 남자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카페 게헨나는 꽤 큰 카페였다. 게헨나는 총 2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메뉴와 인테리어는 다소 평이했으나 테라스로 보이는 바깥의 풍경이 꽤나 아름다웠다. 남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가며 카페 곳곳을 살펴보고, 사진을 찍었다.

남자는 원래 어딜 가든 사진을 잘 찍지 않는 편이었다. 뭐랄까. 그동안 SNS를 하지 않기 때문이었는데(남자는 브런치를 SNS라기 보다는 뭐랄까. 글과 그림을 올리고 그 결과물을 공유하는 하나의 커뮤니티로 인식을 하고 있다) 최근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했기 때문에 사진을 꽤 여러장을 찍었다.

남자는 그동안 열심히 그림과 글을 만들었고, 브런치에 결과물을 올렸으나 그동안의 통계를 보자면 브런치의 독자들은 글과 그림보다는 남자의 일상이나, 남자가 올리는 '생산직 시리즈'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그래서 남자는 인스타그램을 시작해보기로 한 것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남자의 글과 그림을 봐주면 하는 마음에. 남자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그렸던 그림들을 조금씩 올리고, 카페 게헨나에 관한 글들을 조금씩 올렸다.

곧 좋아요와 팔로우가 조금씩 늘어만갔다. 남자도 좋아요와 팔로우를 누르고, 일러스트를 그리는 사람들을 찾아 팔로우를 신청했다. 인스타그램은 남자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일러스트들도 많았다.


인스타그램을 살펴보고 있자니, 곧 진동벨이 울렸다. 남자는 1층으로 내려가 카운터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들고 2층으로 다시 올라가 흡연실로 들어가 담배를 한 개비를 피웠다. 남자는 담배를 피우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는데, 그것의 대부분은 회사에 대한 생각이었고 쉬는날에 멋진 광경을 보면서 회사 생각을 하는 것이 조금 슬퍼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남자의 삶은 대부분의 회사와 연관이 있었다. 버는 돈과 나가는 돈, 그리고 앞으로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남자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담배를 두 개비를 더 피웠고, 담배를 다 피우고 나자 게헨나의 카운터에 써 있던 '1시간 주차 후에는 맞은편 조개 이야기로 차를 옮겨주세요.'라는 글귀가 신경이 쓰여 가게를 나섰다.


주차에 대한 압박 때문이었을까. 남자는 지난번 대부도 나들이보다 뭔가 부족한 느낌을 받았고, 하루가 말끔한 기분을 받지 못한채 하루를 끝마쳤다.



P.S : 대부도에서 찍은 사진이 궁금하시다면.


https://www.instagram.com/jack_kim_88/?hl=ko

 


남자의 인스타를 방문해주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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