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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Mar 20. 2017

길거리에서 노래하는 사람

그 사람에게 이 만원을 내민 남자

(술기운이 오르는 도중에 쓴 글입니다.)

남자는 술기운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칵테일 바를 나섰다. 술기운이 돌지만 내일 아침 운전하는 것에는 지장이 없을 거야. 라고 생각하며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 역을 향해 가던 남자의 귀에 기타 소리가 들렸다.


어느 사람이 길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사람은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을 부르고 있었다. 하필이면 노래가 남자의 애창곡이었기에, 남자는 발길을 멈추고 노래를 듣기위해 발길을 멈췄다.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 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 볼 뿐 다가 설 수 없어-.


남자는 김광석의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김광석의 노래는 뭔가 현실에 발을 제대로 디디지 못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은 남자가 평생 느끼며 살아온 감정이었다. 언젠가 남자는 김광석의 인생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현실에 발을 디디지 못한 인생이라 하더라도, 비록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고 불렀어도,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은 옳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는 기둥에 기대어 서서 몇 곡을 들었다.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를 부르는 중간 중간에 자신이 매우 늦게 노래를 시작했다고 밝혔고, 몇 몇 풋내기다운 자세로 그 주장에 신빙성을 높였다.

남자는 풋내기 시절이 길었고, 이제 막 프로(전시회를 하게 된 것을 일컫는다.)의 길에 들어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프로 풋내기랄까. 덕분에 남자는 더욱 더 즐겁게 음악을 들었다.


세 곡째. 남자는 지갑을 꺼냈다. 지갑안의 현금은 이 만원이 들어있었다. 식사 세 끼 또는 담배 네갑. 남자는 담배 네 갑 보다는 오늘 노래하는 사람에게 들은 노래가 더욱 더 가치가 크다고 판단하고 이 만원을 노래하는 사람 앞에 놓인 기타 케이스 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잠시 쉬면서 물을 마시던 노래하는 사람이 고개를 꾸벅했다.


포기하지마세요. 수준이 어떻든 진심을 다해 예술을 한다면 누군가. 언젠가 반드시 알아 줄 것입니다. 힘냅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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