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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Mar 27. 2017

시상식과, 방청소 중에 나온 명함에 관하여

추억 상자

남자는 귀청을 찢는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채 뜨지 못한 눈을 반 쯤 뜨고 손을 더듬거려 알람을 찾아 끄고 난 후에 한 숨을 쉬었다. 알람이 없는 일상은 약 일 주일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오늘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미술대회의 시상식이 있었다.

남자는 지하철로 이동하기로 했다.  어차피 시상식에 출품한 그림은 크지 않아 손으로 옮길 수 있을 터였다(이것은 남자의 팔 다리가 긴 것이 한 몫 했을 것이다).


남자는 다소 일찍 전시회장에 도착했다.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구경했지만, 그래도 시간이 남아 전시회장 앞의 까페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키고,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하다가 다시 전시회장으로 돌아왔다.


시상식이 시작되고 나서, 남자는 언제쯤 자신이 상장을 받았는지 가늠을 해보았다. 글쎄. 군시절때 포상휴가가 마지막인가. 남자는 고개를 갸웃하고, 시상식에 집중했다.

동양화(주로 붓글씨를 출품한듯 했다)와 서양화(남자는 이쪽에 작품을 출품했다)가 같이 시상을 해서 그런지, 사람이 참 많이왔다. 얼핏 봐도 백 명은 넘는 숫자였는데, 저 인원들 앞에서 상을 받는다니. 남자는 왠지 떨리기 시작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남자는 '입상'을 하였는데, '입상'이라는 것은 장려상 비슷한 것 같았다. 제일 낮은 상이었고, 남자를 포함해 수상하는 사람이 약 열 명정도 될 정도였다. 남자는 협회의 이사장님이 주는 상장을 받고,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남자의 순서가 오기까지, 약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전시회장이 상당히 컸고, 그만큼 출품한 작품도 많았으며, 상도 참 다양했기 때문이다.


상장을 들고 사진을 찍는 남자의 머릿소게 온갖 생각들이 교차했다. '입상'='장려상'

장려상이라..뭔가 아쉬운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어쨌든 나의 그림을 사람들에게 공개했고, 나의 그림을 누군가가 좋아해준다는 모습을 본 것 만으로 남자는 만족하기로 했다(남자는 시상식이 열리기 전, 남자의 그림 앞에 서서 '이 그림 정말 이쁘네.' 라고 어떤 사람이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 남자는 계속 그림을 그려 왔고 (아직 시상식에 출품하지 않은 작품이 약 여섯 개 정도 되었다), 그릴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기회는 많을 터였다.


시상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남자는 생각보다 많이 지쳐 있다는 것을 느끼고 놀랐다. 남자의 생각보다 남자는 긴장을 많이 했던 모양이다. 남자는 방청소를 한 후에 오늘 하루를 정리해서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방청소를 자주하진 않았다. 굳이 횟수를 세자면 일 주일에 한 번 정도 했는데. 대신 꼼꼼하게 진행했다. 

바닥을 쓸고, 접착력을 가진 롤러의 모양을 한 청소도구로 먼지를 제거하고, 걸레로 바닥을 닦고, 행주로 가구들과 의자, 그리고 컴퓨터 용품등, 책의 외부등을 닦아 주었다.

남자의 책상 위에는 바구니가 하나 놓여있었는데. 지갑, 담배, 시계, 핸드폰 등 남자가 자주 휴대는 물건들이나 잡동사니가 들어 있는 바구니였다. 얼마전에 남자가 그 바구니에 와인을 조금 흘리는 바람에 바구니가 얼룩져 있었다. 남자는 바구니를 닦기 위해 안에 들어 있던 잡동사니들을 책상위에 쏟았고, 그 와중에 놀라운 물건을 발견했다.


헤어진 연인의 명함이었다.


남자는 한참동안이나 명함을 물끄러니 바라보았다. 명함에는 그녀의 얼굴 사진과 연락처, 회사 명과 근무지가 적혀있었는데, 그것은 남자에게 이상한 기분을 안겨주었다. 그래. 이 사람을 사랑한적이 있었지.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던 적이 있었지. 손을 잡는 것 하나도 우물쭈물해서 겨우 손을 잡아놓고는 팔과 다리가 동시에 나가서 그녀가 나를 보며 마치 로봇같다며 웃던. 


아주 맑고 순수했던. 찬란하게 빛나던 시절이 있었지.


남자는 잠시 회상을 하다가, 명함을 집어들었다. 나는 왜 지금까지 이 명함을 여기 두었던 것인가. 

이 명함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남자는 명함을 집어 들어 남자가 '추억 상자'라고 이름을 부르는 상자 안에 넣었다. 그 상자안에는 남자가 인생에서 행복했던 순간들과 관련된 물건들을 넣어 놓았는데, 내용물의 비중은 싱가포르 여행에 관련된 것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명함을 제일 위에 살포시 내려놓고, 상자를 조심스럽게 닫았다.


남자는 왜 명함을 버리지 못했는지, 스스로 생각했다. 의외로 답은 쉽게 나왔다. 남자는 아직 그녀를 잊지 못한 것이었다. 이별을 했고, 더 이상 사랑하지는 않지만,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헤어졌지만, 잊지 못하는 것이다.


그 때 마침 청소하느라 틀어놓은 스피커에서 넬의 '그리워하려고 해'가 나왔다. 그 노래의 가사처럼. 남자는 그냥 그리워하기로 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에 대해서.






P.S : 안녕하세요. 김성호입니다. 제가 오늘 대한민국나라사랑미술대전에서 '입상'을 받았습니다. 


오늘 상장을 받으며 앞으로는 브런치에서도 그림으로 여러분과 소통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저는 그림 관련해서는 다른 사이트에 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여러분들과 그림으로도 만나 뵈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아무쪼록 여러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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