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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Apr 05. 2017

다시 찾아온 기침

아플 때 먹는 짬뽕과, 미세먼지에 관하여

남자는 새벽 1시에 갑자기 찾아온 고통에 잠을 깼다. 목 뒷 부분에 불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잠결에 기침을 몇 번 하기도 한 것 같았고, 무엇보다 아주 날카롭게 느껴지는 고통이 뭔가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려주었다.

남자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지금 당장 뭘 할 수 있을까. 새벽 1시에. 남자는 가습기를 틀고 전기장판의 온도를 더욱 올렸지만 별 효과는 없어보였다. 환기가 안 되서 일까 싶어 창문을 열었지만, 마찬가지로 별 소용이 없었다. 남자는 기침을 진정시키려는 노력을 반 쯤 포기하고, 몸을 일으켜 옷을 입었다.


남자의 식성은 대체적으로 담백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으나, 신기하게도 감기 기운이 있거나 기침을 할 때면 매운 음식을 찾았다. 평소에는 신라면도 잘 먹지 못하는 신체가 강렬히도 매운 것을 원할때가 있다니. 남자는 이렇게 몸이 매운 것을 원할 때 마다 신기해 하곤 했다.


이렇게 가끔 밤에 감기에 시달릴 때면, 남자는 집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정도에 있는 24시간 중국집에 들리곤 했다. 꾸벅꾸벅 졸거나, 누군가와 잡담을 하거나, 아니면 핸드폰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직원들 사이에서 남자는 짬뽕을 시켜먹곤 했다. 뜨겁고 칼칼한 국물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면, 뭔가 고통이 경감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중국집에 들어서자 나른한 표정의 직원이 남자를 맞았다. 남자는 직원을 향해 

"삼선 짬뽕 하나주세요."

라고 말했다.




잠시 후에, 삼선 짬뽕이 나왔다. 음...이 내용에 대해 브런치에 글을 쓰려면 사진 하나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남자는 핸드폰을 들어 짬뽕 사진을 찍고(남자는 평소에 음식 사진을 잘 안찍기 때문에, 조금 생소했다) 뜨거운 국물을 들이켰다.

역시나 목이 좀 진정되는 느낌이 들었고,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짬뽕을 비웠다.


짬뽕을 다 먹고 나서, 남자는 중국집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평소 감기도 잘 안걸리는 남자가 왜 다시 기침을 하는가. 에 대해 잠시 고찰을 했다. 

몸이 약해졌나. 아직 바뀐 패턴에 몸이 적응을 하지 못하였나. 최근에 방청소를 언제 했더라.

남자는 여러가지 요인을 고려하다가, 문득 자신이 앉은 의자에 팔걸이에 팔을 올렸다.

...??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팔을 들어보니 의자 전체가 모래 먼지에 쌓여있었다. 새벽이라 눈치 채지 못한 것일까. 남자는 핸드폰으로 손전등을 켜 의자를 잘 살펴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의자 뿐만 아니라 테이블, 의자들 모두 먼지가 가득 쌓여있었다. 아니, 조금 더 자세히 보니 거리 자체에 먼지가 가득했다.

...미세먼지 때문이구나. 남자는 감기의 원인중 제일 큰 요인을 미세먼지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겉옷을 벗었을 때 허공에 휘날리는 아주 많은 먼지의 양을 보며, 아마도 자신의 생각이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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