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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Mar 06. 2017

하루의 절반은 게으름, 나머지 절반은 성실.

남자가 가진 아주 게으른 꿈.

남자는 느지막한 오후에 일어났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시간은 정오에 가까워 있었다.

몇 시간을 잔거지...남자는 어제 잠들었던 시간과 상황을 생각했다.

누워서 핸드폰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다가 잠이 들었다. 오후 9시 무렵 이었던것 같은데.

대충 16시간을 잔건가.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핸드폰으로 몇 가지 정보를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제일 먼저 집 밖으로 나가 벤치에서 담배를 웠다. 남자는 담배를 배운지 8년이 되어갔는데, 담배는 남자의 하루 곳곳에 있었다.  하루의 시작도, 마무리도 담배와 함께 하는 것이 습관이었다.

언젠간 끊어야 하는데. 남자는 꽁초를 벤치 옆에 위치한 쓰레기통에 던지고, 불이 꺼졌는지 잘 확인한 다음,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난 후에, 남자는 핸드폰과 담배, 지갑을 챙겨 길을 나섰다.


남자는 오늘 할 일이 몇가지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공모전(소설부분)에 참가하고, 공모전(일러스트)에 참가하고, 그라폴리오에 그림을 올려야했다. 남자는 회사를 쉬는 날이면, 한 끼 정도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곤 했는데, 그것은 남자의 소소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남자는 오늘, 초밥 뷔페를 갈 예정이었다.


남자가 가는 초밥 뷔페는 평범한 체인점의 초밥뷔페였다. 점심 기준으로 만 육천원. 남자는 키가 컸고, 과거에 이런 저런 운동을 해서 먹는 양이 적지는 않았다. 평소에 회사를 다닐 때는, 적은 월급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 천원에서 오천원 사이의 가격으로 식사를 때우지만, 며칠에 한 번쯤은 자신이 만족하는 식사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남자는 해산물을 좋아했고, 그렇게 훌륭한 질은 아니지만 해산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초밥 뷔페는 남자가 자주 들리는 식당 중 하나였다.


초밥 뷔페에서 약 여섯 접시를 먹고 다시 집에 돌아온 남자는, 전기장판을 키고 방바닥에 누웠다. 어차피 초밥 뷔페까지는 걸어서 약 이십분 거리에 있는 곳이기 때문에, 식후 운동은 다 했을 것이다. 라고 자기 자신을 합리화 한 남자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약 세 시간 정도 뒹굴거렸다. 남자는 딱히 의미있는 일을 하지 않았다. 의미없는 동영상들을 보고, 핸드폰으로 게임을 했으며, 잠깐 졸기도 하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도 마시고, 담배도 피웠다.


약 세 시간의 게으름은 남자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남자는 자신이 원래 게으른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모두가 그렇듯이 지나치게 열심히 살고 있었다. 회사 생활은 남자 한 명 책임지기에도 벅찼고, 더불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남자의 체력과 정신력에 벅찬 일이었다. 회사와 그림, 글을 병행하는 평소 생활은 남자의 성실함에 약 두 배를 요구했기에, 남자는 쉬는 날이면 두 배 정도 게으르게 살고 싶었다.

남자는 가끔 아주 게으른 꿈(이 꿈은 사람들이 말하는 '한 번 쯤은 해보고 싶은 것'의 범주에 속한다.')을 꾸곤 했는데, 한 달정도 숲 속에 있는 통나무집에서 먹고 자고, 게임을 하고, 책을 읽고, 담배를 피우면서 무의미한 한 달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아직 그럴 수 있는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가끔 이런 소소한 게으름을 피우며 그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었다.


세 시간의 만족스러운 게으름을 보내고 나서, 남자는 컴퓨터에 앉았다. 다시 성실하게 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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