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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May 10. 2017

꿈의 무게

그리고 삶의 무게

남자가 휴일을 가지지 못한지 거의 한 달이 지나갔다. 남자는 확실히 지쳐있었다. 그 증거로 지난 주 주말에 웨딩홀에서 일을 할 때, 게으름을 피우는 여자아이들을 보고 화를 낸것이 증거였다.


평소같았으면 별로 화날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여자아이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 남자와 별로 큰 상관은 없었다. 다소, 조금 일이 느려지는 것 뿐이었다. 

그런데 화가 났다. 왜 저들로 인해 나는 피해를 봐야하는가. 얼른 일을 끝내고 마치고 싶은데. 어서 집에 가서 조금이라도 쉬고 싶은데. 남자는 울그락불그락 얼굴을 붉히며 여자아이들에게 어서 일을 하라고 나지막히 말했고, 여자아이들은 투덜거리며 일을 시작했다. 일이 끝날 무렵에는 소문이 퍼졌는지 몇 몇 여자 아이들이 남자를 쏘아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어서 집에 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집에 와서 전기장판 위에 누웠을 때는, 미안함이 고개를 들었다.


남자의 꿈은 아주 컸다. 소설과 그림을 그리고 사는 것이었다. 남자는 소설을 쓸 때는 아주 힘이 들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남자가 해 본 일 중에 제일 어려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주제를 정하고, 스토리를 짜고, 기 승 전 결을 짜고, 각 문단을 짰다. 그 틀 안에서는 떠오르는 단어들을 문법에 맞춰 조합했다. 그 조합들이 독자의 머리속에 어떤 이미지로 떠오르는지, 독자에게 어떤 생각을 하는 지. 그리고 그것이 남자의 의도대로 흐르는지. 

그림을 그릴 때는 그것보다는 조금 쉬웠지만, 돈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었다. 그래도, 그 두 가지 일을 할 때 남자는 제일 행복했고, 그것을 하면서 살면 그나마 마음이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 것이 아주 어려운 일임을 알았고, 그 꿈의 무게를 알았기에, 늘 그 무게를 감당하려 애썼다.


그러나 삶은 더 막중한 것이었다. 굳이 구분하자면 꿈은 삶의 안에 포함이 되어 있는 것이었다. 남자가 살아 있어야 꿈은 지속되는 것이었고,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이지..너무나 힘든 것이었다. 적어도 하루에 한 끼는 식사를 해야 했고, 늘 어디선가 다가오는 스트레스와 싸워야 했으며, 납득되지 않는 일에도 고개를 끄덕여야 했고, 문명인으로써 살아가기 위해 늘 돈을 지불해야했다. 돈을 지불하기 위해 벌어야했고...번 돈은 다시 나갔다.


남자는 꿈을 지탱하기 위해 사는건지, 살기위해 꿈을 꾸는건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었다. 꿈을 위해 돈을 벌었지만, 돈을 벌기 위한 노동으로 인해 피로가 쌓여갔다. 남자는 요새, 글이 잘 안써진다는 것을 느꼈다. 육체의 피로인가. 정신의 피로인가. 둘 다 모두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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