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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Aug 31. 2017

숙식노가다. 일명 숙노라고 불리는 직업에 대하여 -3-

3. 시작하기도전에 알게 된 폐해에 관하여.

남자는 인크루트, 잡코리아, 알바몬 등을 뒤져가며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했다. 거의 대부분의 공고글은 비슷했고 내건 조건도 비슷했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모든 공고들이 긍정적인 면만 비추는 것이 불안했다. 그렇기에 남자는 공고보다, 그 일을 다녀온 사람들이 남긴 후기를 찾아보기로 했다.


구글에 '숙노 후기' 라고 치자, 다양한 글들이 쏟아졌다. 남자의 생각보다 젊은 사람들이 '숙노'를 경험해 본 빈도는 매우 높았다. 대부분의 글들은 '숙노 0일차다. 질문받는다', '숙노 xx. 하지마라' '50공수 채웠다' 등의 제목을 띄고 있었는데, 흥미가 생긴 남자는 여러 글을 읽어보았다.


글의 내용은 대부분 절망적이었다. 주로 일하는 현장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공고보다 공수가 적다는 글도 있었고(그 글의 주인공은 한달에 약 15공수 밖에 하지 못했다. 아마 비가 자주오는 여름철이라 그런 것 같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고는 잔업 가득, 실내 작업이라 날씨에 상관없이 작업가능. 이라는 내용이 많았다), 팀장이 돈을 안준다는 내용도 있었고, 같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사람이 기숙사 내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등, 끔찍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물론 자신이 한달에 50공수 이상을 해서 한달에 500만원을 받았다는 글도 있었다.

음. 확실히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긴 하구나. 하고 남자는 생각했다.


그런데 아주 눈에 띄는 글이 있었다. 글의 제목은 '야 xx. 이거 팀장이 통장을 달라는데 원래 숙노 다이렇냐'

라는 내용이었다. 남자는 글을 클릭해 내용을 읽어보았다.

본문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지방으로 내려가 팀장을 만나니까 통장을 아예 새로 만들어 카드와 함께 자신을 주고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더라. 이거 대포통장아니냐. 이거 심각한 문제인것 같다. 근데 알아보니 모두 그렇게 하더라. x같다.


이런 내용이었다. 뭐. 대포통장? 남자는 검색어를 '숙노 통장'이라고 바꾸어 인터넷에 다시 검색해보았다.

끄윽-. 끔찍해. 남자는 기겁을 했다. 위에 적은 글쓴이의 말대로 그것은 일종의 관행 같았다. 남자는 왜 그런일이 일어나는지 많은 글들을 읽으며 정보를 수집했다.


남자가 알아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건축회사에서는 주로 하청을 고용하여 공사를 진행하는데. 하청을 주는 방식은 팀장(오야지)에게 기간이나 구역을 정하고

'우리 측에서 일당 얼마 계산해서 0000만원을 줄테니 공사 해주시오.'

하면은 팀장이 그 금액으로 공사기간이나 자재등을 생각해서 사람을 고용하고, 숙식을 제공하는 형태다.

그런데 회사측에서는 숙련자와, 비숙련자의 임금을 크게 차등하지 않고 지급한다. 보통 하루 일당을 13정도 계산해서 주는데, 회사에서 숙련자라고 해서 더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숙련자인데 초보와 같이 일급을 준다면, 그것은 이상한 일일것이다. 때문에 팀장은 초보의 단가를 10으로 정하고, 숙련자를 15~20정도로 정한다. 

그런데 팀장은 숙식도 제공을 해야한다. 그 숙식비용은 따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수주 받은 0000만원에 포함된 돈이다. 물론 회사에서는 숙식비를 따로 제공하는 것은 아니기에, 팀장은 숙련자에게 줄 추가적인 수당(회사에서는 하루 일당 13으로 측정했으나 숙련자는 15를 받기를 원함)과 숙식비를 마련해야한다.

그런데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느냐. 그것은 바로 초보자에게 13을 주는 것이아니라 10을 주는것에서 나오는 3만원의 추가 일당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건설업의 임금은(희한하게도 보통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법이다) 일한 근로자의 명의의 통장으로만 넣을 수 있게 끔 되어있기 때문에, 팀장은 초보자의 통장에 들어오는 하루일당 13중에서 10을 뺀 3만원을 자신의 통장에 넣는 것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보자면


초보가 약 50공수를 했을 때, 회사측에서 정한 임금으로 따지자면 


50x13 = 650


이라는 월급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650만원이 초보자의 통장에 입금되면 팀장은 


50x10 = 500


을 계산하고, 나머지 150만원은 따로 인출을 하는 것이다.



이 행위는 현장에서 '똥떼기'라는 단어로 표현이 되는 것 같았는데. 남자는 매우 끔찍한 행위라고 생각되었다. 게다가 이 현상을 조사하다 알아낸 것은, 다양한 구직사이트에 올라온 공고를 통해 이 일을 시작하면 소개비(15~20만원)를 그 공고를 올린 회사에 내야 된다는 것이다.


진짜. 와. 너무 한다. 남자는 끔찍한 감탄사를 몇 번이나 연발했다. 물론 하루 일당 10만원이 적은 금액은 아니다. 그리고 팀장에 근로자에게 10만원을 약속했다면, 10만원을 지급하는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착취였다. 게다가, 통장을 타인에게 빌려주는 것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명백한 위법행위기도했다.

건설현장의 관리자들도 이 문제를 알고 있고, 노동청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나 관행이라는 것 때문에 다들 쉬쉬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인 것 같아, 남자는 더 분노했다.

하긴, 남자는 팀장들이 하루에 50도 넘게 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상하다 싶었다. 아무리 그 사람이 기술이 좋고 근면하더라도 어떤 일을 했을때 하루에 50만원을 넘게 버는 것이 가능한가.

그러나 위의 계산법을 따르면 초보자를 약 15명정도 데리고 있다는 전재하에 하루에 약 45만원의 팀장의 추가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팀장의 입장에서 고려해본다면 숙식을 제공하는 것이 있지 않냐.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숙식비라봤자 


월세 : 20~40(지방은 월세가 싼 곳도 많다. 게다가 대부분의 숙노는 2~3명이 한 숙소를 쓰고 있었다.)

식사 : 5000~6000 x 3 x 30 = 450000~540000


1인당 많이 지출된다고 해봤자 60~70 선이다. 150이 남는다고 가정했을때 약 한달에 70~80만원을 떼어가버리는 것이었다. 


남자의 생각으로는 어떤식으로 생각해도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나오질 않았다. 참나.

결국 초보자는 돈을 두 번이나 윗사람들에게 떼이는 식이었는데. 1차로 직업소개소에 돈을 떼이고, 2차로는 팀장에게 떼이는 식이었다. 물론 직업소개소에는 처음 한 달만 지급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팀장에게는 매달 적지 않은 금액을 떼이는 것이다. 


안 되. 이건 아니야. 남자는 '숙노'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누군가는 말 할지 모른다. 그래도 일당 10은 적은 금액도 아니고, 모두들 그렇게 하는 데 그거 하나 못 참느냐고.

그러나 남자는 말하고 싶다. 아닌건 아니다. 통장을 타인에게 빌려주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고, 13만원이 통장에 들어오고 10만원을 쓴다면 연말정산시에 세금을 추가로 내야하는 등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 그리고 팀장이 좋은 사람이라면 다행이지만 팀장이 만약 나쁜 마음을 먹었을 경우 신용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었다.


남자는 이 일을 시작하기 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했지만, 이 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내렸다. 그리고 그저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고 싶은 청춘들의 마음을 억울하게 하는 여러 사람들을 생각했고, 이런 폐해가 어서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그저 정당하게 일하고, 일한 만큼의 돈을 받기를 원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을 했다. 흔히들 말하는 '어른'들의 말을.

"젊은 사람들은 힘든일을 안하려고 해."

사람이 어떤 일을 기피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일이 힘든것이 싫은 경우도 있지만, 현장 사람들의 거친 성격(보통 일을 잘 가르쳐 주지 않는데,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하면 당연히 이상하게 일이 진행이 되고, 더 이상하게도 욕을 들어 먹는다. 신기한 일이다.)이라던지, 아니면 이런 '똥떼기'(정말 단어도 더럽구먼)때문이기도 하고, 또 여러가지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의 의문은 들었다. 시공사에는 왜 숙련자에 대해서 제대로 대우를 하지 않는가. 만약 숙련자에게 제대로 된 금액을 책정한다면 이런 문제는 조금 줄어줄 수도 있는 것 아닐까.

물론 숙련자에 대해 금액이 측정된다 하더라도 '똥떼기'는 계속 될 것 같기는 했지만.


남자는 다시 구직 자리를 찾아보기로 한다. 모든 직업이 단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정말이지 이 정도의 끔찍한 단점을 가진 직업은 처음보는 것 같다는게 남자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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