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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Aug 31. 2017

숙식노가다. 일명 숙노라고 불리는 직업에 대하여 -2-

 '기초 건설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을 받는 법.

남자는 오전 8시 반쯤. 교육장이 있는 부천역에 도착했다. 전날 남자의 방에 숨어든 한 마리의 귀뚜라미 때문에 잠을 설친 남자는 피곤한 탓에 배가 고픈 건지, 아니면 배가 아픈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삼십 분의 틈새시간에 아침을 먹기로 하고, 롯데리아로 갔다.

롯데리아에 도착한 남자는 A-Z버거(통칭 아재 버거)를 시키고, 자리에 앉아 방에 숨어들었던 귀뚜라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귀뚜라미는 남자가 보지 못하는 방 사각을 사각-. 사각-. 하고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다녔는데, 한 번이라도 울음소리라도 내었으면 있는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었을 텐데, 한 번도 울지를 않았다.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탓에 귀뚜라미를 찾을 수 없었고, 날이 밝고 귀뚜라미가 남자의 머리맡에서 움직임을 멈췄을 때야 그 사각-. 사각-. 소리가 귀뚜라미가 낸 소리임을 알고는 안도했고(그것이 바퀴벌레가 아님에), 안 쓰는 유리컵을 이용해 포획한 후에 조심스럽게 봉투로 옮겨 밖에다가 놓아주었던 것이다.

왜 귀뚜라미는 한 번도 울지 않았을까.


남자는 아재 버거를 먹고, 담배를 한 대 피우고 교육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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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교육장 입구에 서있는 접수대에 가서 교육을 받기 위한 접수를 했다. 접수대에 서 있던 여자 강사님이 교육비는 4만 원, 네 시간 동안의 안전교육을 들은 후에 이수증을 수료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수증 작성에 필요한 생년 월일과 핸드폰 연락처를 적었다.

"혹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아시나요?"
남자는 현장에서 배관 쪽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배관, 아마 용접 쪽 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라고 대답했고, 여자 강사님은 종이에 '용접'이라고 적었다. 남자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중년의 남자 두 명은 남자가 '용접'이라고 대답하자, 놀란 듯이 남자 쪽을 쳐다보았지만 남자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강의실에 입장하자 약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모여 있었다. 기다란 테이블에 놓인 의자에 드문드문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니, 젊은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중장년(40~60살) 정도 돼 보이는 사람은 약 일곱 명 정도였고, 나머지는 청년층(20~30살)이었다.

남자는 살면서 중장년층의 사람들이

"요새 사람들은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해. 손에 기름 묻히면 죽는 줄 알아 아주."

라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그것이 꼭 맞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생각보다는 성실한 청년이 많은 거 같은데.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수업은 50분을 진행하고 10분의 휴식시간을 가지는 형태로 총 4교시로 진행되었다. 수업 내용은 말 그대로 기초안전교육으로 산업 재해를 입는 사람들 중 약 60%는 처음 현장을 시작한 초보자라는 것. 현장에서 위험한 요인 등을 사전에 설명하고, 실제 일어났던 안전사고를 예로 들어 어떤 면에서 주의해야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식이었다.


건설현장은 여러 파트가 존재하고, 각 파트마다 위험성이 늘 도사리고 있었다. 용접은 용접을 할 때 튀는 불티가 인화성 물질(나무나 종이 등, 쉽게 탈 수 있는 물질)에 닿아 화재가 일어난다던지, 주위에 가스가 존재하는 상태인데도 확인하지 않고 용접을 시도해 폭발하는 사고 등이 많았고 높은 곳에서 작업할 시 꼭 해야 할 안전 고리, 개구부(바닥이 뻥 뚫린 곳)를 확인하지 않고 지나가다가 추락하는 등...


사실 남자는 용접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21~22살 때, 전문학교에서 배웠던 전공이 비파괴검사인 탓에 울산에 있는 조선소에서 일을 해봤기 때문이었다. 몇천 도가 넘어가는 불꽃과 늘 사용하는 가스. 잠깐 실수하면 몇 명이 휩쓸리는 폭발사고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었다. 남자의 생각으로는 이 수업은 아주 유용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2교시가 끝나자, 강사님이 차례로 나와 이수증에 들어갈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했다. 수강생들은 차례로 사진을 찍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수업이 끝나자 강사님이 OX퀴즈를 진행하였는데, 이것은 학원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한 것 같았다. 몇 번의 OX퀴즈를 진행해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한 명에게 강사님이 상품권을 전달하였는데 남자는 2번째 문제에서 틀려버렸기에 상품권의 내용을 알지는 못했다. (무슨 상품권인지, 얼마의 가치를 지녔는지 조금 궁금하긴 했다)


그렇게 교육을 다 받고 나자, 이수증이 나왔다.


남자가 받은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  글을 쓰며 사진을 찍어 뒷면에 글의 내용이 나왔다.



교육이 끝난 시간은 오후 한 시였다. 남자는 이수증을 지갑에 넣고,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다시 구직 정보를 알아보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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