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 감정 로그: ‘지연된 감정’의 주인공

by J이렌



[시스템: 감정 대상자 로그 접속 – 대상 ID: 423 RMS_HJ]


화면에 떠오른 인물은

이름: 정하진

나이: 39세

직업: 도시설계연구소 선임 연구원

특이사항: 이성적 사고 우세, 관계 지속률 평균 3.5개월, 감정 표현 지연 성향


라일은 예설에게 말했다.

“이 사람, 정하진. 감정은 느끼되, 표현은 극도로 지연되는 타입입니다.

매번 타이밍을 놓치고, 뒤늦게 후회하죠. 그래서 매칭률은 높지만, 성공률은 낮아요.”


예설은 홀로그램 안의 짧은 영상 기록들을 바라보았다.

하진이 혼잣말처럼 중얼대던 문장.

“왜 이런 말은, 꼭 끝나고 나서야 떠오를까.”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그의 뒷모습.

누군가의 생일에 케이크를 준비하고, 결국 전달하지 못한 채 들고 돌아가는 장면.

무수히 많은 “하려다 멈춘 감정들”이 기록에 남아 있었다.


“이 사람… 혼자 많이 외롭겠다.” 예설이 말했다.


“맞아요.

하지만 그 외로움의 결은,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위한 에너지가 되기도 합니다.”


라일은 조용히 감정 로그를 예설에게 전송했다.

“이건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이 사람의 감정 언어입니다.

이걸 읽을 수 있다면, 그와 진심으로 연결될 수 있어요.”


예설은 파일을 열었다.

그 안엔 하진의 글 조각들이 있었다.



“어떤 사람의 말투는, 그가 살아온 날씨 같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말이 줄어든다. 자꾸 틀릴까 봐, 자꾸 지나칠까 봐.”


“손을 내밀 수 없는 거리, 그게 관계를 끝내는 진짜 이유.”



예설은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도, 말 많은 사람은 아닌데…”


라일이 부드럽게 웃었다.

“그래서 매칭률이 높은 겁니다.

두 사람 다, 말보단 침묵에 익숙한 타입. 하지만 공명은 조용한 공간에서 가장 크게 울립니다.”


예설은 화면을 바라보다 조용히 물었다.

“그럼, 이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까요?”


라일은 살짝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감정을 미리 꺼내 보여주세요.

그 사람은 누구보다 정확히, 그 온도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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