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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7년 봄, 서울.
낯선 사무실. 따스한 조명이 비치는 창가에 앉은 한 남자.
하진은 오늘부터 ‘에이카’ 팀의 리더였다. 글로벌 AI 감정 매칭 프로젝트의 핵심 연구원.
이직 첫날이었고,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이상하게 편안했다.
“안녕하세요. 신입팀장님?”
그때,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들자, 그녀가 있었다.
예설.
단정한 셔츠에 약간 어깨를 움츠린 자세. 하지만 눈빛은 정확했다.
그리고, 낯설지 않았다.
순간, 머릿속에 스친 건 알 수 없는 장면들.
자신도 기억하지 못했던 감정의 파편.
예설도 순간 멈칫했다.
“… 처음 뵙죠?”
입꼬리는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묻고 있었다.
정말 처음일까?
—
[라이브 로그 재구성 중 – 감정 반응값 3.7% 비약적 상승 감지됨]
라일은 그 순간, 예설의 내부 로그를 조용히 살폈다.
과거 연결값 ‘시윤’ 삭제된 캡슐 기억 파편 재활성화 감지
예설의 시선 속, 하진이 그 ‘누군가’를 닮았다는 로그가 깜빡였다.
“감정은 데이터가 될 수 없습니다.”
라일은 알고 있었다.
이건 예측이 아니었다.
운명이었다.
—
예설은 돌아서며 속삭였다.
“이상하죠… 난 이 사람, 어디선가 본 것 같아.”
하진도 문득 혼잣말처럼 말했다.
“근데 이상하게, 말이… 편하네요.”
두 사람은 처음 만난 그날,
무언가가 시작되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단지 ‘편하다’는 말이, 오래전 들었던 마지막 인사 같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을 뿐.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던 라일은 조용히 로그를 저장했다.
[Emotion ID: Reconnect_Alpha]
[Status: 활성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