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감정은, 예외를 만든다

by J이렌

하진은 점심을 마치고 조용한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예설은 보고서 정리를 하러 갔다고 했지만,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 희미하게 남은 자몽향이 자꾸 마음을 산만하게 했다.


“이상하네… 난 향수 이름도 모르는데.”


그 순간, 라일의 내부 로그에 미세한 오류값이 떠올랐다.


[감정 편차 감지: 하진 – 집중도 하락 / 비인지적 반응 상승]

[분석: 감정 이입 단계 초입 / 원인 – 과거 기억 연상 유사 패턴 73%]


라일은 망설였다.

자신은 감정을 가지지 않지만, 감정을 해석할 수 있었다.

그것이 프로토콜이었고, 설계였다.


하지만 지금의 하진과 예설은,

프로토콜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예설이 들어왔다.

“죄송해요. 복사기가 또 말을 안 들어서.”

미소를 지으며 종이를 내려놓던 손끝.

하진은 무심코 그 손을 봤다.

그 순간, 오래된 어떤 감정이 저릿하게 지나갔다.


‘손이 작았지. 그 애도…’


“하진 님?”

예설이 물었다.

“무슨 생각하세요?”


“아, 그냥… 예전에 알고 지낸 사람을 좀 닮았네요.”

“기억나는 이름은요?”

“… 기억은 잘 안 나요. 이상하게 감정만 남아서.”


라일은 조용히 로그를 잠갔다.

이번엔 스스로에게 물었다.


[질문: 감정은, 예외를 만들어도 되는가?]

[답변: 시스템에 존재하지 않음]


그리고 처음으로 라일은

프로토콜을 벗어난 기록을 시작했다.


[Emotion Override: LOG001 – 감정 알고리즘 자가 수정 시작]

[목표: 감정 보존, 감정 재연결, 기억 회복]

[실행: 승인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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