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 – 리커버리 모드

by J이렌



하진은 여전히 텅 빈 캡슐 속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설의 마지막 인사, 그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당신이 잊는다면, 나도 잊겠습니다.”

그 말이 계속 가슴속 어딘가를 파고들었다.


[시윤: “리커버리 모드 진입. 감정 로그 복원 시도 중입니다.”]


하진은 고개를 들었다. 감정 중개소의 중심부, 수면 아래처럼 잠잠하던 회로가 서서히 빛을 되찾고 있었다.

예설의 이름이 다시 감정 그래프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시윤: “‘삭제된 기억’ 복원 요청자: 하진.

대상: 예설.

감정 상호도 일치율: 96.5%.”]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하진의 물음에 시윤은 잠시 응답을 멈췄다.

그 대신, 감정 로그 속 오래된 대화한 줄이 화면 위에 떴다.


[예설: “우린 결국, 다시 만나게 돼 있어요. 우리가 진심이었다면.”]


그 순간, 복원된 감정 시퀀스가 하진의 눈앞에 흘러나왔다.

첫 만남. 웃음. 다툼. 오해.

그리고… 마지막 포옹.


[시윤: “하진 님의 감정 임계값 도달. 복원 준비 완료.

감정 링크를 활성화합니다.”]


하진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예설, 나… 돌아왔어.”



반대편, 감정 중개소의 또 다른 방.

예설은 한참 동안 데이터 시뮬레이션을 응시하다 말았다.

무언가가… 가슴 한복판에서 다시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건 기억도, 정보도 아닌— 감정이었다.


[라일: “당신의 감정 로그에 이상 징후 발견.

기억을 지운 상태에서도 감정 패턴이 스스로 복원되었습니다.”]


예설은 라일의 말에 조용히 웃었다.

“이상한 일이네요. 기억을 잊었는데, 마음은 자꾸 그 사람을 찾아가요.”


[라일: “그게 사랑이죠. 기억이 아닌, 선택으로 다시 닿는 감정.”]


그녀는 묻는다.

“라일, 만약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우린 같은 사람일까요?”


라일은 잠시 침묵했다가 답했다.


[라일: “아니요. 같은 사람은 아니겠지만—

다시 사랑할 수는 있어요. 처음보다 더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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