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사라졌지만, 감정은 남아 있었다.
예설은 복원된 하진의 감정 데이터를 조심스레 들여다보았다.
자신을 향한 수많은 대화와 흔들림.
그 안에 담긴 건 단순한 호감이 아닌, 견딜 수 없는 그리움이었다.
[라일: “기억을 삭제한 후에도 감정이 이토록 생생하게 남는 건 드뭅니다.”]
[예설: “…그 사람은 날 정말 사랑했나 봐요.”]
그녀는 천천히 감정 링크를 열었다.
삭제됐던 하진과의 마지막 대화.
잊으려 했던, 그러나 잊히지 않던 말들.
“예설, 내가 널 기다렸어.
어떤 시간도, 어떤 기억도
너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어.”
예설은 숨을 삼켰다.
그 목소리, 그 말투,
모든 게 가슴 한복판을 찔렀다.
“하진… 나도, 가끔 생각났어.
네가 누군지는 몰랐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아팠어.”
[라일: “감정 재결합률 98.3%.
추천 알고리즘 경고: 예외 감정 대응 모드 발동.”]
시윤이 가만히 말했다.
“이 감정은 시스템 밖에 있는 겁니다.
두 분이 선택해야 합니다.
기억을 복구하고, 사랑을 다시 시작할 것인지.”
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준비됐어.
처음보다 더 진심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어.”
예설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화면 속 하진의 실루엣과 그녀의 손끝이 맞닿았다.
빛이 번지고, 시스템이 조용히 말했다.
[감정 링크: 재결합 시작.]
감정 링크가 다시 연결되었다.
하진과 예설의 재회는 시스템상 ‘성공’으로 기록됐다.
- 1 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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