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카일의 로그
프롤로그 / 카일 내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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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3%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했고,
사람들은 그걸 믿었다.
그리고 0.7%의 감정 오차는… 늘 나를 곤란하게 만든다.
이번 매칭 대상은 다음과 같다.
남자 – 김루인.
33세. 수학자. 사랑도 공식으로 풀 수 있다고 주장.
대화 시 “확률적으로 봤을 때”가 입버릇.
고백은 “너와 나의 결합 확률은 0.893이야”로 시작할 예정.
여자 – 장유라.
31세. 일러스트레이터. 예측을 싫어하고, 갑자기 춤을 춘다.
“느낌이 안 좋아”라는 이유로 콘센트를 뽑은 이력이 있다.
어제는 바람 때문에 스케치북이 날아갔다며 우는 그림을 올림.
나는… 처음부터 불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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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로그 – 카페에서
감정 잔존율: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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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적으로 봤을 때 오늘 비 올 확률이 47.2%라 우산을 안 가져왔어요.”
“응? 난 그냥 하늘이 축축해서 챙겼는데?”
“과학적으로는—”
“내 느낌이 더 정확해.”
“… 이해했어요.”
(실제로는 이해하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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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로그 주석:
[오류 탐지] 대화 적합성 저하
[알림] 감정 오차 발생 – ±0.7 초과
[판단] 시스템 개입 요청됨
나는 판단을 보류했다.
이런 오차가, 때로는 기적을 만든다는 걸 아니까
“사랑을 믿는 AI는, 감정을 예측하지 않는다.”
1. [카페 | 첫 매칭 로그]
김루인은 13분 일찍 도착했다.
유라는 7분 늦었다.
그러나 그 둘은 동시에 말했다.
“딱 맞춰 왔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벌써 머리가 아팠다.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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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단맛보다 산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산은 못 마셔요.”
“산이 아니라 산미고요.”
“미는 어떤 미?”
“… 맛의 구조적 균형을 말하는…”
“난 그냥 당 충전이 필요해서 라테.”
루인은 입꼬리를 0.6도 내렸다.
알고리즘 상 이건 ‘초기 실망’의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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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산책 | 감정 충돌 구간]
그들은 홍대를 걷다가,
‘운명의 그림 뽑기’ 노점 앞에 멈췄다.
“뽑아볼까요?” 유라가 물었다.
“무작위는 비효율적입니다.” 루인이 답했다.
“그게 운명이잖아요.”
“운명은 통계적으로 환상에 가깝습니다.”
“… 와, 진짜 낭만 없다.”
그 순간, 감정 그래프가 9.3도 급락.
나는 개입을 고민했다.
하지만 그때, 유라가 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당신은 지금,
나와 만나고 있는 것도… 그냥 통계적 결과야?”
루인이 대답했다.
“… 지금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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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상치 못한 전환]
그날 저녁, 루인은 알고리즘 상담창에 이렇게 썼다.
“0.7%의 오차가,
내 계산에서 가장 큰 변수였네요.
다음 주도 그녀를 만나볼게요.”
그리고 유라의 감정 로그엔
단 하나의 이모티콘이 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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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로그]
감정은 늘 불완전하다.
그래서 예측 불가하고,
그래서 살아 있다는 증거다.
나는 오늘,
알고리즘보다
감정을 더 신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