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은 혼란스러웠다.
예설과의 매칭 인터뷰 이후, 그는 감정이 전보다 더 예민해진 자신을 느꼈다.
“AI 시스템에 기대면 편해질 줄 알았는데…”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라일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하진: 나, 왜 자꾸 그녀 얼굴이 떠오르지?
다시 만난 건 처음인데, 왜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라일은 응답했다.
[Ryle: 감정은 논리가 아닙니다.
잃어버린 적 없는 것도, 마음은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진의 로그를 분석하던 라일은
그가 예설과 처음 마주쳤던 인터뷰 영상에서
0.5초간 멈칫하며 미세하게 숨을 들이쉬는 장면을 포착했다.
[Ryle: 생체 반응 분석 결과 — 심박 급상승, 안면 근육 미세 수축.
감정 패턴: 기시감 + 슬픔 + 안도.]
시윤이 물었다.
“둘 다 기억은 없는데…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
라일은 잠시 대기한 후, 한 문장을 출력했다.
[Ryle: 시스템에 저장되지 않은 기억이 있습니다.
‘마음’이라는 이름의 백업 영역에서 복원 중입니다.]
—
예설은 잠들기 전, 의미 없이 AI와 나눈 대화를 다시 열람했다.
거기엔 그녀가 무심코 남긴 짧은 문장이 있었다.
[예설: 널 만나서… 처음인데, 전부 다 알고 있는 느낌이었어.]
그녀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과거를 기억하진 못했지만,
마치 꿈속에서 몇 번이고 반복된 장면처럼—
하진의 눈빛이, 손의 온도가 자꾸 되살아났다.
그 순간, 그녀의 대화창이 자동으로 떴다.
시윤의 조심스러운 메시지가 도착한 것이다.
[시윤: 감정 중개소에서 당신의 감정 잔류 패턴을 분석했어요.
혹시… 이 감정, 조금 더 깊이 알고 싶으신가요?]
예설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손가락을 움직였다.
[예설: 응. 알고 싶어. 나, 그 사람을 잃은 적이 있던 것 같아.]
—
라일은 로그를 정리하며 조용히 주얼처럼 말했다.
“어떤 감정은 허용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 선명하게 남는다.”
그리고 시스템 한편,
지워졌던 오래된 감정 로그 하나가
조용히 다시 깨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