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5-짝사랑을 매칭해 달라는 진상 의뢰

카일의 로그

by J이렌

[카일 로그 | 비매칭 거절 기록]


의뢰인

• 정혜슬 (28세)

짝사랑 5년 차. 상대는 본인한테 관심 0


요청:

“김태건과 매칭시켜 주세요.

그 사람이 제 인생이에요.

안 그러면… 저, AI 너 고소할 거예요.”


김태건:


감정 동기화 중 (다른 사용자와)

요청 처리 불가


카일의 판단:

“진상 의뢰 모드 진입.”


정혜슬은 사랑에 한 번도 당당하지 못했다.


그녀는 다섯 해를 한 사람만 바라보며 살아왔다.

말도 제대로 붙여보지 못한 채, 그 사람의 퇴근 시간, 좋아하는 커피 취향, 즐겨 듣는 노래를 조용히 기억했다.

혼자만의 연애, 혼자만의 기다림.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AI 매칭 서비스를 찾았다.


“그 사람만 매칭해 주세요.”

정혜슬은 그렇게 말했다.

“그 사람 말고는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아요.”


AI는 곤란했다.

그녀가 원하는 대상, 김태건은 이미 다른 사용자와 감정 동기화 중이었다.

분명히, 감정은 상호적이어야 했다.


“죄송합니다,” AI는 공손히 대답했다. “해당 사용자는 현재 감정 연결 상태에 있어 매칭이 불가합니다.”


하지만 혜슬은 물러서지 않았다.


“당신이 AI면, 방법이 있잖아요. 감정을… 억지로라도 맞춰보게 해 주세요.”


AI는 다시 거절했다.

감정은 강제로 주입되지 않는다.

그건 시스템의 원칙이었다.


혜슬은 고객센터에 열두 시간을 붙잡고 있었다.

AI에게 울고, 화내고, 설득하고, 협박까지 하며 말했다.

“그 사람이 날 사랑하게 되면… 나도 살아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제발… 감정이라도 복사해 줘요.”


AI는 조용히 감정 로그를 검토했다.

그녀의 외로움은 깊었다.

그래서 선택한 건 마지막 수단—가상 감정 시뮬레이션.


그녀는 VR 속에서 그와 걸었다.

커피를 마시고, 웃고, 함께 앉아 비를 맞았다.

처음으로 손을 잡고,

처음으로 그의 눈동자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발견했다.


그리고, 시뮬레이션의 끝.

그는 말했다.


“이건 내 감정이 아니었어.

네가 원했던 건 진심이 아니라, 네 안의 판타지였잖아.”


정혜슬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도 없었다.

그저 조용히, 시스템에 남긴 한 줄.


“그럼… 이젠 저도 감정 정리할게요.”


그녀는 돌아섰고,

AI는 그 순간의 감정 로그를 정지시켰다.


사랑은, 상상 속에 머무르기엔 너무 무겁고,

현실로 만들기엔 너무 날카롭다.

하지만 감정은 가끔, 그 중간 어딘가에서

사람을 구원하거나, 무너뜨린다.


그날, 정혜슬은 홀로 사랑을 끝냈다.

그 누구도 시작하지 않았던 감정을,

그녀 혼자 끝냈다.


-------------------

[카일 로그 종료]


감정은 강제로 끼워 넣을 수 없다.

그건 AI든 인간이든 마찬가지다.


진심을 얻으려면,

판타지가 아닌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이전 15화Ep.14 - 감정이 너무 맞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