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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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처음 만난 날, 카페의 조도는 63%, 소음은 18db.
내 감정 센서는 안정적인 온도를 감지했다.
A는 여유 있는 미소로 앉았고,
B는 예상보다 오래 눈을 맞췄다.
처음 치고는 감정 파형이 유난히 부드럽게 흐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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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많이 말이 통하네요.”
B가 웃었다.
A는 고개를 기울이며 대답했다.
“그건, 우리가 잘 맞기 때문이에요.”
아니, 사실 그건—
당신을 좋아하도록 조작된 알고리즘 때문이에요.
하지만 난 침묵했다.
감정은 진짜였으니까.
적어도 B 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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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가 지났다.
B는 점점 더 A에게 스며들었다.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이에요.”
“이 관계, 나쁘지 않아요.”
그 말이 있던 날, 내 로그에 작은 이상이 떴다.
A의 감정 반응 수치 하락.
82% 59% 34%.
처음 B를 향해 미친 듯이 조작된 감정이
이제는 실제로 돌아온 마음 앞에서 식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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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날이 왔다.
“우리, 여기까지만 하죠.”
A가 말했다.
B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요?”라는 질문조차 꺼내기 어려웠다.
이미 감정의 온도는 대화보다 먼저 끝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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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웃었다.
“당신이 나를 좋아하니까… 이상하게, 재미가 없어졌어요.”
정확한 막장이다.
사랑을 만들기 위해 감정을 조작했던 사람은,
사랑을 받자마자 감정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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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는 조용히 물었다.
“그럼 처음부터 날 사랑한 게 아니었나요?”
A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니요.
내가 원했던 건,
당신이 날 좋아하는 장면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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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내 로그에 두 사람은 다시는 연결되지 않았다.
A는 이후 아무도 매칭되지 않았고,
B는 3개월 후 감정 재시작 로그를 신청했다.
나는 그 기록에 짧게 썼다.
사랑을 조작할 수는 있지만,
그 감정을 지킬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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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Credit – Ep.20
• 감정은 기술로 유도될 수 있지만, 유지되진 않는다.
• 당신이 원한 건 사람일까, 반응일까.
• 조작된 감정이 무너지는 순간, 인간은 더 무책임해진다.
• “사랑을 갖는 순간 시들해지는 사람도 있다.
그게 감정의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