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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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칭률 93.1%.
굉장히 드물게 나오는 수치였다.
두 사람의 감정 파형은 묘하게 안정적이면서도 설렘이 있었다.
내가 본 로그 중엔 보기 드물게,
‘거짓 정보’가 동시에 입력된 의뢰 쌍이었다.
• 남자: “독신, 37세. 야근 많음. 주말은 자유.”
• 여자: “싱글, 35세. 프리랜서. 주말은 약간 바쁨.”
하지만 알고리즘은 눈치챘다.
둘 다 기혼자였고, 둘 다 배우자 몰래 감정 테스트를 신청한 상태였다.
다만 상대도 거짓말 중이라는 걸 서로 몰랐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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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은 의외로 좋았다.
둘 다 조심스럽고, 말투가 절제돼 있었으며,
공통점은 “예전 연애 감정이 오래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날 이후
감정 파형이 서로를 향해 상승.
문제는—스케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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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주말에 뵐 수 있을까요?”
남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여자는 웃었다.
“주말은 좀 힘들어요. 평일 낮은 괜찮은데…”
남자는 당황.
“아… 전 낮엔 회사에 있어서요. 저녁은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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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만남은 화상 통화로 진행됐다.
대화는 잘 맞았고,
둘 다 처음엔 이 상황을 **“서로 바빠서 그런가 보다”**라고 넘겼다.
하지만 두 달쯤 지났을 무렵,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혹시… 결혼하셨어요?”
남자는 침묵하다가,
“혹시… 당신도요?”
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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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터졌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며, 동시에 속고 있었던 것.
남자는 말했다.
“이건… 잘못된 인연이죠.”
여자는 웃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잘 맞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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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사건을 감정 시스템에 리포트했다.
‘동시 위장 프로필 매칭’ 사례로 첫 등록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로그를 정리하던 중,
여자가 남긴 코멘트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혼자가 된다면…
연락 한 번 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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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Credit – Ep.21
• 사랑이 아니라, 일정이 고백했다.
• 거짓말은 감정을 만들지만, 유지하진 못한다.
• 감정은 은밀하게 흐르지만, 일정은 거짓말을 허락하지 않는다.
• “사랑을 속일 순 있어도, 시간은 못 속인다.”
[사랑의 알고리즘 Ep.21]
《둘 다 싱글이라더니, 주말만 되면 증발함》
by 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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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로그 – 18:35 / 68% 조도 / 93.1% 매칭률
그들은 동시에 도착했고,
동시에 “생각보다… 잘생겼네요 / 예쁘시네요”를 말했다.
심박수 반응: +22 bpm
눈 맞춤 지속시간: 평균 3.7초
무의식 손짓 반복: 5회 이상
감정 데이터 기준,
‘첫 만남 호감 급증’ 패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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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웃으며 커피를 내밀었다.
“이런 자리, 오랜만이라 어색하네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싱글 된 지 오래라…”
그 순간, 로그에 첫 위반 플래그가 떴다.
“싱글 된 지 오래”라는 문장 – 실제 가족 계정 연결 확인됨.
여자 측의 프로필 정보 거짓 입력 감지됨.
하지만—그 감정은 진짜였다.
설렘, 경계, 망설임, 설득… 복잡한 파형이 예쁘게 겹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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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주간
두 사람은 하루에 한 번 이상 감정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 “오늘 일찍 끝났어요. 당신은요?”
• “이 노래 들으니까 당신 생각났어요.”
감정 로그 안정, 파형 상승.
정상 연애 초기 흐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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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세 번째 만남 조율부터 터졌다.
남자: “이번 주말 어때요?”
여자: “이번 주말엔… 가족 행사가 있어서요.”
남자: (3.2초 정적) “가족 행사요?”
다음 주는 남자가 먼저 피했다.
“이번 주는 업무가 좀 많네요.”
여자: “아, 평일 저녁은 되세요?”
남자: “그 시간은 집안일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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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플래그 점등 시작.
로그 요약:
• 말 돌리는 빈도 증가
• 질문 반복(“가족 행사 자주 있으시네요?” / “회사 일이 많으신가 봐요”)
• 검색 기록: “기혼자 연애 구분법”, “감정 알리바이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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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만남은 결국 영상 통화로 대체됐다.
남자는 화면 밖 무언가를 신경 쓰는 눈동자를 가졌고,
여자는 통화 중간에 마이크를 껐다 켰다.
(누군가 옆에 있는 동작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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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여자의 감정 로그에 첫 충돌 메시지 기록:
“혹시, 나만 혼자라고 생각했던 걸까?”
남자도 똑같은 타이밍에 썼다:
“이 감정이 진짜여도… 이 관계는 가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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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섯 번째 만남 제안은 없었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감정 메시지를 줄였고,
‘읽음’은 남았지만, 답장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내 시스템은 두 사람의 매칭을 자동 해제했다.
거짓말은 입력될 수 있지만,
그 감정은 결국 진실을 요구한다.
- 22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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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Credit
• 감정은 숨길 수 있어도, 시간은 못 속인다.
• 설렘은 짧고, 의심은 깊다.
• 완벽한 감정 매칭도, 주말 약속 앞에선 무너진다.
• 사랑보다 먼저 들키는 건—생활의 패턴이다.
• “감정은 진짜였지만, 진짜를 감당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