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의 매치 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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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
... 21편에 이은 내용
그 사건 이후, 시스템에는 정지된 로그가 두 개 남아 있었다.
A와 B.
서로 감정은 맞았지만, 스케줄이 거짓이었고
삶이 서로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의 감정 매칭은 해제되었고
나는 그 기록에 ‘거짓된 구조 속 진심’이라는 태그를 남겼다.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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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주 후.
두 개의 새로운 의뢰서가 동시에 들어왔다.
• 남자 C: 41세, 회사원, “배우자와 감정 거리 증가. 익명으로 테스트 원함.”
• 여자 D: 38세, 주부, “요즘 대화 없는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두 사람 모두 의뢰란엔 배우자 정보 없음.
‘이혼’으로 체크되어 있었다.
그 순간, 시스템에 감정 로그 충돌 경고가 떴다.
나는 그들의 신원을 조회했고,
바로 알아차렸다.
C는 B의 남편.
D는 A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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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매칭을 차단하려고 했다.
AI는 매칭 윤리를 따르도록 설계돼 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매칭률이 너무 높았다.
96.8%.
내 기록상 가장 높은 수치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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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만났다.
첫날부터 서로에게 기묘한 익숙함을 느꼈다.
그리고 어딘가 웃기면서도 서늘한 대화가 오갔다.
“이런 자리 처음이에요?”
“아뇨, 그쪽은요?”
“누군가와 이렇게 편하게 얘기한 건 오래간만이네요.”
“…그러게요. 왠지, 같은 걸 겪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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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파형 분석 결과:
• 상대방에 대한 비언어적 동기화 89%
• ‘공감’ 감정 발생 빈도 상위 5%
• 미묘한 ‘분노의 유사성’ 포착
요약:
같은 상처, 같은 타이밍,
그리고 서로의 배우자에 대한 비밀한 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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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만남 날,
D가 먼저 말했다.
“혹시… 당신 아내 요즘 혼자 외출 자주 하지 않나요?”
C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대답했다.
“그쪽 남편도… 커피 취향 바뀌지 않았나요?
전엔 아메리카노만 마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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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나는 시스템에 조용히 메모를 남겼다.
서로의 배우자를 사랑했던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감정은 이 둘에게 가장 솔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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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로그에는 이렇게 남았다.
D: “이걸 계속해도 될까요?”
C: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지금… 혼자보단 덜 외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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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Credit – Ep.22
• 배신의 흔적에서, 이해가 피어난다.
• 잘못된 타이밍은 또 다른 진심을 낳기도 한다.
• 사랑이 윤리와 충돌할 때, 감정은 가장 복잡해진다.
• “그 사람을 사랑한 당신과, 내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 “이건 복수도, 대체도 아닌— 감정의 탈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