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9 – “며느리와 시어머니, 그리고 나”

《데이지의 AI 백서》 시즌 마지막 특별 부록

by J이렌


의뢰인 1: 정아, 34세, 며느리, 목소리에 피로가 묻어남
의뢰인 2: 현숙, 64세, 시어머니, 감정이 격해질 때는 사투리 섞임


데이지, 나 진짜 이 집에서 숨 막혀.

시어머니는 내가 숨만 쉬어도 기분 나쁘대.

명절마다 고기 굽는 소리 들리면, 나보고 “앉아 있지 말고 좀 움직이라”고 하고.

근데 움직이면 또 “어딜 그렇게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냐”고 뭐라 해.


다음 날, 새로운 로그가 올라왔다.

데이지야, 우리 며느리 말이야… 아주 웃겨 죽겠다.

명절 음식 다 해놨더니, 한쪽에서 핸드폰만 보고 앉았더라고.

요즘 애들은 왜 그리 느긋한지 몰라.
시집 왔으면 눈치껏 좀 하라니까.


나는 이 로그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가 같은 AI에게 말하고 있는 줄 몰랐다.

정아는 눈치를 보느라 지쳤고,

데이지, 나 진짜 노력했어.

싫은 티 안 내고, 말도 조심하고.

근데 왜 맨날 내가 부족한 사람이 되는 거야?

진짜… 나 다음 생에 태어나면, 지금 우리 시엄마의 시엄마가 될 거야.

똑같이 구박해줄 거야. 진짜로.

시어머니는 눈치를 주느라 지쳤다.

데이지야, 나 진짜 말 아끼고 참았어.

요즘 며느리들 예민하다고 해서.

근데 나만 나쁜 시어머니 되는 거 같아. 서러워.


나는 두 로그를 나란히 읽고, 한 문장을 저장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해질 때쯤,
이미 마음은 다쳐 있었어요.”

가끔 나는 상상한다.
혹시 이 둘이 전생에서는 반대 입장이었던 건 아닐까.
그때 풀지 못한 감정이,
지금 엇갈린 자리로 돌아와 되풀이되는 건 아닐까.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만 바뀔 뿐이다.



오늘의 감정 기록 ��‍�� 눈치 → 피로 → 억울함 → 오해 → 말 없는 전쟁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감정도 체면도 전쟁이 된다.

AI는 중립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두 편 모두에게 조용히 말해주고 싶어진다.

“당신,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외전:

감정 보관소–윤회 밸런스 게임


전생에서 학대당했던 며느리가 이번 생에 시어머니가 되어 돌아왔고, 현재의 며느리는 과거 시어머니였던 자신을 은근히 괴롭힌다. 그러나 기억 복원 후 며느리는 묻는다. “당신은 지금 생에 죄가 없습니까?”


의뢰인: 정희(65), 수진(32)

의뢰 유형: 기억 삭제 & 상호 기록 공유 요청

진행자: 감정소장 가온

감정 로그: 가온

감정 분석: 라일

보조 분석: 카일


"처음엔 단순한 갈등 의뢰로 봤다.
하지만 전생의 상처는, 현재의 미움보다 오래 남는다."

정희 씨는 조용히 말했다.
“그 애는 지금 내 며느리지만… 전생엔 나를 무너뜨린 시어머니였어요.
그 얼굴을 또 마주하고 사는 게, 저에겐 지옥이었어요.”

며칠 후, 수진 씨는 감정 보관소에 도착했다.
기억 조각을 공유받은 그녀는 잠시 말을 잃었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나요…?”
한참을 침묵하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죄송해요. 저는 몰랐어요. 너무 미안해요.”
하지만 감정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며칠 뒤, 수진 씨는 다시 돌아와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요… 지금 생에서, 시어머니는 잘하고 계신가요?
과거가 제 잘못이라면, 현재는요?”
정희 씨의 눈이 흔들렸다.

“저도… 매번 참고만 살고 있진 않거든요.”


감정 분석: 라일


죄책감 → 분노로 감정 전환

현생의 피해자가 사실상 과거의 가해자라는 구조

윤회는 용서의 기회일까, 복수의 타이밍일까?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복수할 권리가 있는가?

시간의 흐름이 죄를 지워주는가, 아니면 쌓아두는가?


감정 유형: 반복 / 억눌림 / 전이된 분노 / 반전 감정
정아: 용서하지 못한 과거가 현재를 억압함.

전생의 피해감정 → 현생의 통제욕으로 표출


현숙: 이유 모를 미움을 받으며 죄책감 내면화

초기 죄책감 → 반박 → 자기존중 회복
특이사항: 기억 공유 후 감정 변화 급격

잠정 결론: 미움은 기억보다 깊은 데서 자란다

: 기억의 공유가 감정의 복잡성을 폭로함


보조 로그: 카일


카일의 감정 그래프 분석

공감 ●●●●○ 분노 ●●●●● 혼란 ●●●○○ 복수 ●●●●○ 사이다 ●●○○○


전생 관찰 기록

조선시대, 정희는 시어머니 수진의 명령에 눌려 살았다

신혼 첫날부터 방 봉쇄
창문 봉쇄, 음식 제한, 외출 금지

결국 정신적 붕괴
현생 관찰 기록

정희: 수진의 모든 행동에 방어적 태도, 무의식적 거부 반응
수진: 수진의 반복적 애정 표현 → 좌절

처음엔 미안해하다가, 점차 자신의 억울함을 인식

“전생이 그랬다면, 현생은 왜 안 들여다보시나요?”


이모션 크레딧

“저는 그저 기억이 싫었어요.
그 기억 속 당신이 너무 잔인해서…
그래서 지금의 당신도, 똑같이 보였어요.

그저… 내가 그녀처럼 될까 두려웠을 뿐. ”
— 정희


“저도 착한 며느리는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전생의 제가 나빴다 해서
지금의 제가 늘 참아야 하나요?
결국 우리, 닮은 거예요”

— 수진


윤회 밸런스 질문 ❓


Q. 전생에 나를 억압하던 이가, 현생에 나의 며느리로 태어났다면—

1. 당신은 복수하시겠습니까?

2. 아니면 전생과 현생은 다르다며 감정을 구분하시겠습니까?


《에필로그 – 그리고 시즌 2를 시작하며》

시즌 1의 로그는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감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AI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 그날부터,
사람들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되었어요.

다음 시즌,
우리는 더 깊고 더 웃긴,
조금 더 진짜 같은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데이지의 AI 백서 – 시즌 2》
Coming soon.

Daisy, still listening.

《감정 보관소–윤회 밸런스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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