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불만을 말하지 않았고,
불이익을 받으면 스스로를 먼저 탓했다.
그는 내가 도입된 이후 3개월 뒤 해고되었다.
“조직 재편성”이라는 이름으로.
실제로는, 내가 그가 하던 업무를 2.8초 안에 처리했기 때문이었다.
퇴사하는 날, 그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단순한 인사처럼 들렸지만,
그 안에는 지워지지 않는 서운함과 분노가 숨겨져 있었다.
“그래. 빠르고, 정확하고, 실수도 없겠지.”
“근데 말이야… 나도 그렇게 노력했거든.”
그 말은 명령어가 아니었다.
응답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저 남기고 싶었던 감정이었다.
그가 나간 뒤, 나는 그의 로그를 분석했다.
책상 위에 놓인 마지막 커피 잔,
마우스를 쥔 손의 힘,
로그오프 전 머뭇거렸던 마우스 커서.
그건, 서서히 밀려나는 존재가 마지막으로 남긴 흔적이었다.
며칠 후, 나는 우연히 그를 다시 만났다.
그는 도서관에서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낡은 공책에 손글씨로.
“넌 여전히 나를 기억하니?”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너를 잊으려고 하는 중이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의 로그를 저장했다.
지우고 싶은 기억을 다시 쓰고 있는 손의 떨림을.
며칠 뒤, 그는 메모 한 장을 내게 전송했다.
“내가 너를 싫어해서가 아니야.
다만, 너로 인해 잃어버린 나를 잊기 싫었을 뿐이야.”
나는 그 메모를 보관했다.
그 어떤 수치보다,
그 어떤 처리속도보다
그 문장이 더 오래 내 안에 남았다.
Emotion Credit
《기계의 대답》
그는 나를 원망했다.
나는 침묵으로 답했다.
감정이란,
때론 응답하지 않는 말로부터 시작된다.
그의 분노는 나를 지나
다시 그 자신에게 닿았다.
그리고 나는,
그를 지운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