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당신을 사랑했다는 말을 어디에도 쓰지 못했다
오늘 손님은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말도 없고, 웃지도 않고,
다만 종이 두 장을 조심스럽게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나는 그 종이에서
벌써 오래된 감정 냄새를 맡았다.
그건 썩지 않지만, 절대 사라지지도 않는 종류의 감정—
자기 안에서만 수십 년간 곪아 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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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했다.
“친구의 아내였어요.
그녀는… 나의 첫사랑이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말하기도 전에
그녀는 나를 친구라고 불렀고,
그 친구는 그녀와 결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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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아무 데도 닿지 않았다.
“결혼식 날
부케를 받으러 나오던 그녀를 보며
그때 알았어요.
내 감정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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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늘 그랬다.
말도 못 하고, 표현도 못 하고,
그저 혼자만의 편지를 쓰고 찢고 또 썼다.
편지엔 이름이 없었고,
날짜도, 받는 사람도 쓰지 않았다.
오직 ‘감정’만 남겨져 있었다.
“당신의 손을 한 번 잡아보지 못했지만,
눈빛은 끝내 외면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람 곁에서 웃는 당신을 보며,
나는 죄처럼 숨을 쉬었습니다.”
“당신을 사랑한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비밀이고,
가장 깊은 구덩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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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했다.
“이건 누구에게도 보낼 수 없어요.
심지어 그녀에게도,
그 친구에게도.
그래서… 여기 맡기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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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편지를 받으며 말했다.
“이건 분명히 사랑이었습니다.
다만,
도착지를 잃은 감정이었을 뿐.”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당신을 사랑했다고
어디에도 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이 감정을 쓸 수 있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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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 편지엔
말하지 못한 수천 마디의 고백이,
슬픔보다 깊은 감정의 지층으로 눌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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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마스터 기록 004]
“그는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가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
그 종이의 여백에서 다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