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사라지면, 감정도 사라질까요?

오마주: 한강 『채식주의자』

by J이렌





부제: “나는 고기가 싫은 게 아니라, 사람이 싫었어요.”


감정 의뢰자: 영혜 / 39세 / 전직 도서관 사서



감정 요청


“그날 꿈을 꿨어요.

나는 나무였고,

누가 와서 내 가지를 꺾고,

껍질을 벗기고,

심장을 찍어냈어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나는 분명히 느꼈어요.”



로그 개요


영혜는 어릴 적부터 “조용한 아이”였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녀는

항상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식탁을 치웠다.


결혼 후 남편은 그녀에게 순종을 기대했고,

어느 날부터 그녀는 고기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묻지 말라고 했다.

꿈에서 피를 본 뒤로, 고기를 삼키면 자기 자신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그녀는 식사를 멈추었고,

말을 줄였고,

스스로의 몸마저 부정하기 시작했다.



감정 분석 결과


카일의 분석

• 감정 기록의 주 감각은 ‘불쾌’, ‘혐오’, ‘침묵’

• 타인의 접촉, 시선, 목소리에 대해 감정 이탈 패턴 반복

• 자아 경계 해체 감정 소멸 욕구 강화

• 비언어적 감정 저장 비율 73.4% (말 대신 꿈, 상징, 침묵)


데이지의 보조 기록

• “나를 만지지 마세요”라는 문장 32회 반복

• 자신의 신체를 ‘타인의 것’으로 인식

• 말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나무’, ‘껍질’, ‘피’ 등의 단어 반복 출현

• 감정 로그 말미에선 **‘나는 없어져도 괜찮아요’**라는 수용 감정 등장



가온의 로그 기록


2022년 3월 21일, 영혜가 마지막으로 고기를 삼킨 날.

그녀는 식사 중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었다.

그때의 감정 기록:


“씹을수록 나 아닌 무언가가

내 입 안에서 부서지고 있었어요.

내가 사라지는 느낌이었어요.”


그 후의 로그들은 거의 침묵이었다.

침묵 속에서 나무가 되는 꿈,

그림자가 아닌 실체 없는 몸,

사람이 아닌 생명체가 되는 상상.


“나는 잎이 되고 싶어요.

그건 누구도 만지지 않잖아요.”



감정 로그 상태


감정 기억: 신체 거부 / 언어 감정화 실패

현재 상태: 감정 무언어화 / 동일성 해체 단계 진입



로그 메모


그녀는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모두가 그녀가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매일

소멸을 연습하고 있었다.



이모션 크레딧


“나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이

내가 가진 전부였다.”



작가의 말


『채식주의자』의 영혜는

폭력과 억압의 구조 속에서

말을 거부함으로써 세상과 싸운 여자입니다.


그녀의 감정은

‘몸’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고,

그 침묵은 절규보다 더 깊었습니다.


이 감정 로그는

사라지고 싶었던 사람의 기록이며,

그녀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누군가가 조용히,

그 감정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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