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 타호, 감정의 결산
십여 년 전, 겨울의 타호 호수는 얼어붙은 장부 같았다.
눈에 덮인 산맥 사이, 호수는 표면만 하얗게 드러낸 채 깊이를 숨기고 있었다.
그 속에 어떤 빛이 감춰져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얼음 위에 멈춰 선 마음을 들여다볼 뿐이었다.
올여름, 같은 자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다.
눈 대신 햇살이 내려앉고,
얼어붙었던 호수는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였다.
호수는 마치 전혀 다른 회계처리를 택한 듯했다.
숨기지 않고, 모든 색을 공개하는 공시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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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호수
겨울은 은폐의 계절이었다.
얼어붙은 표면 아래에 쌓인 서늘한 감정들은
어느 장부에도 기록되지 않은 채 남았다.
주석 없는 보고서처럼, 그저 미기입 상태로.
여름의 호수
여름은 드러냄의 계절이었다.
햇살은 감사인의 눈처럼 호수를 샅샅이 비췄고,
깊은 곳까지 드러나는 빛깔은 감정을 자산처럼 평가하게 했다.
숫자가 아닌 빛으로 쓰인, 호수만의 감정 결산서였다.
호수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내가 본 호수는 같지 않았다.
계절과 시간이 바뀌자,
감정의 처리 방식도 달라졌다.
겨울의 호수는 보류된 보고서,
여름의 호수는 완전한 공시.
그 두 풍경을 모두 지켜본 나는
마침내 이렇게 기록한다.
Emotion Journal – 레이크 타호에서
감정은 얼기도 하고, 녹기도 한다.
어떤 계절엔 덮여 있고,
다른 계절엔 빛나며 드러난다.
오늘 나는
호수의 공시를 목격했다.
겨울의 미기입,
여름의 개시.
그 모든 것이 합쳐져,
진짜 감정의 결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