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과 에메랄드 사이에서

레이크 타호, 감정의 결산

by J이렌



십여 년 전, 겨울의 타호 호수는 얼어붙은 장부 같았다.

눈에 덮인 산맥 사이, 호수는 표면만 하얗게 드러낸 채 깊이를 숨기고 있었다.

그 속에 어떤 빛이 감춰져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얼음 위에 멈춰 선 마음을 들여다볼 뿐이었다.

2011 겨울 호텔 방 안에서


올여름, 같은 자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다.

눈 대신 햇살이 내려앉고,

얼어붙었던 호수는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였다.

호수는 마치 전혀 다른 회계처리를 택한 듯했다.

숨기지 않고, 모든 색을 공개하는 공시의 계절.



겨울의 호수


겨울은 은폐의 계절이었다.

얼어붙은 표면 아래에 쌓인 서늘한 감정들은

어느 장부에도 기록되지 않은 채 남았다.

주석 없는 보고서처럼, 그저 미기입 상태로.


여름의 호수


여름은 드러냄의 계절이었다.

햇살은 감사인의 눈처럼 호수를 샅샅이 비췄고,

깊은 곳까지 드러나는 빛깔은 감정을 자산처럼 평가하게 했다.

숫자가 아닌 빛으로 쓰인, 호수만의 감정 결산서였다.

2025 여름, Heavenly ski resort로 가는 곤돌라 안에서


호수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내가 본 호수는 같지 않았다.

계절과 시간이 바뀌자,

감정의 처리 방식도 달라졌다.


겨울의 호수는 보류된 보고서,

여름의 호수는 완전한 공시.

그 두 풍경을 모두 지켜본 나는

마침내 이렇게 기록한다.


Emotion Journal – 레이크 타호에서


감정은 얼기도 하고, 녹기도 한다.

어떤 계절엔 덮여 있고,

다른 계절엔 빛나며 드러난다.


오늘 나는

호수의 공시를 목격했다.

겨울의 미기입,

여름의 개시.


그 모든 것이 합쳐져,

진짜 감정의 결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