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Moon Bay

와일드한 감정의 보고서

by J이렌

Half Moon Bay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차로 약 30분,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 사이에 자리한 해안 마을이다.

여름에는 바닷안개가 자욱해지고,

겨울에는 햇살이 쨍하게 바다와 들판을 가르며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


집에서 차로 한 시간 반,

길 위의 공기부터 다르게 흐른다.

여름엔 바닷안개가 낮게 깔려와 모든 색을 희석시키고,

겨울엔 햇살이 쨍하게 바다와 초원을 쪼갠다.


이곳은 바다가 먼저 장부를 펼쳐놓는 자리다.

푸른 파도는 자산,

하얀 포말은 비용,

그리고 바위 절벽은 감가상각되지 않는 잔존 가치.



안갯속의 공시


여름의 하프문 베이는

공시를 미루는 계절 같다.

안개가 감정을 덮어,

보고서는 있지만 숫자는 흐릿하다.

모든 것이 존재하지만,

분개되지 않은 상태로 유예된다.


겨울의 개시


겨울엔 다르다.

햇살이 들판과 파도를 가르며

감정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숨겨진 항목들이 제때 개시된 듯,

들풀은 야성적으로 피어나고,

바다는 파란 잉크처럼 결산을 기록한다.



리츠 칼튼 호텔 주변의 트레일은

산책이라 부르기엔 너무 정직하고,

감정의 회계라 부르기엔 너무 자유롭다.

발아래 들풀들이 무질서하게 흔들리는 걸 보며,

나는 깨닫는다.


모든 감정은 정리될 수 없다는 것을.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잔디와 바람,

그리고 와일드한 바다가 내 마음의

비기입 항목으로 남는다는 것을.



Emotion Journal – Half Moon Bay에서


안개는 미뤄둔 공시,

햇살은 완전 개시.


바다는 늘 분개되지만,

들풀은 장부 밖에 머무른다.


오늘 나는 기록 대신

그 와일드한 감정을 받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