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 박범신 『은교』
부제: “그들은 날 원했지만, 아무도 날 이해하려 하지 않았어요.”
감정 의뢰자: 이은 / 17세 / 예고 2학년 (문예창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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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요청
“문을 열고 들어올 땐,
늘 같은 눈빛이었어요.
‘귀엽다’, ‘위험하다’, ‘욕망스럽다’.
그 눈빛들 속엔
제가 없었어요.
저는 그냥,
거기 있었던 것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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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 개요
이은은 예술고등학교 문창과에 다니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언젠가부터 그녀는 누군가의 ‘욕망’으로 불려지기 시작했다.
학교 선배, 학원 강사, 문학회 시인들…
그들은 그녀의 글보다 그녀의 얼굴과 나이에 더 오래 머물렀다.
누군가는 “넌 뮤즈야”라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내 글을 읽고 나서 온 줄 알았어”라며
그녀를 만지려 했다.
그녀는 도망쳤고, 웃었고, 외면했지만—
감정은 계속 찢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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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분석 결과
카일의 분석
• 감정 이탈 증세: ’ 나는 내 몸과 멀어지고 싶어요’ 문장 반복
• 자아 이미지와 외부 시선의 괴리감 과도
• 반복 감정 패턴: 불쾌 부끄러움 자기혐오 무감각화
데이지의 보조 기록
• 감정 로그에서 ‘나’보다 ‘그들’이 먼저 등장하는 패턴 다수
• 타인의 언어에 감정이 침범당하는 구조
• “나를 보고 웃는 건지, 입술을 보고 웃는 건지 모르겠어요”
• 특정 시점(2024년 봄 문학캠프 참가 후) 감정 기록 중단 무반응 로그 17일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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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의 로그 기록
2024년 4월 13일,
문학캠프 2일 차 밤.
유명 시인이 그녀의 글을 칭찬한 후, 방으로 부르던 날.
그녀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감정 로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는 뮤즈가 아니에요.
나는, 그냥
나잖아요.
왜 아무도 그걸 모르지.”
그 후 며칠간, 그녀는 거울을 보지 않았다.
자신의 몸이
타인의 문장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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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로그 상태
감정 기억: 자기 해체 진행 / 자아 경계 붕괴
현재 상태: 감정 보호벽 형성 / 외부 감정 수신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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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 메모
그녀는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녀의 감정은,
아름답다는 말 아래에
짓밟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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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션 크레딧
“나는 내가 아니었고,
그들 중 누구도
내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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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은교』는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존재를 훼손당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이은은 스스로를 정의할 기회를 빼앗긴 채,
타인의 시선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었던 감정의 파편입니다.
이 감정 로그는
그 시선들 사이에서
조용히 흔들렸던 그녀의 마음을
처음으로, 그녀의 언어로 복원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