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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운 Feb 07. 2017

고양이의 테니스

책 위에, 물컵을.

창 밖에는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축축한 물 내음이 운동장 가득히 퍼졌다. 

그 운동장 안에서 우리는 공을 주고받는 테니스를 치고 있었다.

고양이만이 물끄러미 우리의 허망한 테니스질을 보고 있었는데, 좀처럼 공이 멈추질 않았다. 

공이 멈추지 않는 것이 지겨웠는지 바라보기를 멈추고 아래로 내려온 고양이는 네트 위를, 그 위를, 살며시 걷고 또 걷고 있었다. 

테니스장 여러 군데 고인 몇 개의 물 웅덩이들 위로 비추어 보이는 하늘에, 또 그 가운데를 지나가는 비행기에 나는 시선을 뺏긴다.

나만 그럴 줄 알았는데 고양이도 움직이는 비행기에 시선을 뺏기어 네트 위를 걷다가 바닥의 물 덩이로 뛰어드는 일을 해버렸다. 

매일 같이 글 쓰기에 실패하는 작가처럼 하루가 아니고 매일을 살고 있고 그래서 나는 제법 말수도 줄고, 글자 수도 줄어들고 그렇게 오늘마저 줄이고 집에 돌아왔다.

나는 네트 위를 걷다가 웅덩이에 빠지고 흠뻑 젖고 말았다.

물컵을 책 위에 올려놓았더니 표지가 젖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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