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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운 Feb 16. 2017

글자에서 글이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나의 글자는 고작 내 손이 타자를 두드리며 만들어 낸 것일 뿐인데 그 글들이 타인에게 타작을 받을 때면 속된 말로 내가 낳은 새끼들이 어디서 꾸지람을 듣는 기분이었다. 글자에서 글이 되는 태동의 순간을 목격한 사람은 오로지 나 혼자인 것을 감안했을 때에도 굉장히 글들에게 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어제의 합평을 통해서 내가 느낀 점은 캐릭터라는 것은 매우 소중하고 하나의 생명체와도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와중에 더 많은 이야기들을 상상해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임을 회피하며 적은 글들은 책가방을 뒤집어쓰고 소나기를 피하는 기분인지라 항시가 아슬아슬한 느낌이었고 솔직한 마음으로 나는 다음의 목적지를 모르니 걸어가는 걸음과 그 밑에 모은 모래기둥과 모든 그런 것들과 함께 불안함이 느껴졌던 것이 맞다.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쉽게 알아차렸고 미성숙하거나 부족한 부분들을 쉽게 알아차렸다. 글자에서 글이 되는 그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뒤에 한 단어를 덜어냄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의미들을 품게 되는 것이 그저 나에게는 조금 더 알고 싶고 다가가고 싶고 한 번은 해보고 싶은 그런 일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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