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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시누 Jul 15. 2016

제임스 딘을 기리며, 돌아갈 것

영화 리뷰: 라이프


          영화 ‘라이프’는 '제임스 딘'과 그의 사진을 남기고자 한 '니스 스톡'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헐리웃의 대형스타 제임스 딘은 생전 그리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등장한 모든 작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별처럼 빛낸 배우다. 그에 반해 데니스 스톡이라는 사진작가는 사진 기자로서 성공가도를 달리기는 했으나 상대적으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며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삶을 산 인물도 아니다. 그런데 왜 영화의 제목은 LIFE라는 잡지의 이름을 차용한 것이며 영화는 제임스 딘이 아닌 데니스 스톡의 시선으로 진행이 되는 것일까?



          확실한 사실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제임스 딘이라는 것이다. 이 영화가 표현하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역시 제임스 딘이라는 존재에 중심이 잡혀있다. 영화의 서사가 사진작가인 데니스 스톡에 의해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영화의 많은 부분이 데니스 스톡이 제임스 딘과 함께 사진 작업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들로 구성이 되어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포커스는 100% 제임스 딘에 맞춰져 있다. 영화 [라이프]는 제임스 딘이라는 배우의 모습을 자연스레 사진으로 담아낸 잡지 ‘LIFE’와 제임스 딘의 인생(Life)을 적절히 배치시켜 이 오랜 배우의 ''을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복잡미묘하면서도 고뇌에 빠진 배우의 모습을 그의 눈이 아닌 제 3자의 눈으로 지켜봄으로서 관조적이고 멀찍이 떨어진 시선으이야기를 진행한다.





          제임스 딘이라는 배우는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 있는 배우다. 그가 남긴 작품 하나하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아직까지도 그의 영향력이 영화계에 미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안타까운 사고로 스물넷이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그는 한명의 여배우와 유명한 스캔들을 냈지만, 그조차도 이별로 끝났다. 그는 그 이후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어떤 사람과 연인으로 지냈다는 기록이 없다. 지금에 와서는 그에 대한 기록을 그를 관찰한 제 3자를 통해서 밖에 알 수 없다. 그의 삶(life)과 생각, 가치관에 대해서도 남아있는 기록이 적은 터라 그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삶을 바라보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 우리 또한 그에 대해 알기 위해 제임스 딘의 삶(life)을 찍고자 했고, 또 그의 삶을 가까이서 관찰한 (그의 삶을 관찰하는 것을 목표로 그와 함께한) 잡지사 LIFE에 소속된 데니스라는 사진작가를 통해 보는 것이다. 철저히 제 3자의 입장으로 말이다.



            영화의 말미에 보면 알 수 있지만 영화는 LIFE사의 사진을 통해 그의 기록을 조금씩 밟아 나간다. 그가 머물었던 술집, 그가 앉아 있던 이발소 의자, 또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로 마음 먹은 다리 위. 제임스 딘이 사망한 60주기에 개봉된 이 영화는 제임스 딘의 소소한 흔적을 밟음으로서 그의 자취를 팬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음미한다. 여기에 더해 영화는 한발짝 더 나아가 제임스 딘이라는 배우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으며 어떤 삶을 추구했는가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는 어찌보면 방종에 가까운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이었지만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뚜렷이 구분해내는 사람이었으며 차갑고 신비로운 분위기와 반대로 따뜻하고 가족적인 모습을 가진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영화 ‘라이프’는 단순 관찰에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지 않는다. 제임스 딘이라는 배우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와 그가 우리에게 준 영향이 무엇인가에 곱씹게 함으로서 비로소 이 영화는 완성된다. 제임스 딘이 프롬 파티에서 한 대사에 그 내용이 직접적으로 등장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에게 뭐가 중요한지 다른 사람들은 몰라요. 여러분 자신만 알죠. 여러분의 삶을 사세요.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요.” 어찌보면 많은 영화와 여타 작품들에서 귀가 닳도록 들어온 말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을 찾아내고 그러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라는 것. 하지만 이것이 제임스 딘의 입에서 나온 것은 꽤나 의미가 있는 것으로 스스로가 직접 그러한 삶을 살아간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유를 추구하며 영화사의 압박에 굴하지 않았고, 자신만의 뚜렷한 작품 세계를 갖고 다른 장르를 무시하기도 했으며, 그가 소중히 생각한 가치관만큼은 꼿꼿이 지켜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 그러한 사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진 작가인 데니스는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이 뭔지 모른 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혼란을 느끼며 LIFE사의 노예처럼 살아가다가 제임스 딘이라는 인물을 만난다. 그는 심지어 그를 만난 이후로도 제임스 딘을 단순 대박을 터뜨릴 도구로만 판단한다. 데니스는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진정한 그의 가치를 깨닫고 자신의 삶을 회복시키며 멋진 사진들을 뽑아낸다. 영화의 마지막, 제임스 딘이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진정 원하던 것을 찾아.” 이말은 단순 제임스 딘의 말만이 아닌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말이기도 하며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어찌 해석하느냐에 따라 많은 대답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진정 꿈을 쫓았던 그 시대에 대한 회고이기도 할 것이며, 현실에 순응해버린 청춘들에게 고하는 일깨움일수도 있고, 제임스 딘이라는 인물을 그리워하며 뱉는 말일 수도 있다.





          이러한 내용과 별개로 이 영화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것은 지극히 팬의 입장에서 영화를 좇기 때문에 제임스 딘에 대해 잘 모르는 이의 입장에서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영화의 장면 장면이 마치 사진으로 찍어 놓은 듯 한 씬들이 많아 그러한 부분들에서 새삼 즐거이 영화를 볼 수는 있겠지만, 영화상의 갈등은 크게 폭발하는 형태로 다가오지 않으며 영화상의 대사도 조곤조곤한데다가 사건의 서사구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실제 인물의 시간을 따라가는 형식으로 극이 진행되는 터라 코드가 맞지 않을 경우 영화를 보는 시간이 러닝타임 내내 심히 괴로울 수가 있다. 그의 삶을 따라가는 이 전개 방식은 이 이야기가 왜 들어가 있는 거지라는 의구심을 품게 만들지도 모르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대체 뭔지에 대해 울화마저 갖게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임스 딘이라는 배우가 사망한지 60주년을 기념해 나온 이 영화는 그 기념비적인 부분에 대해 초점을 정확히 맞추고 있으며 그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혹은 동시대를 살지 않았더라도 그의 작품을 보며 그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던 많은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될지도 모른다. 꽤나 호불호가 갈릴 이 작품을 통해 제임스 딘이라는 배우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날지도 모르고, 혹은 그는 이대로 시간이 흘러 과거에 활동했던 비운의 배우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영화와 삶을 기록한 이 LIFE라는 작품은 한 인물의 일대기적인 영화라는 시선으로 바라본 순간, 누군가의 삶에는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뜻 깊은 영화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진정 원하던 것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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