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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시누 Jul 12. 2016

색다름을 추구하는 공포 영화

영화 리뷰 : 팔로우


※ 본문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포' 많은 사람들이 거르는 영화 장르다. 스릴러나 호러 영화는 즐겨 보지만 이상하게도 공포라는 장르를 달고 나온 영화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들이 많다. 공포라는 장르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는 공포 영화들이 흘러 넘치는 것 또한 관객들로 하여금 공포 영화를 기피하게 만든 주된 이유다. 많은 수의 공포 영화들이 단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에 치중하거나, 또 자극적인 장면들로 스크린을 메워 러닝 타임을 한 움큼 씩 채워 나간다. 그러다보니 영화를 다보고 났을 때 머릿속에 남는 것이라고는 순간순간의 이미지들뿐이고, 100분이 넘는 러닝 타임 동안 온몸에 힘을 주며 본 탓에 피로감만이 가득하다.



          사실 공포 영화는 심리적인 부분을 자극하는 영화와 시각적인 부분을 자극하는 두 종류의 영화로 크게 구분이 된다. 통상적으로 전자의 경우가 주로 영화가 난 이후에도 기억에 두고두고 남는다. 이불을 덮으면 생각나는 영화, 혹은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 문득 머릿속에 떠올라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영화들이 이러한 종류의 영화이다. 후자의 경우, 영화를 감상할 당시에는 매우 충격적이지만 영화가 종료된 이후에는 그에 대한 기억이 새하얗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좋은 각본과 연출이 곁들여진다면 그러한 영화들도 얼마든지 변칙적으로 작용해 새로운 면모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번에 우연치 않은 기회로 보게 된 [팔로우]라는 영화는 앞의 사례로 비교를 하자면 전자의 경우가 될 것이다. 영화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긴 했으나 심하게 끔찍한 장면이 등장해서, 혹은 영화가 유혈이 낭자한 연출을 선보이기 때문은 아니다.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관객들의 심리를 자극하며 극이 진행된다. 오프닝 신부터 시작해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영화는 한시도 쉬지 않고 관객들의 심리를 옭아맨다. 이 영화에 전반적으로 깔리는 신디사이저 소리는 분명 안심할만한 상황인 것 같은 분위기에서도 갑작스레 귓가를 맴돌며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사실 이 영화에서 많은 이들이 큰 호평을 한 부분이 바로 이 사운드 부분이다. FEZ라는 퍼즐 게임에서 느낌이 온 감독은 해당 게임의 사운드 트랙을 만든 음향 감독을 찾아가 [팔로우]의 음향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하는데 영화 내내 귀에 거슬리는 이 사운드트랙은 영화의 몰입도와 공포감을 배가시키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이 영화의 독특한 설정인 옮겨지는 저주와 저주의 당사자를 끊임없이 쫓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 또한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 영화는 좁은 공간에서 구석진 곳으로 몰려 위기를 겪는 주인공을 보여주기보다는 매번 주인공을 넓고 트인 공간으로 내몰아 왠지 모를 불안감을 유발시킨다. 뛰지는 않지만 서서히 끊임없이 주인공을 쫓는 미지의 대상은 분명 넓은 공간 어디에서 서서히 주인공을 향해 걸어오고 있을 것만 같다. 더구나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경을 360도로 빙 둘러서 보여주는 연출이나 한 화면에 배경이 다 들어오지 않고 좌우로 카메라의 방향을 돌리며 마치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주위를 살피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같은 시각 연출 방식은 극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려 관객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거둔다.





          [팔로우]는 그러한 이유로 전경을 담는 씬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장면들이나 혹은 조용한 시골 둔치 그리고 해변을 담는 장면들은 공포 영화라는 장르의 특색과는 별개로 시각적으로 아름답다는 느낌을 준다. 좌우대칭으로 보여지는 몇몇 장면이나 색감이 묻어나는 풍경이 느껴지는 장면들은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이미지로 남을 정도로 느낌이 좋았다.



          그렇다면 영화가 재밌었는가? 혹은 주변에 추천할만한 작품인가? 사실 그렇지는 않다. [팔로우]는 그리 무서운 영화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통상적인 공포 영화들과 유사한 공포감을 주지는 못한다.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이야 사실 공포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장치라 이 영화에도  차례 등장한다. 하지만 그런 류의 연출 주인공의 일상적인 장면에서 주로 보여지고 진짜 공포스러운 부분에서는 되려 절제된다. 더구나 영화 속 등장하는 경계의 대상이 [28일 후]의 좀비들이나 심령 영화의 유령들처럼 갑자기 벌컥 튀어나와 주인공을 습격하는 형태가 아니라 꽤나 느린 속도로 걸어다니는 존재들이다. 따라서 막상 대상을 마주친 이후의 공포감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이는 [팔로우]의 독특한 부분이자  단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유지되진행되긴하지만 막상 상대가 등장하면 별로 무섭지가 않다. 여타 공포 영화들이 미지의 대상과의 조우에서부터 본격적인 공포가 시작되는 반면, 이 영화는 그와 완벽하게 반대의 구도를 이룸으로 차별성을 띄고 다. 무섭지 않아야할 장면이 무섭고 무서워야 할 장면이 무섭지 않게 연출된 것이다. 앞에서 언급된 신디사이저 음악 역시 공포스러운 장면에 집중되어 있지 않고 시시각각 여러 장면에서 깔리기 때문에 보는 이러 하여금 무조건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음악이 시작되면 영화의 전개와는 상관없이 반사 작용처럼 공포감이 스믈스믈 기어 올라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몇 차례 반복적인 패턴이 이어지면 결국에는 적응이 되어 버리고야 만다. 그 탓에 극 후반부에는 되려 공포감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일어난다. 영화의 호흡이 다소 더딘 점 또한 영화의 단점이 될 수 있다. 초반부 음향 효과 덕에 웬지 모를 긴장감이 지속적으로 작용은 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까지의 스토리가 생각보다 길어서, 또 반복되는 패턴에 적응을 하다보면 지루한 느낌을 받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더구나 다른 공포 영화들에 익숙해진 공포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영화가 주는 공포감이 약하다고 느껴질 확률이 높다. 이런 종류의 공포에 새로움을 느낀다던지 혹은 이런 부류의 영화가 취향에 맞는다면야 괜찮겠지만 자극적인 부분으로만 판단한다면 다소 심심한 감은 있는 영화다.





          스토리 자체나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메시지 자체는 매우 직관적이다. 해당 부분은 영화의 주제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영화의 흐름에도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젊은이들의 문란한 성생활은 여러 호러 영화들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소재이다. 그러한 성향을 보이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대체로 끔찍하게 살해당하거나 사고로 죽게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영화 또한 그러한 부분에 대한 비꼬기 식 표현으로 스토리 라인을 잡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저주를 넘기는 방식으로 표현이 되며 상황이 어째 아이러니해진다. 결국 저주에 얽매이는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는 더더욱 문란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게 되고, 해결방안의 제시가 그러한 방향으로 이해가 되어 버린다면 결론은 비판의 포인트가 되려 해결책으로 보이게 되면서 주제와의 괴리가 생겨버린다. 물론 그러한 부분은 구체적으로 파고들어 일일이 지적하기보다는 영화적 장치로서 두루뭉술하게 이해하는 편이 더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팔로우]라는 영화는 이전과는 색다른 독특한 감각을 내포하고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저주를 다른 이에게 넘긴다는 공포 영화의 낡은 소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저주를 넘기는 방식이 기존과 달리 독특하게 묘사된 점에서 소재와 스토리는 진부하면서도 신선한 양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음향을 포함한 여러 시각적인 연출들은 저예산 영화의 약점을 덮는 이 영화만의 강점이기도 다. 하지만 다소 루즈할 수도 있는 진행과 공포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약하게 느껴질 공포감, 이 두가지가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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