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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시누 Jul 31. 2016

판타지의 탈을 뒤집어 쓴 정치 드라마

드라마 리뷰: 왕좌의 게임




          "Winter is coming" 어느덧 시즌 7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왕좌의 게임]은 매년 연초만 되면 많은 이들을 설레게 만드는 작품이다. HBO에서 제작한 이 작품은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판타지 서사 드라마로 드라마의 제목이 되어버린 "왕좌의 게임"이라는 이름은 실은 [얼음과 불의 노래]의 1부 제목이기도하다.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에 부제로 "마법사의 돌"이나 "비밀의 방"이 붙듯이, 혹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부제로 "두개의 탑", "왕의 귀환"이 붙듯이 말이다. 비록 원작과는 명칭이 다르지만 [왕좌의 게임]이라는 제목은 극의 내용을 잘 내비치고 있음에 틀림없다.

 


          현재 시즌 6까지 나온 이 드라마는 엄청난 팬덤을 거느리고 있다. 원작 소설만으로도 적지않은 수의 팬층을 형성하고 있었지만 HBO에서 이 드라마를 본격적으로 제작함에 따라 지난 6년간 이 시리즈의 팬덤은 어마어마하게 두터워졌다. 국내에서도 [왕좌의 게임]과 관련된 패러디물, 그리고 관련 상품들이 많이 양산되었으며 토크쇼등에서도 가끔씩 이 이름이 등장하느니만큼 [왕좌의 게임]은 하나의 신드롬으로 시청자들을 찾아온 것이 아닌가 싶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몇몇 주요 인물들이야 등장 빈도수도 많고 대부분 뚜렷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지라 헷갈릴 일은 잘 없다. 하지만 조연급정도로만 내려가도 인물들이 정말 많아지기 때문에 한보고는 누가누군지 분간하기 힘들때도 존재한다. 엑스트라정도로만 생각했던 인물이 나중에 비중이 높아져 돌아오기도 하는등 [왕좌의 게임]에서 인물을 운용하는 방식은 그 스펙트럼이 정말 넓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에서는 주연과 주연의 경계선이 뚜렷하지가 않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그 비중이 높고 낮음의 차이는 있겠으나 주연과 조연이 일발역전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주연급 배우들을 거침없이 죽여버리는 것도 이 드라마만이 가지는 강력한 특징 중 하나이다.


 


          "발라 모굴리스"라는 말이 작중에 종종 등장한다. 이는 "인간은 모두 죽는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어찌보면 [왕좌의 게임]이라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모두 죽기 때문에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던 간에 모든 인간은 죽는다. 작품 속에서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캐릭터가 몇 초사이에 갑작스레 죽임을 당한다던지 엄청 강해보이던 인물이 정말 어이없이 죽음을 맞는다던지 하는 설정은 지금에와서는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 버렸다. 여타 드라마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극을 읽어가면 되지만 [왕좌의 게임]에서는 누군가에게 애정을 심고가기도 애매하다. 절대 죽지 않을 것 같은 캐릭터도 몇명 등장하지만 솔직히 이들이 언제 죽어 사라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왜이렇게 인물들을 많이 죽여나가는 것일까? 사실 드라마의 배경은 판타지적 요소를 살짝 가미한 유럽 중세를 배경으로 한다. 실제 과거의 유럽처럼 결투등으로 사람 목숨이 나가는 것은 한순간이고 궁중에서의 암투와 정치 모략등으로 큰 부와 권력을 누리던 자들이 일순간에 역전 당하는 것도 한순간이다. 가난에 굶주리는 시민들은 항상 화가 나있고 그 와중에 권력층은 땅을 넓히겠다고 사방팔방으로 전쟁을 펼쳐나가던 것이 중세 유럽의 모습이다. [왕좌의 게임]은 그러한 점을 정확히 재현해내고 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재미는 등장 인물들간의 정치 싸움인데 정치력이 뛰어나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멍청하지만 큰 가문의 힘을 등에 업고 있는 자들도 있으며, 순수하게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선한 인물, 악한 인물 가리지 않고 위기는 누구에게나 동등히 떨어지며, 각각의 인물들은 이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사실 [왕좌의 게임]이란 드라마에서 절대악이나 절대선은 없는 듯 보인다. 물론, 화이트워커라는 좀비 집단이 주인공들이 물리쳐야 할 절대악으로 표현되고 또 등장인물들 중 이해불가 수준인 싸이코들도 몇몇 존재하지만 많은 인물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순전히 윤리적으로 보면 선한 인물들도 많지만 그러한 인물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일때 옳지 못한 길을 택하는 경우도 많이 보여지며, 되려 악하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는 모습도 많이 보여진다. 착했던 인물이 타락하는 경우도 있으며, 분명 악역이라 생각했던 인물이 선하게 변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처럼 [왕좌의 게임]은 인간사에 절대선이나 절대악은 없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많은 문학 작품에서 선과 악은 뚜렷히 구분되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악당들의 사정을 대변하는 작품이나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구분하기 힘든 작품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세상을 흑과 백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관에서 벗어나 좀더 깨어있는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 시대의 발전이 묻어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드라마는 판타지 드라마이기도 하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처럼 이야기 전반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묻어있지는 않지만, 종종 이야기속에서나 보일법한 존재들 혹은 능력들이 발현되기도 한다. 우선, 작중의 대부분의 인물들은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과 눈높이가 같다. 신화나 전설등은 과거의 미신으로 치부하고 현실적인 시선으로 삶을 살아가는 자들이다. 요괴나 괴물 이야기를 해주는 유모를 우습게 본다던지 불사의 존재가 공격해온다는 이야기를 단순 헛소리로 넘긴다던지 하는 모습들이 작중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그들 또한 이러한 미신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드라마 내에서 '용'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며 또 북쪽 장벽 너머에는 좀비들과 그것들을 만들어내는 화이트워커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장벽 너머 미지의 땅에는 거인들도 사는 듯 보이며 미래를 예지하고 독특한 마법을 쓰는 마법사들도 몇몇 등장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첨가적인 요소로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런 판타지적 요소가 배제된 채로 진행된다. 이는 판타지 매니아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일수도 있지만, 반면 현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왕좌의 게임]의 이런 부분에 더 마음에 끌릴지도 모른다.


 


          [왕좌의 게임]은 현재 원작 소설 또한 완결나지 않았다. 따라서 원작과 드라마가 다른 결말을 맞이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즌 5부터 원작에서 없는 장면이 드라마에 삽입되기도 하고 반면 원작에서는 등장하지만 드라마상에서 생략된 부분들도 많다. 시즌 6에서무터는 본격적으로 드라마가 책을 앞질러 독자적인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통해 혜택을 받은 배우들이 몇 명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수혜자'티리온 라니스터'로 등장한 '피터 딘클리지'가 아닌가 싶다. 그는 왜소증을 가진 배우로 유명하다. 하지만 여타 왜소증을 가진 배우들이 판타지 영화의 드워프나 난쟁이 종족으로 등장하는 것에 반해 피터 딘클리지는 본인연기력을 갈고 닦아 자신만의 독특한 입지를 구축했다. [왕좌의 게임]에서 뛰어난 머리와 정치력을 선보이는 '티리온 라니스터'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인기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했다. 그는 최근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에서 악역으로 등장해 좋은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 밖에도 대너리스를 연기한 에밀리아 클라크의 주가도 많이 올랐고 존 스노우로 등장한 키트 해링턴 또한 [왕좌의 게임] 출연 이후 많은 작품에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인지도가 꽤나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행여나 이 글을 보고 [왕좌의 게임]이라는 드라마에 흥미를 가져 시작하려는 분들이 있을까 덧붙이는 이야기지만 위 드라마는 매우 선정적이며 잔인하다. 19금 딱지를 붙이고 나온 드라마인데다가 방송사가 HBO다 보니 국내 드라마에서는 찾기 힘들 정도의 높은 수위를 선보인다. 정사씬의 경우 드라마 초반부에는 거의 회당 1회 정도는 등장하며 그 묘사도 웬만한 영화의 배드씬급으로 적나라하다. 잔인한 부분의 수위는 한층 격하다. 매 장면이 자세히 묘사되는 것은 아니지만 목이 잘린다던지 신체가 절단되는 모습은 생각보다 직접적으로 묘사된다. 따라서, 이러한 것들에 거부반응이 있는 분들은 아쉽지만 다른 드라마를 찾아보는 것이 더 나을수도 있겠다. 물론, 그를 극복하면서까지 [왕좌의 게임]을 보고자 한다면 그럴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는 드라마이다. 정말 아니다 싶은 분들은 책으로 이야기를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다. 현재 구판 번역본의 상태가 좋지않아 출판사에서 1부인 [왕좌의 게임]부터 다시 새로이 책을 출간한다고 밝혔으며 시중에 1권이 발매되어 있는 상태다.


 



          [왕좌의 게임] 통상 매년 4월에 시즌을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시즌 7 역시 4월에 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 바이럴 마케팅등은 연초부터 본격적으로 하지 않을까 싶다. 매시즌 여러 인물들의 얽히고 섥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왕좌의 게임]은 보면 보면 볼수록 진국인 드라마다. 결말이 어찌날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좋은 엔딩을 선사해 역대급 드라마로 길이길이 남기를 바란다. 제대로만 끝을 맺어 준다[브레이킹 배드]나 [배틀스타 갤럭티카]등의 명작 드라마들과 나란히 설수있는 인정받는 작품으드라마사에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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