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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시누 Aug 06. 2016

역대급 스케일의 마피아 게임

드라마 리뷰: 배틀스타 갤럭티카



         외국의 드라마들은 높은 기술력 덕에 국내에서는 찍기 힘든 SF나 판타지 설정의 드라마들이 종종 나온다. [왕좌의 게임]이나 [스트레인]등의 드라마들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러한 드라마들을 보면 가상 세계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고퀄의 CG를 뽐내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Syfy 채널에서 만든 [배틀스타 갤럭티카]라는 드라마는 요즘의 드라마들에 비하면 시각적인 퀄리티는 다소 떨어진다. 그렇다고 일본의 전대물급의 분장이나 영상효과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요즘 드라마들에 비해 그래픽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이질감 탓에 초반에는 드라마가 눈에 잘 안들어오기도 한다. 이질감을 견디지 못하고 초반에 포기하는 시청자들도 많은 편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 효과에도 불구하고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SF 드라마의 전설이라 불린다. 본편 이전 이야기를 다루는 시즌 0부터 시작해 욕심 부리지 않고 시즌 4로 마무리를 지은 위 드라마는 정치,사랑,윤리,종교등 정말 방대한 이야기를 모두 드라마속에 담아내고 있다. 보통 이런 다양한 주제를 담을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역효과를 일으키거나 이야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지만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달랐다. 이 드라마는 위의 내용들을 모두 잘 엮어내 풀어냈을 뿐 아니라 본 스토리의 진행 또한 소홀히하지 않아 지금에 와서는 마스터피스라고 불릴 정도의 작품이 되었다.





          드라마의 설정 자체는 영화나 드라마등을 많이 접한 분들이라면 꽤나 익숙한 내용일지도 모른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문명의 인간 집단12개의 콜로니로 구성된 행성들을 지배하고 있다. 그들은 발전된 과학 기술로 기계들을 통솔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수하에 두었던 기계 문명이 반란을 일으키게 된다. '사일런'이라고 지칭되는 이 기계들과의 싸움은 오랜 기간 동안 끝나지 않고 결국 일종의 평화 협정을 맺은채로 두 세력은 서로 휴전을 하게 된다. 매년 콜로니 인근에 설치해놓은 우주정거장에서 평화 회담을 갖기로 양측은 합의하지만, 사일런들은 휴전 후 단 한 차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나고 인간들은 사일런의 존재를 잊기 시작하고 그들에 대한 경계 또한 사뭇 흐릿해졌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사일런들의 재침공이 이어지고 예상치못한 기습과 인간문명의 기계 자동화 시스템을 모두 무력화 시켜 버리는 그들의 신종 기술에 인간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시작한다.



          더구나 새로이 등장한 적들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외양으로만 보면 인간과 똑같아 피아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인류 최고의 석학인 '가이우스 발타라는 과학자'는 여성 형태의 사일런에게 꼬여 핵무기 접근권을 넘겨줘 버리고 그로 인해 열두개의 콜로니는 멸망의 길을 걷는다. 한편 우주함선인 '배틀스타'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배틀스타 갤럭티카'와 해당 함선의 노장 윌리엄 아다마는 그날 퇴임식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런 사일런의 습격에 그들 또한 전투 태세에 나서게 되는데, 다른 전함들이 최신식 무기로 무장해 사일런들의 자동화 기계 무력화 기술에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무너질때 갤럭티카라는 함선은 구식 모델이라 수동으로 작동이 가능해 적들과 대적할 수 있는 위치를 갖게된다. 그러나 숫적으로 도저히 상대가 불가능하자 윌리엄 아다마는 민간인들이 타고 있는 많은 민간선들과 대피선들을 데리고 엄청난 거리를 도약할 수 있는 함선의 '점프' 능력으로 위험 지대를 탈출한다.




          도망친 인간들은 머지 않아 사일런들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되고 배틀스타 갤럭티카를 포함, 수많은 민간선 사이에 사일런의 스파이가 심겨져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서로를 의심한다. 한편, 12 콜로니를 박살낸 사일런들은 인간들을 살려둘 경우 자신들에게 언젠가 반드시 보복할거라 여기고 인간 생존자들의 함선을 추적하기에 이르른다. 한편,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모두 사망해 버린터라 어쩌다보니 교육부 장관인 로라 로즐린이 임시로 대통령직에 앉게되는데 함선의 함장인 윌리엄 아다마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게다가 인간계 최고 학석이지만 의도치않게 사일런에게 핵무기권을 넘겨줘 인류를 멸망으로 이끈 공범이 되버린 가이우스 발타 박사는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사일런의 환상을 보며 내부적으로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함선 내의 범죄자 구금칸의 범죄자들이 교육부 장관인 로즐린의 대통령 자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범죄자들의 우두머리격인 톰 자렉이 자신에게 피선거권을 줄것과 정정당당하투표로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자는 요구를 하기 시작한다. 밖으로는 사일런들의 추격이 이어지고 내부적으로는 숨겨진 사일런 색출과 정치적 암투가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인류 문명은 점점 혼란에 빠지게 된다. 심지어 그들에게 주어진 자원은 제한적이다. 물과 연료등의 부족 문제까겹쳐지며 이들에게 수많은 위기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한 시즌당 13편에서 20편 사이의 에피소드들을 가지고 있는데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모두 메인 스토리에 미약하게나마 연관이 있다. 고로 네 시즌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로 묶여 있는 것이다. 여타 드라마 못지않게 떡밥 또한 상당히 많으며 그 가운데 독자들에게 해석을 맡기겠다는 식으로 열린 결말로 마무리 지은 일부 떡밥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복선이 드라마의 말미쯤 다시 회수가 된다. 





          이 드라마는 소위 마니아층들이 파기 딱 좋은 형태를 띄고 있는데 우선 스토리상에서 상징성을 띈 소재들이 정말 많이 등장한다. SF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13이라는 숫자라던지 환상, 신의 존재등의 상징들이 등장해 이 영화의 종교적 색채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드라마의 차후 내용을 추측하게 만드는 소위 "떡밥"들이 드라마 전반에 다양하게 뿌려진다. 또, 캐릭터 하나하나의 개성들이 정말 강해 캐릭터에 대한 팬덤이 형성되기가 매우 좋다. 대부분의 인물들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들이지만 각자 단점 또한 뚜렷하다. 대표적인 예로 윌리엄 아다마는 훌륭한 통솔 능력을 가진 함장이지만 자신의 아들이나 주변인들에 대한 정 때문에 그 결단이 흔들리는 모습이 자주 보이며, 그를 보좌하는 부함장 사울 타이의 경우 결단력은 뛰어나나 기본적인 통솔력이 좀 부족한 모습이고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스타벅은 가장 재능있는 조종사이자 타고난 전투꾼이지만 드라마 내내 복잡한 남자 관계를 보이며 성격 또한 공격적이고 문제가 많아 여러 사건에서 트러블을 일으킨다.



          드라마의 전투 장면 또한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재미 요소 중 하나인데 비록 그래픽은 조악하지만 적군들과의 우주 전투 씬은 보는 재미가 나쁘지 않다. 드라마에 종종 나오는 전투에 대한 전술 구사법이라던지 인간측과 사일런 측의 전략/전술 싸움등은 본편과 별개로 또하나의 흥미진진한 요소이기도 하다. 더욱이 자동 운행이 아닌 수동 운행을 한다는 설정이 이러한 전투씬의 모습들에 더욱 현실성을 가져다 줘 비록 SF 속의 가상 전투이지만 그 씬이 나름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배틀스타 갤럭티카]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정치적인 요소이다. 의도치않게 대통령직에 오른 로라 로즐린이나 범죄자들의 우두머리인 톰 자렉, 그리고 자기 살길 찾기에 바쁜 가이우스 발타와 위기시에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로라 로즐린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군인 세력들, 그리고 자신의 남편이자 부함장인 사울 타이를 함장직에 올리려 하는 엘렌 타이의 정치 공작등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서로 엮여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들끼리의 싸움을 벌이는 것 뿐만 아니라 외부적 공격과 문제에는 힙을 합쳐 공생해야만한다. 이러한 상황 내에서 이해 관계가 서로 엮이게 되며 다양한 종류 등이 발생한다. 여기에 더해 내부 스파이들로 존재하는 사일런들이 마치 인간인냥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냄으로 드라마는 더욱 재미있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한가지 독특한 점은 일부 사일런들이 "Sleeper" 상태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Sleeper 상태란 그들 스스로도 특정한 각성 시점 전까지는 자신이 사일런인지조차 인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은 인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다 어느 시점 각성이 되면 사일런임을 자각하게 되어 행동하기 때문에 본인의 정체를 은닉하기가 매우 좋다. 또한 사일런들은 육체가 죽어도 사망과 동시에 해당 육체가 겪었던 경험이나 기억등이 부활선이라는 곳에 업로드됨으로 다시 새로운 육체에 같은 기억을 가진 채로 부활한다. 즉, 적의 정보를 뽑아내고 공유하기에 최적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가이우스 발타라는 캐릭터는 인간이지만 인류를 멸망시킨 원인을 제공한 위치에 있어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인간측과 사일런측 사이에 서서 목숨 부지를 위해 줄타기를 하는 캐릭터로 그 행동이 때로는 인류에 큰 피해를 주기도 해 사건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인물로 등장한다.





          [배틀스타 갤럭티카]라는 드라마는 관련 스핀오프인 [카프리카]라는 드라마가 후에 제작되기도 했으나 그리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해 빨리 종방한것으로 알려져있다. 사실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오래전에 드라마로 한번 제작된적이 있었으나 그 당시에는 윌리엄 아다마의 젊은 시절을 그리는 내용이 주이며 사일런들과의 최초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알고 있다. 고로 동명의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다루는 내용은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새로이 제작된 시리즈가 워낙 고퀄이다보니 많은 팬들은 [배틀스타 갤럭티카]라고 하면 대부분 후에 방영된 이 드라마를 떠올린다. 일부 팬들은 이 드라마를 SF계의 바이블이라고 부르는데 그 호칭이 실로 과장된 호칭이 아니라고 느껴질만큼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완성도는 뛰어나다. 혹 누군가가 재미있는 미드를 찾고 있다면 나는 이 드라마를 반드시 추천해주곤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다소 조악한 그래픽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분명 즐겁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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