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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시누 Aug 09. 2016

오마쥬 빼면 건질게 없는 가족 괴수물

영화 리뷰: 쥬라기 월드


        ‘쥬라기 공원.’ 이 영화의 제목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죠스], [이티]에 이어 공룡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통해 대규모 흥행을 성공시킨다. ‘공룡’이라는 미지의 소재를 다룬 영리한 스릴러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쥬라기 공원]이라는 작품은 지금 보더라도 그 매력이 상당하지만, 개봉 당시에는 실로 엄청난 파급 효과를 일으켰다. 당시 이 영화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공룡 관련 상품들이 판매 행진을 이어나갔으며 공룡이라는 컨텐츠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소재가 되었다. 나 역시도 본격적으로 영화에 흥미를 붙이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영화였다. 반복해서 돌려보던 [쥬라기 공원] 테이프는 결국 과한 되감기/재생으로 인해 테이프 필름이 나가버렸고 비디오는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신세가 되고야 말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공룡에 대한 관심도는 점점 식어갔다. 한 때 장난감 가게를 뒤덮던 공룡 관련 상품들은 창고 뒤편으로 사라졌다. 시리즈물로 이어지던 [쥬라기 공원]도 3부작에서 한계를 맞이했다. [쥬라기 공원3]가 흥행에 실패하고 평단의 혹평 폭격을 맞자 이 시리즈물도 더 이상 영화 관계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이는 비단 [쥬라기 공원]에 국한된 것이 아닌 공룡이라는 소재에 대한 사람들의 흥미가 식은 것처럼 보였다. 해당 시기를 기점으로 공룡이라는 소재는 거의 모든 매체에서 증발해 버렸다. 마치 매체에서마저 공룡이 멸종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2008년 [쥬라기 공원]의 원작자인 마이클 클라이튼이 세상을 떠났다. 그로 인해 루머로만 간간히 언급되던 [쥬라기 공원 4]의 소식 또한 사라졌다. 한때 시대를 주름잡던 [쥬라기 공원] 프로젝트는 그렇게 할리우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듯 보였다.





       그런 쥬라기 공원 시리즈가 무려 10년이 넘는 공백기를 거치고 다시 부활했다. 이 소식은 처음에 인터넷을 떠돌던 루머의 하나로 취급되어 영화팬들도 코웃음쳤다. 하지만 그 루머는 곧 현실로 다가왔고 많은 이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매드맥스], [터미네이터] 등 오래된 시리즈물들이 앞다퉈 극장가로 재진입했는데 [쥬라기 월드] 또한 그러한 추세에 합류했다. 많은 관객들과 기존 시리즈물의 팬들의 기대를 업고 이 영화는 당당히 스크린에 개봉했다. 그러한 기대를 업고 2015년 개봉작들 가운데 [스타워즈:깨어난 포스]에 이어 당해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했고 역대 영화들 가운데서도 [타이타닉], [아바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 이은 흥행 4위의 기록을 차지했다. 하지만 흥행 성적과 별개로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쥬라기 월드]는 기존의 팬들을 위한 선물같은 영화다. 1편의 오마쥬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하며 스토리상의 연결점도 조금씩 눈에 띈다. 이같이 1편을 본따 관객들의 추억을 환기시켜 주었다는 점은 이 영화의 큰 강점이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그대로 살려서 영화상에 투입한 점, 1편의 배경이 된 이슬라 누블라 섬을 다시 배경으로 도입한 점, 그리고 그밖에 1편에 나온 장면들을 유사하게 연출한 많은 노력들은 감독 역시 [쥬라기 공원]의 팬이었음을 드러낸다. 22년의 시간동안 과거의 쥬라기 공원이 어떻게 변모했는지 찾아보는 것은 이 영화만이 줄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 요소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시리즈의 장르와 달리 이번 작품의 경우 스릴러라 부르기가 조금 애매하다. 얼핏 보면 가족용 괴수 영화로 탈바꿈 된 느낌마저 든다. 기존 시리즈들도 각 영화마다의 느낌이 조금씩 다르지만 [쥬라기 월드]는 대상 연령층을 확 낮춘 듯 보인다. 사실 이 영화의 목표는 한편의 완성된 작품이 아니었을 확률이 높다. 제작사의 궁극적인 노림수는 이 거대 시리즈물의 성공적인 부활인 것으로 추측된다. 속편을 낼 것이라는 루머 또한 사전에 많았고 개봉 후 루머는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시리즈물로 성공하기 위한 몇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이 작품을 새로운 시리즈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팬은 물론이고 과거 [쥬라기 공원]을 겪지 않은 현재의 10대 및 저연령층의 관객들 또한 사로잡아야 한다. 과거 쥬라기 공원 1편에 열광한 세대는 22년이 지나 대부분 한가정의 부모가 되었다. 새로운 시리즈물의 기반을 잡기 위해서는 기존 팬들과 새로이 들어올 팬들을 모두 사로잡는 그런 전략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에 따른 제작사의 선택은 좀더 가족화된 쥬라기 공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장르의 변모은 좀 더 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기대하던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다. [쥬라기 월드]는 각본마저도 심하게 부실하다. 민폐 캐릭터나 거대 시설의 허술함 등은 영화적 클리셰로 웃고 넘어갈 수 있다. 영화적 재미를 위한 장치이니 그럭저럭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부분이다. 하지만 캐릭터의 활용은 물론이고 내용 전개의 개연성에서 너무 허술한 부분들이 많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모턴의 캐릭터 활용이나 일부 캐릭터들의 사용은 탄식이 나올 정도다. 작위적인 느낌이 풀풀 나는 스토리를 너무나도 뻔한 방식으로 헤쳐 나가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이 영화는 최근 할리우드 상업 영화의 트랜드를 따라가기 위해 실없는 농담마저 영화에 한 가득 부어넣었다.





       압도적인 적들 앞에서 생존하는 것이 [쥬라기 월드] 속 등장인물들의 목표다. 행동 하나하나가 생존과 직결되어 있으며 위기를 벗어나 탈출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하지만 [쥬라기 월드]는 시도 때도 없이 실없는 농담으로 러닝 타임을 메꾼다. 농담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진지한 상황이나 긴장감 속에서 뜬금없이 농담이 튀어나오니 극의 몰입이 심각하게 떨어진다. 이는 기존 시리즈물에 익숙해져 있던 관객들에겐 더 끔찍하게 느껴진다. 쥬라기 공원 1편에서 말콤 박사가 던지는 시니컬한 농담은 그 톤 자체가 블랙 코미디적이고 자조적었기 때문에 상황의 몰입에 큰 방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쥬라기 월드]에서는 모든 인물들이 다른 사람을 웃기지 못해 안달이 났으며, 그로 인해 유치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쥬라기 월드]의 유머는 마블 시리즈의 만담과 유사하다. 하지만 두 시리즈가 갖는 상황적 설정이나 인물의 특성들은 상이하다. 마블은 캐릭터의 매력으로 승부하는 영화다보니 전투씬 도중에 유머를 보이더라도 작품의 성격상 웃음으로 승화된다. 반면 [쥬라기 월드]의 캐릭터들은 평범한 일반인들이고 상황도 심각한 와중에 왜 그리 웃기지 못해 안달이 난지 모르겠다.



       이로 인해 이 영화는 긴장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긴박하지 않은 쥬라기 공원 시리즈가 탄생한 것이다. 1편에서의 물잔이 흔들리는 장면은 하나의 심볼처럼 기억된다. 멀리서 티라노가 다가오자 그 발자국의 진동 때문에 차에 올려 놓은 물잔 속 물이 원을 그리며 떨리던 그 장면 말이다. 혹은 랩터와 아이들의 부엌 추격 씬 같은 장면들, 독을 뿜는 공룡과 네드리의 대치 씬 등을 떠올리면 새삼 1편이 가지는 긴장감, 혹은 스릴러적 요소들이 얼마나 뛰어난지 깨닫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러한 긴장감은 조금도 느낄수 없다. 그나마 트럭 추격씬이 긴박감 있게 연출되었지만 그 밖의 장면들은 즐거운 눈요기 이상의 효과를 걷지 못한다.





       [쥬라기 월드]는 속편이 확정된 작품이다. 할리우드에서 이런 금광을 발견했을 때는 절대 놓치는 법이 없다. 하지만 속편의 성격 역시 이번 작품과 마찬가지라면, 과연 이번처럼 흥행이 대박을 터뜨릴지는 의문이다. 이번 작품의 경우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는데, 불호인 관객들이 후속편을 다시 찾을지도 의문이지만 혹여나 찾는다 하더라도 이번 작품이 갖는 문제점들을 그대로 이어 나간다면 시리즈물이 갖는 큰 그림을 이어나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1991년 개봉했던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1,2편이 3,4편에 들어서 어떻게 몰락했는지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어렵사리 시리즈를 이어나간 이 작품이 극장가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인스턴트 영화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다음 편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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