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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시누 Aug 18. 2016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영화 리뷰: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크랭크인 이전부터 많은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DC 코믹스 원작의 이 영화는 악당들이 주인공인 영화다. 매번 주인공들을 위협하던 극악무도한 적들이 한 팀으로 묶여져 강제로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는 것이다. 그들의 목에는 언제든지 폭파가 가능한 소형 폭탄이 심겨져 있으며 임무 도중 탈주를 하거나 돌발행동을 할 경우 바로 폭탄이 터진다. 대신 악당들이 임무를 성공할 경우 그들의 형량을 줄여주기로 계약이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그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위험천만한 미션에 투입되는 것이다. 매번 히어로들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야기가 이제 반대로 악역들을 중심으로 꾸려진다.



          코믹스에서도 이같이 신선한 스토리로 큰 반향을 불러온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화제의 중심에 서기 딱 좋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영화가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서자 무언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많은 팬들은 이 영화가 R등급으로 만들어 질 것이라 예상했다. R등급은 국내로 말하자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다. 잔혹한 악당들이 주인공이니만큼 관람 등급 제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 것이다. 그러나 팬들의 예상을 깨고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PG-13등급을 받았다. 여기서부터 우려는 시작된다. 악당들의 배신과 음모, 그리고 강렬한 액션을 기대했던 팬들은 다소 의문이 들었다. 워너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영화의 강도를 약화시킨 게 아닌가하는 의심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영화가 마무리 단계에서 재촬영에 들어간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영화가 재촬영에 들어갔다는 것은 대체로 세가지 경우 중 하나다. 첫째는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높이기 위해 재촬영에 들어가는 경우다. 이같은 경우 추가로 넣고 싶은 장면이 생겼다던지 손보고 싶은 장면이 발견될 때 이루어진다. 둘째는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져 제작사에서 수정을 요구함에 따라 재촬영이 되는 경우다. 리메이크 된 [판타스틱 4]의 경우가 두번째 경우에 포함된다. 이런 케이스는 수정을 봐도 엉망인 영화가 나올 때가 많다. 가장 최악인 것은 제작사가 단순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아 재촬영을 요구하는 경우다. 마지막 케이스는 감독의 제작 의도와 연출 방향이 제작사가 생각하는 바와 어긋나서 최종적으로는 이도저도 아닌 괴작이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결국 2번, 혹은 3번 케이스에 속하고야 말았다.



          팬들의 기대는 그렇게 무너졌다. 원작 후려치는 완벽한 캐스팅과 예고편 잘 만들기로 유명한 DC의 사전 광고까지 때깔 곱게 뽑혔지만 결국 본편에서 무너졌다. 어떤 부분이 문제였을까? 사실 영화 전체가 총체적 난국이라 하나하나를 꼽기가 힘들 정도다. 매력적일 줄만 알았던 캐릭터들은 한둘을 제외하고는 병풍 수준이다. 기대를 받았던 조커의 활약은 대량 편집으로 사라졌다. 강력해보이던 악역은 허무하게 퇴장하고 악독할 줄 알았던 자살 특공대는 그리 위협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개연성을 찾기 힘들고 그 활용도 조악하다. 더 심각한건 허술한 스토리를 메꿔줄 액션마저도 엉망이라는 점이다. 차라리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했더라면 액션이라도 구제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선 캐릭터부터 이야기 해보자. 할리퀸의 매력은 이 영화를 통해 충분히 어필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이상을 기대한 팬들도 많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대는 충족시켜 주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영화가 끝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할리퀸이니 말이다. 데드샷을 연기한 윌 스미스도 나쁘지 않았다. 이 영화의 주축을 이끌어가는 인물 중 한명이다보니 비중도 잘 살렸다. 다만 그가 가진 저격의 특징을 초반을 제외하고는 잘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아만다 월러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그나마 잘 살린 요소라 생각된다. 무뚝뚝한 표정에 철저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으로 빌런들을 휘잡기에 문제가 없는 캐릭터였다. 조커는 로맨티스트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고 있다. 사실 원작의 조커와는 그 느낌이 다르긴 했지만 또 하나의 캐릭터로 본다면 조커가 주는 임팩트도 적진 않았다. 하지만 분량이 너무 적다보니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밖의 캐릭터들이 있다. 남은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매력이 없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카타나’다. 이 캐릭터는 대체 왜 등장하는 지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다. 영화에서는 소품, 장면, 촬영 각도 하나하나에 모두 감독의 의중이 들어있다. 그것은 영화가 제한된 시간 내에서 연출되며 카메라 프레임을 통해서만 보여진다는 시공간적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등장인물은 더욱 중요하다. 그들은 영화에 지속적으로 비춰지며 그들의 시선을 통해 극이 진행되기도 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카타나’라는 캐릭터는 활용 가치가 전혀 없다. 비중도 없고 활약도 없고 전해주는 메시지도 없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그녀가 칼을 끌어안고 우는 장면인데 그 또한 왜 넣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이다. 워너의 CEO인 케빈 츠지하라 때문에 넣은 것이 아니냐하는 루머가 있는데 이 캐릭터의 활용도를 생각해보면 영 근거 없는 추측은 아닌 듯 느껴진다.





          다음은 인물들과 이야기의 개연성이다. 극 중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은 이해불가의 연속이다. 그것은 단순 이들이 미쳤기 때문에, 혹은 사이코라는 이유로 설명되기 힘들다. 처음 만날 때만해도 서로를 적대시하던 그들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자기의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서로를 생각하는 전우가 된다. 누가 이들을 보고 이기적인 악당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할리퀸은 그렇게 사랑하던 푸딩을 내버려두고 동료들과 싸우는 길을 택한다. 릭 플래그에게 실망했다던 일당들은 술집에서 잠깐의 시간을 보내고 금새 똘똘 뭉친다. 배신의 아이콘이라던 캡틴 부메랑은 딱 하루 만난 이들과의 우애를 지키려 전장으로 돌아온다. 이란까지 순식간에 오가던 인챈트리스는 구태여 칼을 휘두르며 싸우더니 상대방의 칼부림을 제대로 피하지도 못한다. 인챈트리스의 오빠는 도시를 초토화시키며 엘 디아블로의 화염 세례도 견뎌내지만 미국 군인들의 폭탄 한방에 요단강을 건넌다. 촉수 공격은 민간인과 헬리콥터를 제외하고는 선보이지도 않는다.



          이러한 허점들의 연속을 단순 영화적 장치나 클리셰의 활용 정도로 이해하기에는 영화의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 영화인데 그냥 웃고 넘기자고 말하기엔 너무 정도가 과했다. 차라리 악당들의 이해관계가 어쩌다 맞아떨어져서 화해를 하는 것이었다면, 군인들의 폭탄이 아니라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공격으로 인챈트리스의 오빠가 패배하는 것이었다면, 카타나가 비기의 한수라도 보여줬다면 그나마 나았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정점은 여기에 신파까지 끼어든다는 점이다. 릭과 준 문의 사랑, 조커와 할리퀸의 사랑, 데드샷과 딸의 사랑, 카타나의 칼 신파, 엘 디아블로의 아픈 과거, 세상을 뒤흔든 악당들의 눈물겨운 우정과 희생정신. 여기에 품속에서 되살아나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의 방점까지. 모두 영화관에 티슈 하나씩은 챙겨 가야 할 것이다. 이 영화가 나쁜 놈들이 주인공인 영화라는 점은 사실 훼이크다.





          물론 이 영화에 칭찬을 할 부분도 일부 존재한다. 우선 훌륭한 캐스팅이 가장 칭찬할만한 점이다. 마고 로비는 물론이고 자레드 레토, 윌 스미스, 조엘 킨나만 등 각자가 제 모습에 어울리는 캐릭터의 가면을 쓴 것 같았다. 내용 면에서는 할리퀸의 탄생을 다룬다는 점이나 아만다 월러의 활용 등 일부 장점이 눈에 띈다. 코믹스나 DC 유니버스의 팬들의 입장에서는 짧게 등장하는 플래시나 배트맨등의 모습을 보는 것도 반가운 요소였을 것이다. 그리고 음악의 선택은 정말 탁월했다. 대중적이면서도 귀에 꽂히는 음악들을 군데군데 배치함으로 극의 분위기 전환을 꾀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가진 단점들이 너무 심각하다보니 이러한 장점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많은 팬들의 기대를 업고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이지만 많은 이들에게 혹평 일색의 평가를 받고 있다. DC 코믹스의 작품들은 많은 기대를 힘입어 지금까지 흥행에는 성공해왔지만 그 평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팬심으로 계속 지켜봐주는 관객들도 많지만 이러한 패턴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그 애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우려된다. 관객과 평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마블은 자주 DC의 비교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러나 DC 코믹스는 마블이라는 라이벌을 앞에 두고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만의 색깔대로 세계관을 잘 꾸려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워너 측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에게 충분한 재량권을 주고 상업적 기준으로 영화를 뒤흔들어 놓는 일은 그만 두어야 할 것이다. DC의 다음 작품은 [배트맨VS슈퍼맨]에서 짧게 모습을 드러낸 [원더우먼]이다. 이 작품은 부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아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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