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세레나
할리우드의 두 스타, '브래들리 쿠퍼'와 '제니퍼 로렌스'가 함께 주연을 맡았다. 또한 [인 어 베러 월드]를 통해 오스카를 수상한 '수잔 비에르'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게다가 스토리는 비운의 사랑 이야기라고 한다. 이러한 소식들은 새로운 걸작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기대는 영화를 보고나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분명 배우들의 우수한 연기력과 수준급의 촬영 기법 등은 눈에 띈다. 하지만 영화는 이것들이 전부가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촬영기법이 영화라는 집을 떠받드는 기둥이라면, 영화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각본과 연출은 집의 대들보와 부합한다 할 수 있겠다. 세련되고 튼튼한 기둥들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대들보가 엉망인 집은 바닥에서부터 무너져 내린다. 영화 [세레나]가 딱 그러한 격이다.
[세레나]는 '론 레시'가 쓴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원작 소설과 영화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조지'라는 인물이다. 그는 먼 타지에서 우연히 ‘세레나’라는 여성을 만나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들의 사랑은 급작스레 진행되어 결국 결혼에까지 성공적으로 골인한다. 조지는 벌목장을 운영하는 사업가다. 그는 세레나와의 결혼 후 그녀와 함께 자신의 사업장이 있는 지역으로 돌아간다. 세레나는 많은 것들을 기대하지만 그곳에서는 그녀가 마주친건 골치아픈 사건 사고들이었다. 사업 반대 세력과의 대치, 노동자들의 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이런 조지의 위기에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다름아닌 그의 부인 세레나였는데, 그녀는 단순 집안일만을 거드는 수동적인 인물이 아닌 조지와 함께 사업을 이어나가는 사업 파트너로서의 면모 또한 갖추고 있는 적극적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제시한 해결책은 임시방편이었다. 해결했다고 생각했던 문제는 또다른 사태들을 몰고 오고 상황은 점점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세레나라는 인물은 사업적으로 능력 있는 파트너였으며 조지에게 헌신하는 피앙세었음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녀가 나타남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게 되고, 모든 질투와 시기는 그녀를 중심으로 얽히게 된다.
[세레나]는 정말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다. 소설 원작의 영화라 담고자 하는 내용이 많은 바도 있으며, 설령 각색을 했더라도 사랑, 배신, 이해관계의 대립, 치정, 정치적 갈등 등 정말 많은 이야기가 이 영화 속에 담겨져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특정 부분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산발적인 전개를 선보인다. 소설을 영화로 각색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불필요한 부분, 혹은 중요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부분은 잘라내야만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저 소설을 옮기는 데에만 너무 집중했다. 여러 가지 사건들은 끊임없이 터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은 느껴지지가 않고, 심지어 다음 내용은 어느정도 예측까지 가능하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건과 사건간의 개연성이 지나치게 비어있으며 그 과정에서의 도약이 과하다는 점이다. 관객들은 등장 인물들의 행동에서 그들의 심리와 동기 요인에 대해 어림 짐작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영화상에 단 한 차례도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일부 행동은 이야기의 방향을 결정할 만큼 영향력 있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것들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설명이 전무하다. 그러한 생략되는 부분은 한번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라 수차례 선보여진다. 그탓에 주변 인물들의 행동이 마치 작위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치정 영화에서 감정의 대립과 갈등의 묘사는 매우 중요하다. '왜 그들이 그러한 행동을 해야만 했나', '왜 그러한 심리를 가졌는가',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가'같은 문제들은 이같은 장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단순 사실 관계만을 쓱 훑으며 지나가버리는 것은 영화의 장르적 재미를 한 풀 꺾어버린다. 더군다나 영화는 주변인물이 아닌 극의 주인공 '세레나'의 행동마저도 똑같이 도약시켜버린다.
[세레나]를 보고 데이빗 핀처 감독이 작년에 연출한 [나를 찾아줘]가 떠오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둘 다 자신만의 연애관을 갖고 삐뚤어진 집착을 보인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이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나를 찾아줘]에서 에이미는 더할 나위 없이 섬뜩한 인물이다. 그녀의 섬뜩함이 더 피부에 와닿게 느껴지는 것은 데이빗 핀처 감독은 2시간 반이라는 긴 러닝타임동안 에이미의 감정선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세레나]는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고작 1시간 49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 동안 성큼성큼 진행하는 탓에 세레나의 감정 변화 또한 성큼성큼 진행시켜 버리며 그녀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관객에게 하여금 과한 도약을 필요로 하게 만든다.
[세레나]는 정말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다. 소설 원작의 영화라 담고자 하는 내용이 많은 바도 있으며, 설령 각색을 했더라도 사랑, 배신, 이해관계의 대립, 치정, 정치적 갈등 등 정말 많은 이야기가 이 영화 속에 담겨져 있다. 이 영화는 세레나를 중심으로 한 치정 영화이며, 감정선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만 했다. 히치콕 감독의 말 가운데 “탁자 밑에 폭탄이 터지면 서프라이즈다, 하지만 탁자 밑에 폭탄이 있는 것을 보여주기만 하고 인물들을 탁자에 앉히면 그게 서스펜스다.”라는 말이 있다. 소설을 영화로 각색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불필요한 부분, 혹은 중요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부분은 잘라내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서스펜스를 포기하고 폭탄을 터뜨리는 데에만 집중했다. 여러 가지 사건들은 끊임없이 터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닥 긴장되지가 않고, 심지어 다음 내용은 어느정도 예측까지 가능하다.
원작을 영화로 옮기는 작업은 매우 힘들다고 한다. 원작 팬들과 영화 팬들을 동시에 만족시키기가 힘든 것이 가장 크겠지만, 우선 소설의 호흡과 영화의 호흡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소설이 감정을 묘사하는 데에 있어서는 글이라는 도구를 사용할 수 있으며 방대한 내용을 담는 동안 던지는 다양한 복선등은 이야기의 내용을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는 그 양의 조절에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소스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선택지처럼 보이기 쉽지만 나름대로의 조정이 필요한 부분임에 틀림 없다.
글의 초반부에서도 언급한 부분이지만 이 영화의 장점들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두 주연을 비롯한 많은 배우진들의 훌륭한 연기이다.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는 디테일마저 살려 극 중 가장 인상적이었고, 브래들리 쿠퍼도 제니퍼 로렌스에게는 밀리지만 나쁘지 않은 연기를 선보였다. 조연으로 등장한 뷰캐넌과 갤러웨이, 그리고 보안관을 맡은 배우들 역시 자신의 배역을 역할에 맡게 훌륭히 소화해 냈다. 또, 몇몇 장면들의 경우 비록 단편적이지만 군데군데 인상적인 장면들이 분명히 보여졌다. 한편, 제작진은 위 영화가 시대적 고증을 훌륭히 해놓아 그러한 점을 영화의 큰 장점으로 주장하며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틀림없이 즐거울 것이라고 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면 시대적 고증이 그리 큰 장점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시대적인 느낌을 잘 살린 영화라면 브래들리 쿠퍼와 제니퍼 로렌스가 함께 출연한 또다른 작품인 [아메리칸 허슬], 혹은 국내 영화인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가 더 훌륭한 예시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레나]란 작품은 충분히 잘 살릴 수 있는 이야기었음에도 불구하고 초점을 잡지 못해 이리저리 흔들리다 끝나버린 작품이었다. 이는 수잔 비에르 감독의 성장통일수도 있고 애초에 무리한 추진이었을지도 모를 프로젝트였다. 할리우드의 유명 스타들을 기용했음에도 그리 성공적인 프로젝트로는 마무리 되지 못했으며, 후일 아쉬운 작품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지 않을까 싶다. 영화에는 뚜렷한 축이 있어야 하는 데 그러한 점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것이 이 영화의 큰 과오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