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보디빌딩, 다이어트, 나만의 대사량 구하기, 체지방 5% 유지법
우리가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 알아야 하는 것
불교에 '돈오'라는 말이 있다.
'문득 깨달음'이라는 뜻으로, 고행하던 승려들이 무언가 순간적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을 말한다.
러닝에도 나름의 묘리가 있고 깨달음이 있다.
누군가가 목표한 거리를 멈추지 않고 쉬지 않고 뛰었다는 것은 이미 스스로의 체력이 얼마만큼인지 충분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몰랐다면 빠르게 뛰려 하다가 중간에 지쳐 멈췄을 것이다.
쉬지 않고 달려 목표 거리를 달성한 사람은 여러 차례 도전하면서 그 과정에서 자신의 체력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 자체도 존경받아 마땅하다. 빠르게 뛰었고, 느리게 뛰었고는 그다음이다.
이 처럼, 잘 뛰려면 우선 '나'부터 잘 알아야 한다.
만약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면
이 또한 '나'에 대해서 먼저 잘 알아야 한다.
누구는 이렇게 한다더라, 저렇게 한다더라 같은 말은 잊고 나에게 맞는 다이어트 식단을 꾸려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나는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5년 이상 체지방률 5%를 유지했고, 현재는 10~11%대로 꾸준히 수년째 유지 중이다.
내게 필요한 다이어트 식단을 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1번은 총 칼로리 계산이고 그다음 2번은 음식이다.
총 칼로리 계산의 목적 : 내 몸이 하루에 얼마만큼의 열량을 필요로 하는지 안다면, 그 보다 적게 먹으면 살은 빠진다. 그 수치를 가능한 최대한 정확히 계산하면 할수록 나의 다이어트는 쉬워진다. 예컨대, 하루에 밥 한 공기씩만 적게 먹으면 빠진다는 결과를 가지고 식단을 조절하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고 하루에 한 끼,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먹고 살을 빼고 있는 경우를 보면 전자보다는 후자가 훨씬 가혹하니 말이다. 후자는 필히 포기하거나 오래 못 간다. 기껏해야 바디프로필 한 번찍고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뿐이다.
식단의 목적 : 총칼로리가 같더라도 보다 이로운 영양소를 가지고 있는 음식을 먹는 게 중요하다. 설탕물과 동일한 칼로리를 가진 과일을 먹는 것을 비교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과일에는 각종 비타민이 더해져 있으니 말이다. 우선 본 글에서는 총칼로리에 대해서만 다루기로 한다.
'나'를 위한 총 칼로리 계산법
1. 기초대사량 구하기
2. 기초대사량에 활동계수 곱하기
3. 나의 고유 특성 반영하기
헬스장에 가면 보통 인바디를 측정한다.
인바디 검사지를 들여다보면, 가장 아래쪽에 나의 기초대사량이 나온다.
간단히 인바디 기계로 측정할 수도 있고, 간단한 공식으로도 구할 수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헤리스&베네딕트 공식을 보면 아래와 같다.
기초대사량은 성별, 키, 몸무게 그리고 나이를 대입해 그 나이대와 성별에 따른 통상적인 소모 칼로리를 산출한다.
남자의 경우 : (10 * 체중 kg) + (6.25 * 키 cm) - (5 * 나이) + 5
여자의 경우 : (10 * 체중 kg) + (6.25 * 키 cm) - (5 * 나이) - 161
이 공식은 실험 표본 집단의 남녀를 연구실 침대에서 하루종일 입에 호수를 물리고 운동을 하지 않는 상태의 소모하는 칼로리를 평균으로 한 결과치를 계산식으로 만든 거라 보면 된다.
공식에 대입하는 변수를 보면 근육량과 타고난 심폐기능과 대사 기능과 같은 개인적 차이가 고려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인간이라는 동물 범주 안에서 아주 큰 오차는 아니니 '나'를 알기 위한 레퍼런스 시작으로는 충분하다.
위 공식으로 키 170, 몸무게 65KG, 만 나이 32살의 남자의 기초대사량을 산출하면, 1600Kcal 정도가 나온다. 32살의 남자가 하루종일 누워서 티비 보며 굴러다니면 이 정도는 소모한다는 뜻이다.
이 산출된 기초대사량에 멀티플(Activity Multipliers)(활동계수)을 반영한다.
숨만 쉬고 있을 때 1600칼로리이니 출근할 때 걷고, 직장에서 걸어 다니고 때때로 계단도 오르락내리락하는 수준에서 헬스장에서 격하게 운동하는 경우까지, 운동량에 따라기초대사량에 곱셈을 더해 실제에 가까운 소모 칼로리를 산출하는 것이다.
헤리스&베네딕트가 제시한 수치는 아래와 같다.
생활 활동이 적은(운동이 거의 없는) 사람 = 기초대사량 x 1.2
가벼운 활동(주 1~3회 경량 운동 또는 스포츠)하는 사람 = 기초대사량 x 1.375
보통 활동(주 3~5회 중간 강도의 운동 또는 스포츠)하는 사람 = 기초대사량 x 1.55
매우 활동적(주 6~7회 강도 높은 운동 또는 스포츠)인 사람 = 기초대사량 x 1.725
매우 많은 활동(매우 강도 높은 운동 또는 스포츠, 신체 노동, 하루에 두 번 트레이닝)하는 사람 = 기초대사량 x 1.9
이제 나의 기초대사량(1600칼로리)에서 격하게 운동하는 사람(1.7 정도)의 멀티플(=활동계수)을 곱하면, '2700kcal' 정도 산출된다.
다이어트를 마음먹었다면, 이렇게 산출된 칼로리를 가지고 일정 기간 자기 '임상'실험을 해야 한다.
일주일 정도 매일 2700kcal를 섭취해 보자.(가장 중요하다)
위 산출 공식에 딱 맞는 동일한 조건의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사람은 살이 빠질 것이고, 어떤 사람은 살이 되려 찔지도 모른다.
내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예컨대, 어떤 사람은 유전적으로 대사능력이 좋아 밥 한 그릇(2~300칼로리)을 먹으면 오롯이 그 칼로리가 그대로 흡수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중 100칼로리 정도만 흡수되고 배출된다. 이 외에도 식습관이나 수면 패턴, 유전적 요소 등 다양한 것들이 있겠다.
이런 특성을 가만해서, 몇 주간 칼로리를 조금씩 늘리거나 줄이면서 테스트를 해보니 나는 매일 3000kcal를 섭취할 때 몸무게 변동이 없었다.
2700kcal를 섭취하면 일주일 뒤에 0.8~1KG 정도 빠진다. 반면, 3300칼로리를 섭취하면 일주일 뒤에 0.8~1KG 정도 찐다.
레퍼런스(2700칼로리)를 기준으로 내 특성을 반영해 나의 기준 칼로리를 알고나니 다이어트를 할 수도 있고, 린메스업도 가능하게 됐다.
'나'를 잘 몰랐다면, 무턱대고 힘들게 하루에 닭가슴살, 과일 몇 개만 먹으며 극단적으로 낮은 칼로리를 넣으며 무리하게 살을 빼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했을 것이다.
반면에 '나'를 잘 아는 '나'는 하루에 밥 한 한 공기 수준을 줄이며 여유롭게 다이어트를 해나가며 몇 개월 뒤에 수월하게 복근을 내놓을 수 있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5년 이상 체지방률 5%를 유지했고, 시 보디빌딩 대회에서는 2등을 수상했다.
'돈오' 뒤에 '점수'라는 말
불교의 '돈오'에는 그 뒤에 '점수'라는 단어 하나가 더 붙기도 한다.
여기서 '점수'란 깨달음을 얻은 뒤에 그 깨달음을 깊이 이해하고 지속하며 갈고닦아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만약 내가 "술은 근성장에 안 좋아. 아세트 알데히드가 근합성을 방해한다더군, 내일부터는 절대로 술안마셔! 다시 술 마시면 나는 개야! 개"라고 외치고는 다음날 개처럼 짖고 있다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깨달음만 얻었으면 뭐 하나 실천하고 지속해야 진정한 깨달음인 것을.
'돈오점수'란 우연히 문득 깨달은 것을 계속해서 해나아 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우연히 문득 깨닫기 위해서는 또 무언가 꾸준히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를 알기 위한 노력
러닝, 웨이트 트레이닝, 복싱, 서핑, 웨이크보드, 스노보드, 암벽등반 등 다양한 운동을 해보며 느낀 게 있다.
피지컬이 타고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특출 나게 잘하고 또 더 잘할 수 있는 운동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기 위해서 다양한 운동을 시도해 보고 또 꾸준히 하다 보면 느낌이 퍽 하고 오는 게 있다.
반대로, 나처럼 운동신경이 제로에 수렴하고 피지컬도 타고나지 않은 사람은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는 걸 반복해서 느끼다 보면 걔 중에 "어? 이거 나 잘하네? 어? 어? 이거 괜찮은데?" 싶은걸 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책을 읽을 때도 똑같다. 이 책 저 책 읽다 보면, 나에게 맞는 장르, 작가를 알게 되고, 나에게 맞는 책을 읽기에 좋은 시간대(이른 아침, 주말, 취침 전)와 환경(조용한 카페, 어두침침한 분위기 등)을 차차 알게 된다.
하나하나 시도하다 보면 어느새 활자 중독 미치광이가 되어가는 자신을 볼 수 있다.
무언가 시도하고 꾸준히 해내려는 노력, 즉 변화라는 건 누구에게나 스트레스지만 잘 다루어 내기만 한다면 나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성장의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여러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남을 위해서 하는 행위가 아니라, 결국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찾기 위한 여정으로 생각하면 그 과정 또한 즐겁다.
세상엔 재미있은 게 참 많다.
이것저것 하다 보면 이전에 해봤던 일과 유사한 게 하나 둘 나오고, 그 익숙함을 레버리지 삼으면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려도 금방 적응할 수 있다.
좋아하는 게 많고 잘하는 게 많아지면 인생에 심심할 틈이 없다.
즐거운 여정이 되면 좋겠다.
모두 자신만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길 바란다.
→ 참고
- WIKIPEDIA, "Harris–Benedict equation" https://en.wikipedia.org/wiki/Harris%E2%80%93Benedict_equation
-「The Harris Benedict equation reevaluated: resting energy requirements and the body cell mass」 https://pubmed.ncbi.nlm.nih.gov/6741850/
→ 보충
- 기초대사량(BMR stands for Basal Metabolic Rate)
- 활동계수(Activity Multipliers) : 기초대사량에 1.7을 곱한다는 뜻은 기초대사량의 70%만큼 더 에너지를 쓴다는 것.
- 헤리스&베네딕트의 방정식에 대한 임상적 검증 방식은 간접 열량 측정법